“전남 장성 백양사 신록 숲길은 자동차로 4시간‘밖에’ 안 걸리는….” 머~언 이야기다. 출근길 지하철역 앞 가로수에 새잎이 돋았다는 것도 오늘 아침에야 알았다. 마음만 떠나면 뭣하나, 몸은 일상에 묶였는데. 창문도 없는 사무실에 앉아 봄을 늙히긴… 너무 아깝다. 남산에라도 가야겠다.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 앞에서 02번 남산순환버스를 탔다.
노란색 남산순환버스는 의자도, 손잡이 기둥도 노란색이었다. 노란 병아리 같은 아이들이 엄마 손을 잡고 버스에 올랐다. 엄마는 유모차를 접어 옆구리에 꼈다. 이 버스는 남산 차량 출입을 통제한 2005년 5월 이후 남산의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기점이자 종점은 N서울타워지만 일반인들에겐 동대입구역이 접근하기 편하다. 동대입구역~국립극장~N서울타워~남산도서관~남산산책로 입구~서울 애니메이션센터~한옥마을~대한극장 앞~삼성제일병원 앞을 거쳐 다시 동대입구로 돌아온다. 특히 국립극장부터 남산도서관까지는 다른 차량의 출입이 통제되는 ‘독점 운행’ 구간이다.
앉은 채 남산을 한바퀴 도는 남산 버스 여행은 45분쯤 걸린다. 거리는 9.8㎞, 현금 800원, 교통카드 700원. 5분에 한 대씩 다닌다. 점심시간을 쪼개어 다녀와도 좋겠다.
◇동대입구역~국립극장~N서울타워
순환버스는 철쭉이 활짝 핀 국립극장 앞에서 남산으로 들어섰다. ‘버스 외 진입금지’ 전광판을 지나자 속력이 떨어졌다. 버스 한 대가 지나갈 만큼만 빼고 나머지 구간은 산책로다. 개를 끌고 걷는 사람, 달리는 사람, 뒤로 걷는 사람을 피해 버스는 느릿느릿 움직였다. 버스 진행 방향 왼쪽, 운전자 편 자리에 앉을 것. 연둣빛 새잎 사이로 서울 시내가 아스라히 보인다. 벚꽃 진 자리에 돋은 새잎은 벌써 엄지손가락 만하다. 10분쯤 달렸을까. 서울타워와 버스 종점이 나왔다. 서울타워를 들르지 않더라도 내렸다 앞차로 갈아타야 한다.
◇샛길1-N서울타워
전망대 3층, 해발 356m에서는 남산의 연둣빛 원경이 보인다. 창문과 의자만으로 깔끔하게 단장한 전망대는 2005년 12월 재개장했다.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고 ‘일’을 볼 수 있는 ‘하늘화장실’도 3층 전망대에 있다. 전망대 입장료 성인 7000원. 주말 평균 대기시간은 1시간이다. 지하 1층에서 표부터 끊고 구경할 것. N서울타워 (02)3455-9277
◇N서울타워~남산도서관~남산산책로 입구
서울타워에서 남산도서관 입구까지 걸으면 20분, 버스로는 5분이다. 멀리서 본 남산은 연둣빛과 분홍빛의 퀼트 같았는데, 숲 안에선 초록으로만 보였다. 남산도서관 뒤 식물원은 지난해 10월 철거했다. 일 없는 비둘기들만 분수대 주변을 서성거렸다. 외국인 관광객이 써 놓은 듯한 의자의 낙서가 눈에 띄었다. ‘연인의 자리-이 자리에서 사랑의 노래를 불러보세요(Bench for Lovers-Stand on this bench and sing a love song)’. 남산도서관에서 산책로 입구까지는 꼭 버스를 탈 것. 보행로가 군데군데 끊겨 있다.
◇샛길2-남산 북측 산책로
남산 산책로라면 서울타워 가는 길을 떠올리는데, 걷기엔 남산 북측 산책로가 훨씬 낫다. 길도 평평하고 차도 없다. 소파로에서 국립극장까지 2차선 북측순환도로의 차를 막아 보행자 전용 산책로로 만든 것. 3.5㎞ 1시간 코스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되지만 전체적으로 평탄하다. 유모차 끌고도 갈 수 있다. 소파로 입구에서 출발할 것. 내리막길이 더 많다. 중간중간에 빠져나갈 수 있는 출구가 나온다. 소파로 기준 1.2㎞ 지점에서 한옥마을, 2.75㎞ 지점에서 동국대 후문으로 나갈 수 있다.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한옥마을~대한극장
남산을 빠져나온 순환버스는 충무로 방향으로 달린다. 남산 자락의 한옥마을은 박영효 가옥 등 전통가옥 5동을 옮겨 복원한 곳. 전통놀이나 문화체험 이벤트가 자주 열린다. 입장료도 없으니 한번 기웃거려볼 만하다. 한옥마을 정거장과 대한극장 정거장은 지하철 3호선 충무로역과 연계된다.
▶즐겨찾기에 ‘신록여행’ 추가하세요
◇서울시 숲속여행 프로그램(http://san.seoul.go.kr)=우리 동네 뒷산 오르는 길은 인터넷 검색으로는 찾기 어렵다. ‘숲속여행’은 서울시 푸른도시국이 운영하는 근교 숲 여행 신청 사이트. 신정산, 아차산, 봉화산 같은 서울의 동네 뒷산 19곳의 여행정보, 유래 등이 소개돼 있다.
◇서울의 공원(http://parks.seoul.go.kr)=‘서울숲 지하철역이 어디지? 입장료가 얼마더라?’ 이런 질문에 답해준다. 서울숲, 양재 시민의 숲, 월드컵공원, 낙산공원, 용산공원 등 서울 시내 각 공원의 여행정보와 식물의 생태를 사진과 동영상으로 알려준다.
◇국립공원관리공단(http://main.knps.or.kr)=설악산이나 지리산 같은 국립공원에 등산갈 계획이라면 클릭할 것. 산행코스, 소요시간, 거리가 지도와 사진으로 제공된다. 관리공단 홈페이지에 각 국립공원 사이트가 연결돼 있다.
◇숲에 on(www.san.go.kr)=걷기 좋은 숲을 찾을 때 유용하다. 전국 각 휴양림의 정보와 사진이 제공되며, 예약도 가능하다.
◇국립수목원(www.kna.go.kr)=수목원은 개방 시기가 제각각 다르다. 미리 확인하고 가지 않으면 낭패를 본다. 국립수목원 홈페이지에 각 수목원 홈페이지가 링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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