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발목 잡는 금연정책

#1 의과대 교수 A씨는 실내 흡연을 금지하는 조례 제정을 위해 보건소장을 면담했다. 제안을 들은 보건소장이 물었다. "교수님, 그런데 그러다가 세수가 줄어들면 어떻게 합니까?" #2 보건복지부는 올해부터 생애 주기별로 건강수요를 미리 파악해 국민건강을 증진시키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담뱃값을 올려야  고 흡연자가 담배를 사야 한다. 흔히 흡연은 세금을 피우는 일이라고 한다. 2500원짜리 담배를 보면 담배소비세 641원, 지방교육세 321원, 국민건강증진기금 354원이 부과된다. 담배소비세.지방교육세는 지방자치단체로 귀속되고, 국민건강증진기금은 복지부 사업의 주요 재원이다. 가장 큰 국민건강 저해 요인은 흡연이다. 사망원인 1위인 암의 30%, 2위인 뇌혈관질환의 26%, 3위인 심장질환의 41%가 흡연 때문에 발생한다고 한다. 보건소나 복지부에서 만성질환을 예방하려면 일차적으로 흡연율을 낮춰야 한다. 그러나 그 사업을 위해선 국민이 담배를 피워야 한다. 중요 재원이 담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괴이한 역설이 우리나라 금연 정책의 발목을 잡고 있다. 많은 보건소가 금연 사업을 하고 있지만, 지역사회에서 흡연율 목표를 정하고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보건소는 찾아보기 어렵다. 실제로 흡연율이 낮아지면 지방재정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복지부 금연 정책도 뜨뜻미지근하다. 정말로 담배 폐해를 막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방법은 간단하다. 지금 국회에 입법 청원돼 있는 '담배 제조 및 매매 등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키면 된다. 하지만 복지부는 어떤 노력도 하고 있지 않다. 가장 확실한 방법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복지부의 애매한 입장은 간접 흡연에서도 나타난다. 복지부는 최근 '담배는 보이지 않는 폭력입니다. 지금 말하세요'라는 공익광고를 만들었다. 그러나 담배가 타인에 대한 폭력이라면, 우선 법률로 공공장소 및 실내에서의 흡연을 일절 금지시키면 된다. 캠페인은 그 다음이다. 오는 31일은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금연의 날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000만 명이 넘는 흡연자가 자신의 몸과 타인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국가 기관들이 담배와의 전쟁에 보다 적극 나서게 하려면 담배에서 거둬들인 세금으로 정책을 수행하는 역설적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