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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이모저모/IT. 과학 및

먼지dust에 대한 우리의 관념을 바꿀 때가....

by 현상아 2007. 11. 2.
「똑똑한 티끌」이 세상을 바꾼다 

 

    1㎣크기 초소형 센서 국방·환경·의학 등  모든 분야에서 활용 「21세기 최고의 기술」 美 정부 연구개발비로 수십억 달러

    쏟아 부어 국내선 KT가 앞장


방성수 산업부 기자 (에너지팀장)

 

 

 

 

‘인간은 먼지(dust)로부터 나왔다.’(구약성서 창세기) 먼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덧없음·보잘것없음·쓸모없음·하찮음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반도체의 눈부신 진화가 먼지에 대한 우리의 관념을 바꿀 것으로 보인다. 인간이 만든 똑똑한 인조 먼지, 스마트 더스트(Smart Dust)가 세상을 안전하고, 행복하게 바꿀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 포천지(誌)는 스마트 더스트를 ‘21세기 인류의 삶을 바꿀 가장 혁신적인 10대 기술’ 중 첫째로 꼽은 바도 있다.


스마트 더스트는 초소형 센서 장치다.

사방 1㎣ 또는 더 작은 크기의 실리콘 모트(silicon mote·티끌) 안에 자율적인 센싱(autonomous sensing)과 통신 플랫폼(communication platforms)을 갖춘 컴퓨팅 시스템이다. 칩 하나에 시스템이 담긴 시스템 온 칩(System on Chip·SoC)의 일종. 시각을 달리하면 극소형 로봇인 ‘밀리(㎜) 봇(bot)’ 또는 유틸리티 포그(utility fog)와 같은 ‘나노(nm·10억분의1m) 봇(bot)’으로도 진화할 수 있다.

 

그만큼 기술이 한창 개발 중이고 발전 가능성과 쓰임새도 무궁무진하다. 최근에는 USN(Ubiquitous Sensor Network·유비쿼터스 센서 네트워크)의 핵심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똑똑한 먼지가 가져올 세상은 어떨까? 안개처럼 공중을 떠돌며 테러리스트를 꼼짝 못하게 하고, 지진 피해·건물의 붕괴 가능성을 미리 알려준다. 또 농작물 상태도 일일이 모니터링한다. 식품에 붙은 스마트 더스트는 전자레인지에 조리법을 알려주고, 아기 옷에 부착돼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도 있다. 인조 먼지가 인간에게 봉사할 날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 UC버클리 프로젝트 이름에서 출발


스마트 더스트는 어떻게 활용될까?

우선 초소형 센서들을 건물·도로·의복·인체 등 물리적 공간에 먼지처럼 뿌린다. 이 먼지 장치들은 주위의 온도·습도·가속도·압력·열·오존 등 각종 정보를 무선 네트워크로 감지, 관리한다. 용어는 1997년부터 미국 UC버클리의 크리스토퍼 피스터(Kristofer Pister) 박사가 이끈 초소형 감지기·통신 패키지 개발 프로젝트인 ‘스마트 더스트 프로젝트’에서 유래했다.

 

 ‘스마트 더스트’ 또는 ‘스마트 더스트 디바이스’인 모트(mote·원뜻은 티끌)들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데이터 분석 등의 컴퓨팅을 수행한다. 무선통신으로 서로 30m 거리에서 정보를 교환하며 여러 먼지들이 주변의 무선 LAN·블루투스·초광대역(UWB) 모듈 등과 함께 상황에 따라 임시 네트워크를 구성하거나 코어 네트워크에 직접 연결될 수 있다. 이를 위해 통상 각종 센서·센서 제어회로·중앙제어장치·양방향 무선통신모듈·전원장치·안테나 등이 내장된다.


하지만 넘어야 할 기술적 장벽은 남아 있다. 최대 난제는 극소형 배터리로 수 년간 동작해야 한다는 점.

그래서 태양열과 초소형 연료전지·운동에너지를 이용한 전원 개발이 한창이다. 특히 통신에 쓰이는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것이 과제다. 미국 남가주대 웨이예(Wei Ye) 박사팀은 최근 모트들이 주기적으로 대기·동작 상태를 반복, 통신에 참여하지 않는 상태에서 전력을 사용하는 획기적인 방법(S-MAC·Media Access Control)을 개발했다. 오지(奧地) 등 통신 인프라가 없는 네트워크 상황에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센서 노드들 사이의 무선 애드 혹 네트워크(Ad hoc Network) 접속능력도 갖춰야 한다. 아울러 에너지 소비를 네트워크 전체에 분산시켜 전체 시스템의 수명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 ‘티끌’의 비용도 문제다. 현재 티끌의 개당 가격은 50달러선. 하지만 전문가들은 몇 년 안에 개당 1달러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미국 주도, KT 등도 관련 기술 개발 한창


미국의 정부·대학·기업에선 이미 수백 개 이상의 관련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2004년 미국 정부 예산만 19억 달러. 인텔·GE·하니웰 등 글로벌 대기업의 연구도 활발하다. 선두 기업은 스마트 더스트 개념의 창안자인 피스터 교수가 CTO(기술총괄책임)로 참여한 더스트 네트워크. 이는 최근 방위사업체인 SAIC(Science Application International Co.)와 함께 스마트 더스트 판매를 시작했다. 경쟁사인 ‘Sensicast System’은 핵 발전소에 스마트 더스트를 장착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미국의 하버 리서치는 “2010년 스마트 더스트 관련 장비·서비스 시장 규모가 10억 달러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IT 강국인 한국도 기술 개발의 고삐를 죄고 있다. ‘IT839전략’의 일환인 USN(Ubiquitous Sensor Network)의 핵심기술로 선정, 개발이 한창이다.

