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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이모저모/다큐멘터리 및

잘못 알려진 하루살이 수명

by 현상아 2007. 9. 9.
곤충의 종류는 70여만종으로 동물 중에서 가장 많다. 뛰어난 생존력과 다산(多産)으로 지구를 점령하고 있는 곤충 중에서도 날고 뛰는 것들이 많다. 미국 플로리다대학 곤충학과에서는 지금까지 학자들이 연구한 것을 토대로 각 분야의 챔피언을 가렸다.






■ 가장 빨리 나는 곤충




포충망을 들고 곤충을 잡아본 사람들은 잠자리가 얼마나 빠른지 안다. 사실 잠자리는 곤충 중에서도 가장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1917년 틸리야드가 호주에서 발견한 잠자리(Austrophlebia costalis)의 비행속도는 58km/시. 이 속도는 현재까지 알려진 곤충 빠르기 중에서 최고다. 그러나 비공식 자료에 따르면 1994년 플로리다대학의 버틀러 박사가 측정한 등에(Hybomitra hinei wrighti)가 제일 빠르다. 등에 수컷이 암컷을 좇아갈 때의 비행속도는 무려 1백45km/시.


그러나 곤충의 빠르기는 논쟁의 여지가 많다. 각각의 곤충이 낼 수 있는 최대 속도를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곤충의 속도는 떼를 지어 윙윙거릴 때, 꽃을 찾아 날아갈 때, 천적으로부터 쫓길 때 등 경우에 따라 다르다. 지금까지 측정한 곤충의 속도는 그 곤충의 최대속도라기보다는 측정치 중 최대값에 불과할 따름이다.



1917년 틸리야드가 호주잠자리의 비행속도를 잴 때는 스톱워치를 사용했다. 틸리야드가 측정한 값은 매우 정확했던 것으로 판명됐다. 1953년 영국의 호킹 박사는 틸리야드가 발견한 잠자리의 비행속도를 다시 재 57.9km/시를 얻었다.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곤충의 비행속도를 재는 기술도 발전하기 시작했다. 1932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던 어빙 랭뮤어는 사슴말파리(Cephenemyia pratti)의 속도를 공기압의 변화를 이용해 쟀다. 1927년 찰스 타운센드는 사슴말파리의 속도가 1천3백17km/시에 달한다고 발표해 곤충 비행학자들을 놀라게 한 바 있다. 그러나 랭뮤어가 확인한 사슴말파리의 비행속도는 40km/시에 불과했다.



최근에는 영화촬영법(cinematography)을 이용해 속도를 측정한다. 버틀러는 이 방법을 이용해 등에의 비행속도가 1백45km/시라는 것을 알아냈다. 또 곤충의 속도를 측정할 때 곤충이 날아갈 때 내는 소리를 이용하기도 한다. 도플러 효과를 이용하면 그 속도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 가장 크게 우는 곤충



매미는 한여름 낮잠을 망치는 대표적인 곤충이다. 가을밤 잠을 못이루게 하는 귀뚜라미의 소리 또한 여기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매미와 귀뚜라미 중 어느 곤충의 소리가 더 클까.

곤충의 소리는 대개 20Hz에서 20kHz 사이의 파장을 선택해 측정한다.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소리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1987년 로데스대학의 빌렛은 아프리카 매미(Brevisana brevis)의 울음소리는 50cm의 거리에서 106.7데시벨(dB)에 이른다고 보고했다.



또 북아메리카에 사는 두 종류의 매미(Tibicen walkeri와 T. resh)의 울음소리는 같은 거리에서 105.9 데시벨의 소리를 냈다는 보고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평상시에 매미가 내는 소리다. 만약 적이 나타난다면 매미의 소리도 커질 것이다. 1995년 산본과 필립스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적이 나타났을 때 매미(Tibicen walkeri)의 소리는 108.9데시벨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귀뚜라미가 내는 소리는 어느 정도일까. 1970년 버넷-클라크는 메뚜기목(Orthoptera)에 속하는 말레이시아 귀뚜라미(Brachytrupes achatinus), 여치(Bullacris membracoides), 유럽 두더지 귀뚜라미(Gryllotalpa vinae) 등이 평상시에 96데시벨의 소리를 냈다고 보고했다. 결국 매미의 소리가 귀뚜라미 소리보다 한수 위였던 것이다. 또 매미 중에서도 아프리카 매미의 소리가 가장 컸다.



