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녀와 대화하는 기술
짧게 말하고 행동으로 보여라
'빠름'에 익숙하고 단답형 대화를 즐기는 요즘 아이들에게 부모의 긴 이야기는 단지 '설교'에 불과하다. 게다가 아이들은 근본적으로 부모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인생 선배로서 충고를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접근하면 아이를 설득하기 어렵다. 아무리 중요한 이야기라도 반복하거나 길게 말하면 아이는 지루해할 뿐이다. 이럴 때는 명령형보다 부모의 생각을 전달하는 방법으로 대화하고, 부모가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좋다. “왜 이렇게 늦게 들어왔어?”라고 소리치면 아이는 당연히 부모에게 혼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안 들어와서 너무 놀랬다”라고 이야기하면 자녀도 충분히 부모의 마음을 헤아린다.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들어라
부모와 대화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어쩌다 한번 입을 열어도 대개 자기 주장이나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보통의 부모는 답답한 나머지 아이의 말을 중간에 끊고 일방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만 하기 일쑤다. 하지만 모든 인간관계가 그러하듯 부모 자식 사이에서도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나서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는 것이 좋다. 아이가 두 마디 할 때 한 마디만 한다는 심정으로 참고 들어줘라.
경청하고 있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라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적절한 시점에 맞장구를 치면서 관심의 뜻을 전달해야 아이도 신이 나서 자기 표현을 한다. 그와 동시에 '사실 엄마도 예전에 그랬어'라고 말하며 비슷한 고민을 한 적이 있음을 내보이면 동질감을 느껴 더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게 된다. 만일 다른 일을 하면서 무심하게 대화하거나 대꾸를 하지 않으면 아이 입장에서는 부모가 자신을 거부한다고 느껴 마음의 문을 더 닫는다.
외모나 옷 스타일로 잔소리하지 마라
어린 자녀들에게는 외모가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큰 척도다. 특히 사춘기에 접어들면 옷차림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겉멋만 들었다'고 다그치거나 '옷차림이 그게 뭐냐'고 혼내면 자녀는 부모와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느끼게 된다. 부모들도 사춘기 시절 자신의 부모와 외모로 갈등을 빚은 적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한 번에 하나의 주제만으로 대화해라
대화를 하면서 갑자기 지나간 이야기를 하거나 다른 주제로 화제를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경우 대부분 아이는 까맣게 잊고 있던 과거의 잘못을 꺼내게 된다. 그럴 경우 자녀는 현재의 문제에 집중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부모를 '아무 때나 옛날 얘기 꺼내서 화만 내는 사람' 혹은 '잔소리꾼'으로 여기게 될 위험이 있다.
■ 자녀를 혼낼 때 절대 하면 안 되는 말
하지만 언제나 자녀와 따뜻한 대화만 주고받을 수는 없다.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분명 자녀의 잘못을 지적해야 할 때도 생기고, 때로는 강하게 질책해야 할 상황도 생길 수 있다.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것과 혼내지 않는 것은 분명 별개의 문제다.
자녀를 혼낼 때는 가장 먼저 '질책이 정말 필요한 순간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아이가 잘못을 저지른 순간 반사적으로 혼내는 행동은 충동적인 체벌, 나아가 자제력을 잃은 체벌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흥분한 상태에서 혼을 내면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벌을 줄 수도 있고, 잘못된 점을 차분히 알려줄 수 있는 시간을 빼앗길 수도 있다.
자녀의 행동이 분명 잘못되었다고 느끼더라도 무조건적인 설교나 비판보다는 부모의 느낌이나, 그 행동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결과를 말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엄마가 보기에는 이렇게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은데 네 생각은 어떠니?'라고 말해주거나 '자꾸 그렇게 하면 다른 사람들이 불편해질 것 같은데 그래도 계속하고 싶니'라고 질문을 던져 자녀가 스스로 판단하게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아이에게 모욕감을 주는 언행을 하거나 부모가 화난 이유를 설명해주지도 않고 무조건 다그치는 것 역시 나쁜 방법이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부모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어떤 행동이 바람직한 것인지, 아닌지를 하나하나 가르쳐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사춘기에 이른 자녀들은 부모가 보육자 역할을 하려들면 잔소리로 생각하고 쉽게 반항해 대화가 단절되는 경우가 많다. 이 시기에는 자녀들의 잘못을 지적할 때 반드시 피해야 하는 말들이 있다.
