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루, 황태자비가 되어 최고의 와인을 고를
기회가 주어진다면…. 주저없이 샴페인 한잔을 꼽겠다. 서양에서는 벼락부자라는 뜻으로 사용될 정도로 상류사회의 상징이다. 18세기 루이
15세의 애첩 마담 폼파도르(Madame de Pompadour)는 “샴페인은 마신 후에도 여자를 아름답게 해주는 유일한 술”이라고
예찬했다.
국내에도 최근 와인인구가 늘어나면서 샴페인 골수 애호가들이 부쩍 눈에 띈다. 무엇보다 요즘처럼 더운 날에는 타닌이
텁텁하게 감기는 레드와인보다 알코올 도수가 낮고 맛이 상큼한 샴페인을 많이 찾게 된다. 뜨거운 들녘을 훑고 가는 한줄기 비처럼
싱그럽고, 축하의 자리에 재잘재잘 쏟아지는 웃음처럼 경쾌한 술. 황금 액체를 밀고 올라오는 기포만큼이나 기분 좋은
에너지다.
#기포가 있다고 다 샴페인은 아니다
17세기, 어느 따뜻한 봄날. 펑! 펑! 샴페인지방 지하 와인저장고에서는 여기저기 와인 병이 폭발하는 소리가 요란했지
싶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위쪽에 있는 포도밭이니 겨울이 빨라 와인을 만들면 발효가 멈추는 일이 많았고, 봄이 되어 기온이 올라가면 병 안에
남아 있던 당분이 재발효하여 탄산가스 압력에 의해 병이 터지는 경우가 흔했다. “악마의 술이야”. 농부들은 기겁했다. 이 저주받은
와인들은 모두 버려졌다. 하지만 이 지방 오빌 레 수도원 와인저장고 담당이던 돔 페리뇽 수사는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마셔보니
놀라웠다. 입안 가득 톡톡 쏘는 황홀한 맛. “여러분, 난 지금 별을 마시고 있소.”
돔 페리뇽 수사의 연구에 의해 코르크
마개와 독특한 병이 고안되었고, 지금의 특별한 샴페인이 세상에 나왔다. 이때부터 특성이 다른 백포도 샤도네이와 적포도 피노누아,
피노뮤니에를 섞어 복합적인 맛을 끌어내 병속에서 2차 발효시키는 샹파뉴(Champagne)만의 기술이 발전되었다. 무엇보다 매서운 서리와
강우 등 기후적인 악조건이 어느 나라도 따라갈 수 없는 섬세하고 미묘한 향을 만들어 내게 되었다. 따라서 샹파뉴 이외의 지역에서는 아무리
똑같은 품종과 기법으로 만들었어도 샴페인이라는 명칭을 쓰지 못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 발포성 와인을 미국에서는 스파클링
와인(Sparkling Wine), 이탈리아에서는 스푸만테(Spumante), 스페인은 카바(Cava), 독일은 젝트(Sekt)로 부른다.
#빈티지로 마시는 돔 페리뇽과 모엣 샹동
돔 페리뇽은 명성과 가치만큼이나 늘 최고의 자리를
차지했다. 81년 영국 찰스 황태자와 고 다이애나비 결혼식 때 공식 샴페인으로 선정된 바 있다. 아울러 덴마크, 스웨덴, 벨기에,
네덜란드 등 왕실의 수많은 대관식과 결혼식은 물론 각 나라 국빈 만찬장에 늘 최상의 예우처럼 등장한다.
돔 페리뇽은 만족스러운
맛이 나오지 않으면 이름을 붙이지 않는 등 명성만큼이나 까다로운 관리로 유명하다. 이번 국내에 런칭한 돔 페리뇽 1996 또한 ‘눈
부시도록 아름답다’는 와인메이커 베노아 구에의 감동만큼이나 드물게 완벽한 빈티지로 찬사를 받고 있다. 엷은 황금색을 지녔고, 설탕에 절인
레몬과 배, 바닐라 향이 관능적이다. 한 모금 머금으면 비단처럼 가볍고 섬세하지만, 목젖을 넘기며 견고하고 뛰어난 집중력을 보여준다. 지하
저장고에서 8년간 절제된 에너지가 진화하면서 폭발하는 에너지는 오감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특히 여느해보다 조직감과 뒷맛이 강해 오랫동안
숙성시켜도 무리 없을듯 하다. 이렇듯 와이너리가 특정 해, 특정한 맛을 추구하며 3년에 1번정도씩 만드는 ‘빈티지 샴페인’은 일반
샴페인보다 2년 정도 더 숙성시켜 향이 강하며 피니시도 길다. 모엣 샹동 1998 또한 4개 연도의 포도를 섞어 만들었다. 해마다
다른 날씨와 작황을 겪은 400~500개의 포도밭 중 250개 베이스 와인을 골라 블렌딩했으나 맛이 흔들림없이 균일하다. 효모까지 자체
개발하여 균질화된 맛을 연출하는 모엣 샹동의 250년 철학이 돋보인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은 7월6일까지 파리스 그릴에서 돔 페리뇽이
포함된 디너세트 메뉴를 선보인다.
#입맛 없는 여름날의 식욕촉진제
식전주로 가볍게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며 분위기를 살리는 데는 샴페인만한 것이 없다. 무엇보다 식욕과 소화를 돕는 술이다. 한 모금 머금었을 때 입안에 꽉 차는
거품과 상큼한 산미는 여름날 더위를 잊게 해줄 만큼 짜릿하다. 아울러 깔끔하고 맛이 개방적이어서 어떠한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 매력을
지녔다. 안주 없이 마셔도 좋으나 해산물 샐러드, 연어, 캐비어, 흰살 생선, 파스타, 비스킷, 담박한 모차렐라 치즈와 곁들이면 환상의
궁합이다. 돔 페리뇽 1996은 맛이 강해서 초콜릿과도 잘 어울렸다.
샴페인 생명은 기포이므로 잔은 튤립 모양의 길죽한
전용잔을 사용해야 방울방울 피어오르는 아름다움과 넉넉한 향을 즐길 수 있다. 잔을 닦을 때도 세제가 남으면 기포가 오르지 않으므로 가급적
물로만 깨끗하게 세척한다. 오래된 샴페인일수록 색이 짙고 기포는 적다. 마실 때는 냉장고에서 2~3시간 보관하거나 아이스 버킷에 담가
차갑게 내놓는다. 2~3년은 보관해도 되지만, 가장 좋은 맛일 때 출시하므로 가급적 바로 마시는 게 좋다. 온도와 습도, 빛에
민감하므로 필요할 때마다 전문숍에서 구입하는 것이 요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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