매미는 진동판을 울려 소리를 내며, 그 소리는 종류마다 다르다. 매미가 이렇게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까닭은 매미들 사이에 의사를 전달하고, 짝짓기를 할 때 암컷에게 라이벌보다 잘 보이기 위한 것이다. 1971년 사이언스지에는 매미소리가 이를 먹이로 삼는 새들에게 고통을 안겨준다는 연구 결과가 실린 바 있다. 매미의 소리가 크다고 하지만 사람의 소리보다는 작다. 1996년 한국기네스북에서 펴낸 기네스북에 따르면 1994년 4월 북아일랜드에 사는 안날리사 레이는 "조용히 해"라고 고함쳐 이 분야에서 가장 목소리가 큰 사람이 됐다. 그의 목소리는 121.7데시벨이 나왔다. 또 1988년 11월 호주에서 열린 고함치기 대회에서는 사이먼 로빈슨이라는 사람이 1천2백82데시벨을 기록한 바 있다.





■ 다산(多産), 소산(小産)



대부분의 곤충들은 일생동안 수백 내지 수천개의 알을 낳는다. 그러나 곤충 중에는 이러한 상식을 깨는 것들이 있다. 호주의 박쥐나방(Trictena atripalpis)은 사회성이 없는 곤충 중에서 가장 많은 알을 낳는 것으로 알려졌다.



1932년 틴데일은 한 마리의 호주박쥐나방 암컷이 일생동안 약 2만9천1백개의 알을 낳았다고 보고한 바 있다. 또 난소를 절개했더니 그 안에서 1만5천개의 알이 나왔다고 한다. 사회성이 없는 곤충 중에서 알을 많이 낳는 것들은 주로 부모가 자식을 돌보지 않는 것들이며, 인시류(나비목)에 많다.



사회생활을 하는 곤충 중에서는 아프리카 병정개미(Dorylus wilverthi)가 25일 동안에 3백만-4백만개의 알을 낳는 것으로 알려졌다. 1952년 펜턴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흰개미(Termes bellicosus) 여왕은 매일 3만개의 알을 낳는다. 평균 10년을 산다고 할 때 일생동안 무려 1억9백만개의 알을 낳는 셈이다. 그러나 펜턴은 관찰기록을 남기지 않아 흰개미는 가장 알을 많이 낳는 곤충의 영예를 병정개미에게 넘겨줘야 했다.



1937년 보덴하이머와 네르야가 팔레스타인 꿀벌(Apis mellifera)을 1년 동안 관찰한 결과 20만개의 알을 낳는 것을 보았다. 이 꿀벌이 3-4년을 산다면 60만 내지 80만개의 알을 낳을 것이다. 군대개미(Eciton burchelli)는 36일 동안 12만개의 알을 낳는다. 사회생활을 하는 곤충들이 왜 알을 많이 낳는지에 대해선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곤충이 모두 많은 알을 낳는 것은 아니다. 곤충 중에는 일생 동안 10개 미만의 알을 낳는것들이 있다.이들 중에서 챔피언을 뽑는다면 단연 이파리(Hippobosca variegata)가 될 것이다. 1923년 슈르만스는 이파리가 일생동안 평균 4.5개의 알밖에 낳지 않는다고 보고한 바 있다. 또 1954년 호프만 박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피를 빨아먹으면서 수면병을 옮기는 아프리카의 체체파리(Glossina palpalis)는 평생 동안 6개 내지 12개의 알밖에 낳지 않는다. 알을 적게 낳는 두 종류의 곤충은 모두 동물의 피를 빨아먹고, 태생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이들의 암컷은 한개의 알만 배고, 애벌레는 엄마의 자궁 속에서 자란다. 새끼는 번데기 형태로 태어난다.



다른 동물의 똥이나 썩은 고기를 먹고 사는 갑충류도 새끼를 적게 낳기는 마찬가지다. 풍뎅이 중에는 일생 동안 6개의 새끼밖에 낳지 않는 것이 있다. 풍뎅이는 똥과 같은 먹이에다 알을 낳고, 진흙으로 얕게 발라 인큐베이터를 만든다.





■ 더위와 추위



곤충이 추위를 견뎌내는 능력은 얼마나 될까. 1960년 힌턴은 더운 지방에 사는 아프리카 깔따구(Polypedilum vanderplanki)의 애벌레가 영화 2백70℃에서 살아남았다고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그는 실험실에서 깔따구 애벌레의 수분 함량을 8%로 낮춘 다음 액체질소(2백70℃)로 냉각시켰다. 그리고 5분 후 다시 온도를 높이고 수분을 보충했더니 애벌레는 모두 되살아났다.