열등감을 부추기는 말
“너는 왜 이것밖에 못하니?”, “왜 그렇게 쓸데없는 짓을 해?”, “○○이네 애들은 안 그러는데 너는 왜 그러니?”와 같은 말들은 자녀로 하여금 깊은 열등감을 갖게 만든다. 특히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는 말은 경쟁심을 유발하기보다는 모욕감을 심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자녀를 비꼬는 말
“네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어디 또 그렇게 해봐” “네가 퍽이나 잘하겠다”라는 말들은 단어가 내포한 뜻과는 다른 의미로 쓰여 상대를 비꼬는 말들이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라면 대부분 저런 말들이 실제 문자적인 의미와 다른 의도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세상에 잘못을 지적하는 것보다 비꼬는 것이 더 괜찮다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억압하거나 명령 혹은 협박하는 말
“너 이거 꼭 해야 돼”, “이거 안 하면 그거 안 해줄 거야”와 같은 말은 자녀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기회를 애초에 막아버린다. 부모의 눈에는 아직 어린아이로 보이겠지만, 자녀들은 이미 성숙해서 자기 일을 스스로 고민하고 판단할 줄 안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아이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지 무작정 결정을 내리고 그것을 하도록 강요하는 일이 아니다. 그 밖에 “몇 시까지 다 해놔” “오늘은 몇 시까지 공부해”와 같은 명령형 어투도 자율적인 판단을 가로막을 수 있다.
부정적인 예언이나 포기를 암시하는 말
“어디 며칠이나 가는지 두고 보자” 혹은 “지키지 못할 말은 하지도 마”라고 말하면 자녀는 모처럼 의욕적으로 계획을 세워놓고 시작도 하기 전에 김이 새어버린다. 신중한 언행을 하도록 가르치는 것은 좋지만, 애초부터 자녀의 계획을 무시하거나 무작정 '지키지 못할 일'로 치부하는 것은 자녀의 능동적인 판단을 저해하는 지름길이다.
자녀가 고집을 부리거나 부모의 성에 차지 않는 행동을 할 경우, 누구라도 무심코 자녀에게 좋지 않은 말을 던질 수 있다. 물론 그 의도는 잘못된 행동을 고쳐주고 싶기 때문이겠지만, 아이들로서는 '부모가 나에게 화풀이 한다'라는 생각만 갖게 만든다. 이런 경우 자식과의 관계가 더 악화되기 쉽다. 별 뜻 없이 화가 나서 던진 말이라도 아이는 가슴 깊이 상처가 되고, 그로 인해 행동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항상 떠올려야 한다.
아이 혼낼 때 이런 모습은 보이지 마세요
▶ 고함지르기 종종 자제력을 잃고 큰 소리로 아이의 이름을 외치거나 화를 낸다면, 혹은 욕을 한다면 일시적으로 아이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는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자녀의 화를 더 돋게 하고 부모에 대한 존경심을 잃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화를 내는 상황이 더 많이 잃어나게 된다.
▶ 심하게 때리기 적당한 체벌이 필요하다고 믿는 사람도 많지만, 단지 부모의 생각이 올바르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매를 들면 결국 아이의 마음에 분노감을 쌓이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 불행한 모습을 보이기 자녀의 잘못으로 인해 부모가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을 고의로 보여주면서 아이를 컨트롤하려고 한다면 이 역시 주의가 필요하다. 아이들로 하여금 자칫 '부모를 기쁘게 하지 못한다'는 자괴감과 죄책감을 갖게 만들 수 있다
▶ 남의 탓 하기 부모가 혹시 자신의 잘못을 아이나 배우자에게 돌리고 있지는 않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모습을 보이면 자녀 역시 책임을 회피하는 방법만 배우게 되고, 감당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일은 쉽게 포기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
▶ 공포 분위기 조성하기 아이가 필요 이상으로 부모를 두려워하면 정서적으로 불안해지고 자신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꺼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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