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디어 가시광선 영역에서 “음(-)“의 굴절률을 가진 물질이 만들어졌다. 이 물질을 이용하면 지금보다 더 미세한 부분까지 잘 보여주는 혁명적인 렌즈 등, 무수한 새로운 광학 응용제품이 탄생할 것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대부분의 자연 물질들은 빛에 대해서 “양(+)“의 굴절률을 갖고 있다. 여기에서 ”거의 대부분“이라고 표현한 것은, 아직까지 자연상태에서 발견된 적은 없지만, 혹시 앞으로 발견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그림설명> 쐐기 모양의 프리즘에서 적색 빛은 평상시처럼 휘어서, 프리즘 가장자리에 수직으로 뻗어 있는 오렌지 선을 가로지른다. 파장이 더 짧은 녹색 빛은 “반대” 방향으로 휘어서 오렌지 선을 절대 가로지르지 않는다.
안경에 있는 플라스틱 렌즈는 초점을 맞추기 위해 빛을 휘게 한다. 하지만 새로운 하이테크 물질은 가시광선을 “보통과는 반대” 방향으로 휘게 한다. 물이 담긴 유리 컵 안에 연필을 꼽으면 연필은 휜 것처럼 보인다. 물과 공기의 공유 면에서 빛이 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이를 굴절이라 부른다. 예를 들어, 45도 각도로 수면에 도착한 빛은 물속에 들어 갈 때 아래쪽으로 더 심하게 휘고 계속 아래쪽으로 향하게 된다. 하지만 물 대신 “음의 굴절률을 가진” 특수한 물질을 채우면, 빛은 너무 심하게 휘어서 오히려 위쪽으로 향한다. 그래서 연필은 비틀려 보일 뿐만 아니라 뒤로 젖혀져 보인다.
독일 칼스루대학의 연구진들은 2004년에 광선추적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음의 굴절률을 가진 물질이 아주 특이한 특성을 가진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예를 들면, 볼록형 음의 굴절률 렌즈가 오목형 양의 굴절률 렌즈처럼 작용한다거나, 음의 굴절률 액체가 채워진 유리컵에 들어 있는 막대가 끊어져 보이고, 반대 방향으로 구부러져 보이며, 심지어는 유리컵의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음의 굴절율을 갖는 물질의 존재는 1967년에 러시아의 물리학자 빅토르 베셀라고(Victor Veselago)가 처음으로 예측했었다. 그는 유전율과 투자율이 모두 0보다 작은 물질에서 빛이 보통 물질에서 휘는 방향과 반대로 휠 것이라고 추측했다. 유전율은 물질이 전하를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이며, 투자율은 자기장 내에서 자화되는 정도를 나타낸다(GTB2005121255). 음의 굴절률을 가진 물질은 수십 년동안 예측의 수준에서 머물러 있다가, 최근에 들어서 수차가 없는 “완벽한 렌즈“를 만드는데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가시광선의 영역에서 음의 굴절률을 가진 물질은 만들어지지 못했다.
2001년과 2003년에, 물리학자들은 작은 C자 모양의 고리와 작은 막대로 이루어진 메타물질을 이용해서, 마이크로파 영역에서 작동하는 음의 굴절을 보여주었다 (GTB2001040155, GTB2003030532 ) 2003년에는, 역시 마이크로파 영역에서 음의 굴절률을 갖는 2차원 유전체 광결정이 만들어졌다. 미국 퍼듀대학의 연구진은 2005년에 평행하게 배열된 금 나노막대들이 적외선에서 음의 굴절율을 가진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번에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물리학자 헨리 레체크(Henri Lezec)와 그의 동료들은 가시광선을 보통과 반대방향으로 휘게 하기 위해 나노 박막을 이용했다. 그들은 50 나노미터 두께의 절연 질화규소 층을 사이에 두고 위에는 은을, 밑에는 금을 대었다. 연구원들은 빛의 파동이 층을 따라 흘러갈 때, 금속 절연체 공유 면에 있는 전자들을 휘 저어, 표면 플라즈몬 폴라리톤이라고 부르는 물결을 만들었다. 이 물결들이 빛을 싣고 가다가 판의 다른 쪽 끝에서 나타난다. 빛이 어떤 특정한 주파수를 가지고 있으면 플라즈몬의 물결은 빛의 흐름을 역행해서 위로 흐른다. 음의 굴절을 만들 때 이것이 핵심 요소이다. 연구원들은 판을 쐐기 모양으로 잘라, 다양한 색깔의 빛을 휘게 하는 프리즘으로 사용함으로써 시범을 보여주었다. 이 프리즘은 적색 광선은 평범한 방법으로 휘게 만들지만, 파장이 더 짧은 녹색 광선은 반대 방향으로 휘게 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것은 중요한 단계입니다. 이 평평한 장치는 오직 같은 평면을 여행하는 빛에만 효과가 있지만 그래도 칩 위에 새로운 광학 시스템을 개발하는데 초석이 될 수 있는 진전입니다. ” 오스틴에 있는 텍사스대학의 물리학자 게네디 스베츠(Gennady Shvets)가 말한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먼저, 판이 흡수하는 빛의 양을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선결 문제의 해법을 찾는 동안, 레체크는 빛이 어떤 방향에서 오던지 모두 휘게 할 수 있는 3차원 물질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한정된 재료와 한정된 파장에서만 음의 굴절률을 실현했지만, 가시광선 영역에서 최초로 음이 굴절률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데 의미가 있다. 가시광선에서 음의 굴절률을 가진 물질이 개발되면 바이오 이미징이나 나노 리소그래피에 사용되는 “완벽한” 렌즈를 만드는데 이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공상과학의 영역이지만,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투명망토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음의 굴절률 물질은 모든 빛을 반대쪽에 맺히게 만들기 때문에 그 안에 있는 물질을 볼 수 없을 것이다.
관련논문 : March 22 Science
<출처> KISTI, 글로벌동향브리핑(GT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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