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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별로 변신하는‘여성의 뇌’

by 현상아 2007.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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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다 어디 가고 우울증에 걸린 여자들만 정신병동에 있는 거죠?”

미국 버몬트 의대 신경정신과 교수로 재직 중인 모나리자 슐츠 박사는 의대 입학 후 처음으로 정신과 병동에 들어섰을 때 환자 대부분이 여성들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그는 곧 여자들은 속으로 화를 품어서 우울증에 걸려 정신과 병동에 오고, 남자들은 화를 표출해 폭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감옥에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여성 심리와 호르몬 클리닉을 설립한 루안 브리젠딘 박사 역시 정신과 레지던트로 일할 당시 여자의 우울증 발병률이 남자에 비해 두 배나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월경전증후군, 산후우울증, 갱년기우울증 등 여성은 전체 생애주기 곳곳에서 우울, 신경과민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동안 의학은 여성들의 기분 변화를 ‘제2양극성장애’로 분류하여 병리 문제로 취급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는 여성의 뇌 상태를 관찰함으로써 호르몬과 신경계의 화학작용이 여성의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밝히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여성의 질병과 심리를 뇌 호르몬으로 분석하는 연구 결과들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건강 분야의 저명한 저널리스트인 가브리엘리는 지난 6년간 호르몬에 대한 연구를 지속한 결과, 생리와 관계된 호르몬이 여성의 모든 것, 즉 기분, 학습능력, 이상형, 성욕과 식욕 등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입증하기도 했다.

여성 연구자들의 연구 자료를 살펴보면 ‘뇌’의 변화는 여자의 일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변화는 사춘기를 겪는 10대 소녀에서 연애와 일에 빠지는 20대의 젊은 여자로, 아이를 낳아 키우는 어머니에서 완경 이후의 중년 여성으로 이어지는 모든 시기에 걸쳐 일어난다. 중요한 사실은 각종 여성 질병이 호르몬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점이다.

월경주기 4주째, 즉 월경 직전의 여성들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분비가 감퇴된다. 뇌에서 항우울제 효과를 발휘하는 에스트로겐과 엉뚱한 기분 변화를 막아주는 프로게스테론의 수치가 변하면 기분을 안정시켜주는 전두엽은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게 된다. 뇌가 불안해지는 것이다.

월경전증후군을 처음 겪는 10대를 지나 20대의 성숙한 여성이 되어 엄마가 될 때쯤, 여성들은 또 한 번 큰 호르몬 변화를 겪는다. ‘여자 뇌’에서 ‘엄마 뇌’로 변하는 여성의 뇌는 호르몬 분비를 최대화해 모든 관심을 자궁으로 집중한다. 산후에는 임신 기간 동안 억제돼 있던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분비되면서 신경과민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는 산모 중 10%가 겪는 산후우울증을 유발한다.

시간이 흘러 완경기로 다가갈 때쯤 여성들은 또 한 번의 급격한 변화를 겪는다. 바로 에스트로겐 부족 현상. 관계와 보살핌의 호르몬인 옥시코신의 수치가 떨어지면서 육아와 배려하는 마음이 감퇴한다. 하지만 완경 이후의 여자들이 성적 욕구나 희망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니다.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가 ‘완경 이후의 열정’이란 단어를 만들어냈듯이, 그때서야 여성들은 급격한 호르몬 변화에서 자유로워진다. 불안 속에서 매달 치러야 했던 월경의 번거로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인류의 절반, 여성들만이 겪는 다이내믹한 뇌의 여정. 여성들은 월경, 섹스, 출산, 커리어 등 인생 전반에 걸쳐 수많은 문제들에 부딪히지만 ‘뇌’에 대한 이해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볼 수 있다. 주기적 흐름을 형성하는 성호르몬의 변화를 이해하고 적절히 대응하면 자신의 상태를 조절할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 남자들에게는 없고, 여자에게만 있는 특별한 열쇠. 남자들이 여자의 뇌를 질투할 이유, 바로 여기에 있다.



채혜원 기자


사진 : 여자들이 우울증에 취약성을 보이는 것은 프로게스테론, 에스트로겐 등의 호르몬 영향으로 인한 뇌 회로의 변화 때문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림 출처: 루안 브리젠딘 ‘여자의 뇌, 여자의 발견’(리더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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