USN 사업은 현재 KT 주관으로 와이브로(WIBRO·무선인터넷)망까지 연결하여 네트워크 테스트를 완료한 상태다. KT 정대교 USN 네트워크 연구부 선임연구원은 “2010년 USN 관련 세계 시장 규모는 23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국방·안전 분야의 신기원


스마트 더스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다른 어떤 기술보다 우리 생활에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먼지만한 크기, 부수장치가 필요 없기 때문에 우리 주변에 뿌려져 주변 정보를 능동적으로 수집하고 처리할 수 있다. 따라서 응용 분야도 국방·환경·대(對)테러 등 안전·농업·기상·유통 등 무궁무진하다.


인터넷 월드와이드웹(WWW) 등 최근 첨단기술들과 마찬가지로 스마트 더스트 기술도 초기에는 국방 기술로의 활용 가능성 때문에 주목받았다. 초소형 무선 센서들을 비행기·미사일로 적진에 뿌려 놓을 경우 아무리 우수한 군대도 피해 갈 수 없다. 때문에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SensIT(Sensor Information Technology)·NEST(Networked Embedded Sensor Technology) 프로그램을 통해 다중센서 기술·센서네트워크 기술·운영체제 기술·스마트 센서 디바이스 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다.

DARPA의 지원을 받는 밴더빌트 대학은 도시 지형 전투시 위협이 되는 적(敵) 저격수들 위치를 파악하는 ‘Shooter Localization’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오하이오 주립대학은 자기 센서와 임펄스 레이더센서를 이용하여 사막전(戰)에서 적 차량 이동을 탐지하는 ‘Line in the Sand’ 프로젝트, 남가주 대학은 무인 비행기를 통하여 특정 지역에 스마트 더스트를 살포해 적 차량 이동을 감시하는 ‘Power Aware Distributed Systems’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환경 모니터링·재난 방지 프로젝트도 활발하다.

인텔(Intel)·UC버클리는 미 메인주(州) 앞바다의 작은 섬(Great Duck Island)에서 서식하는 바다제비의 생태를 원격지에서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무선 센서네트워크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인텔연구소와 캐나다 AAFC(Agriculture and Agri-Food Canada)는 캐나다 남부 브리티시 컬럼비아에 있는 50에이커(20만여㎡)의 포도밭 대기 온도를 측정하여 냉해 피해를 막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UC버클리 인텔연구소는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金門橋) 안전 모니터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원광호 전자부품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런 프로젝트들이 실용화되면 지진·지진해일·화산 폭발·건물 붕괴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농업 생산 증대, 환경 보전 분야에서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 빅 브라더의 출현?


스마트 더스트는 전자태그로도 쓰일 수 있다.

초정밀 가공기술인 MEMS(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s)기술을 이용한 입체형상의 전원기술과 함께 USN의 핵심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가령 아기 기저귀에 스마트 더스트를 부착, 아기의 체온·위치 등을 감지해 위험한 상황을 미리 피할 수 있다. 사무실의 근무자 옷에 스마트 더스트를 부착하면 실내 온도를 시시각각 측정해 건물 냉난방 장치로 전송,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당연히 사용자 기분에 따라 조명을 바꿀 수도 있다. 손가락에 스마트 더스트를 부착하면 컴퓨터 키보드 대신 손가락 움직임만으로 컴퓨터를 작동할 수 있다. RFID(전파식별·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기술과 결합하면 유통·물류 관련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모든 신기술이 그렇듯 꼭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테러 방지 기술이 테러집단의 손에 들어갈 경우 고도의 테러·첩보 활동에 쓰일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수억·수십 억 개의 인공 먼지가 지구 위를 떠돌아 다닐 경우 새 환경 오염원(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로카 연구소 리처드 스크레이브(창립자)는 “완전한 통제·감시(surveillance) 장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부·기업·테러 집단 어느 누구든 스마트 더스트 기술을 장악하면 수천만, 수십억 명의 동태를 실시간으로 감시·통제할 수 있는 ‘빅 브라더(Big Brother)’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개념의 창안자인 피스터 박사는 “환경 오염은 기우(杞憂)에 불과하며, 모든 위험에도 불구하고 이익이 비교할 수 없이 크다”고 반박하지만, 21세기 개인의 영역(privacy)을 지키는 일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출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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