그러나 1962년 리더가 수분을 제거하지 않고 같은 방법으로 실험했을 때 애벌레는 모두 죽고 말았다. 학자들은 물이 있을 경우 영하로 내려가면 세포가 파괴된다고 말한다. 따라서 온도가 내려갔을 때 몸속의 수분 함량이 생존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1969년 밀러는 딱정벌레에 부동액을 넣어 실험한 바 있다. 이때 딱정벌레는 영하 87℃의 극심한 추위에서 살아남았다.



실험실과 달리 자연상태의 낮은 온도에서 곤충이 평소대로 활동했다는 연구 보고는 없다. 이러한 사실은 낮은 온도에서 생존할 수 있는 열대곤충들이 왜 극지방에서 발견되지 않는가 하는 점을 설명해 줄 수 있다.



그렇다면 곤충은 열에 대해서 얼마나 저항력을 가지고 있을까. 1990년 슈미트-닐센은 50 C가 넘는 곳에서 일생을 보내는 동물은 없다고 발표했다. 자연환경 속에서 온도가 가장 높은 곳은 사하라, 나미비아, 호주 등에 있는 사막이다. 이 사막의 표면온도는 60 C에 이른다. 이러한 사막에 사는 곤충들 중에 가장 열에 강한 것은 청소개미(scavenger ant)로 알려지고 있다.



사막의 개미들은 주로 35-45 C에서 생활한다. 그러나 표면온도가 이보다 높아지면 굴에 들어가 숨는다. 그러나 청소개미는 46.5-53.6 C에서도 활동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뜨거운 땅에서 살아가는 호열성 개미들을 관찰하면 3가지 주요한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이들은 매우 빠르다. 태양 노출을 줄이고 대류를 이용해 몸을 식히기 위한 것으로 추측된다. 호열성 개미들은 1초에 1m를 움직이며, 표면온도에 따라 움직이는 속도도 달라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두번째 이들은 다리가 길다. 지상으로부터 4mm 정도 몸이 떨어져 있을 때 개미가 느끼는 표면온도는 6-7 C 정도 낮아진다고 한다. 세번째 이들은 독특한 먹이사냥 습관을 지니고 있다. 이들은 먹이를 찾아다닐 때 자주 쉼으로써 체온이 높아지는 것을 막고 있다. 대개 이들은 먹이를 구할 때 75%의 시간을 몸을 식히는데 사용한다고 한다.



곤충이 얼마나 더위를 견뎌내는지 실험실에서 측정한 결과는 이보다 높다. 1960년 힌턴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나이지리아나 우간다에 사는 어떤 파리는 1백2 C에서 1분 동안 견뎌냈다. 그러나 자연상태에서 이처럼 높은 온도에서 살아가는 곤충은 없다.





■ 잘못 알려진 하루살이 수명



많은 사람들은 하루살이를 아침에 태어났다가 저녁에 죽는 곤충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그날 벌어 그날 먹고 사는 사람을 두고 '하루살이 인생'이라고 한다. 그러나 하루살이(mayfly)는 평균 1년(긴 것은 3년)을 유충으로 지낸다. 성충으로 지내는 기간이 대략 하루일 뿐이다. 곤충의 일생은 온도와 먹이와 깊은 관계를 지니고 있다.



지금까지 조사된 바로 1세대가 가장 짧은 것은 진딧물(Rhopalosiphum prunifolia)이다. 이 진딧물의 경우 한세대는 25℃일 때 대략 4.7일. 1971년 구티에레즈 등은 아카시아진딧물(Aphis craecivora)이 20℃일 때 5.8일만에 한세대를 마감했다고 보고했고, 1989년 엘리오트 등은 기장테두리진딧물(Rhopalosiphum padi)이 26℃일 때 5.1일만에 한세대를 마쳤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록들은 1960년 노다가 발견한 진딧물(Rhopalosiphum prunifolia)의 일생에는 미치지 못했다. 어느 곤충의 일생이 가장 짧을까 하는 것을 과학자들이 연구하는 목적은 살충제를 만들기 위해서다. 한세대가 짧은 곤충일수록 번식능력이 높고, 살충제에 대한 저항력도 높다고 한다. 짧은 일생을 보내는 진딧물의 경우 환경변화에 적응하는 능력과 살충제에 대한 저항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가장 오래사는 곤충은 무엇일까. 흔히 사람들은 매미를 생각한다. 1907년 마래트의 보고에 따르면 매미 중에는 17년 동안 애벌레로 지내는 것들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1962년 스미스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나무에 구멍을 내는 딱정벌레(Buprestis aurulenta)는 51년만에 애벌레의 모습을 벗고 성충이 됐다. 이 딱정벌레야말로 현재까지 가장 오래사는 곤충인 셈이다. 물론 환경에 따라 이 딱정벌레 중에는 26년만에 성충이 된 것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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