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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디자인 및

패션 디자이너 트로아 조의 삼성동 집 ..

by 현상아 2006. 11. 22.

패션 디자이너가 직접 꾸민 집

디자이너 트로아 조(66)의 집은 개성 있는 그의 패션 스타일만큼이나 특별한 아름다움이 구석구석 숨어 있다. 삼성동 트로아 조 의상실 건물의 꼭대기에 위치한 그의 개인 공간은 건물 한 층을 벽 없이 그대로 사용하는 원룸 구조로 되어 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널찍하게 펼쳐진 거실이 한눈에 보여 탁 트인 공간에서 오는 편안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전체 벽면을 화이트 컬러로 통일하고 좋아하는 그림으로 집안 곳곳을 장식해 마치 갤러리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인테리어 전문가의 도움 없이 직접 꾸몄다는 그의 집 컨셉트는 ‘트로아 조만의 개성이 담긴 편안한 공간’. 그래서인지 오래전부터 사용하던 가구들을 그대로 들여놓았다. “가구들은 워낙 오래된 것들이라 어디서 샀는지 물어봐도 잘 몰라요. 젊었을 때 앤티크에 심취한 적이 있었거든요. 대부분 그 당시에 구입한 것들이니 보통 20년에서 40년 정도는 족히 넘죠.”

01_ 심플한 화이트 소파, 유럽 앤티크 체어와 한국식 궤짝, 다양한 색상의 쿠션이 어우러져 개성 있는 분위기를 풍기는 거실.

02_ 중국식 약장과 유럽 앤티크 소품이 놓여진 현관 입구 전경.

03_ 현관 왼쪽 편의 자투리 공간인 층계참에 책꽂이를 만들어 모든 서적을 정리해놓았다. 한국 궤짝을 콘솔로 활용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공간.

01_ 거실 한쪽에 위치한 다이닝룸. 중국 앤티크 식탁과 유럽식 촛대가 어우러져 멋스러움이 묻어난다. 허전한 벽면에는 남동생이 그린 그림을 걸어 갤러리에 와 있는 느낌이 들도록 꾸몄다.

02_ 주방 입구와 연결되는 공간에는 대나무로 바를 만들고 의자를 놓아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03_ 바 안쪽에는 다양한 종류의 그릇과 냄비, 앤티크 소품을 진열해놓았다. 평소 손님을 초대해 요리하는 것을 즐긴다는 그는 많은 양의 요리를 할 수 있도록 크기가 큰 냄비와 수십 개의 접시, 그릇들을 준비해놓았다.

여느 집과는 다른 독특함이 배어나는 곳

공간마다 각국의 다양한 가구들을 모아 색다른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그만의 집꾸밈 노하우. 침실은 영국 앤티크 침대와 중국 앤티크 파티션, 한국 고가구를 어우러지게 놓아 꾸몄다. 널찍한 거실의 한쪽에는 중국 앤티크 식탁과 한국식 장식장을 놓아 다이닝룸으로 사용하고 있다. 거실 중앙은 여러 개의 서로 다른 디자인과 컬러의 소파가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화려하고 과감한 애니멀 프린트 쿠션, 심플한 화이트 패브릭에 잔잔한 플라워 프린트 수가 놓여진 쿠션 등 다채로운 쿠션으로 공간의 허전함을 메웠다.

다이닝룸 반대편 거실에는 동남아시아의 카페를 옮겨놓은 듯한 바를 만들었다. 그 옆으로는 욕실이 위치해 있는데, 한국식 전통 문짝을 달아 입구로 활용하고 이동식 욕조와 그림 등을 매치해 유럽식 스타일로 꾸몄다.

04_ 동남아의 리조트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침실. 침대는 그가 40년간 사용한 영국 앤티크 제품으로 미국에서 구입한 것. 침대 옆쪽에는 중국 앤티크 파티션을 놓고 그 뒤쪽의 자투리 공간을 드레스룸으로 활용하고 있다.

05_ 패션 디자이너다운 감각이 물씬 배어 있는 빈티지풍 드레스룸. 다양한 종류의 신발과 옷, 모자, 가방을 종류대로 빼곡히 정리해놓았다.

06_ 침실 한쪽의 코지코너에는 그의 추억들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옛날 사진들을 액자에 담아 한데 모아놓았다.

그의 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화려한 색감이 돋보이는 그림들이다. 안방, 거실, 현관, 욕실 등에 걸려 있는 작품들은 모두 그의 집에 독특한 색깔을 더해준다. 이 화려한 그림들은 그의 남동생이자 프랑스에서 화가로 활동했던 조홍렬씨의 작품들이라고.

“워낙 그림을 좋아해요. 특히 남동생 그림이 제 마음에 쏙 드는 데다가 이 집 분위기와도 어울려 여기저기 장식해두었어요. 남동생이 병으로 세상을 떴기 때문에 더 이상 그의 그림을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어 안타까워요.”

맨 꼭대기 층이라 현관 입구의 옆쪽으로 층계참이 있다. 이 자투리 공간에 책꽂이를 만들어 자료를 모아두는 서재로 활용하고 있다. 패션과 관련된 전문 서적이 대부분이지만 미국에서 살면서 모아둔 웨스턴 부츠며 모자 등의 앤티크 소품도 함께 장식해두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층계참에는 중국식 약장을 두고 주변을 양초와 앤티크 소품들로 장식했는데 지금도 가끔씩 보면서 미소를 지을 정도로 그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01_ 한국식 전통 문짝을 떼어 욕실문으로 활용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욕실 안쪽에는 잔잔한 플라워 벽지를 바르고 러그를 깔아 물기 없이 깔끔한 욕실로 꾸몄다.

02_ 유럽풍의 이동식 욕조와 이국적인 소품들. 장식품 하나하나까지 신경써서 배치한 것이 눈에 띈다.

03_ 수건은 서랍 속에 두지 않고 차곡차곡 개어 고가구에 올려두었다. 욕실에도 그림 액자를 놓아 부드럽고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냈다.

04_ 집에서 휴식을 취할 때 찾는 베란다. 푹신한 의자와 소반을 두고 화초를 매달아 편안하게 꾸몄다. 키 낮은 병풍과 조명, 벽장식이 멋스러움을 더한다.

05_ 거실 한쪽, 햇볕이 잘 드는 창가에 책상을 두어 책을 읽는 공간으로 활용한다. 책상 대신 이동식 탁자와 한국식 책장을 매치해 그만의 감각을 살렸다.

꽃과 화초, 양초가 어우러진 편안한 공간

그의 집에는 ‘요즘’ 것이 단 하나도 없다. 가구도 모두 오래된 것들이고, 소품 하나 장식품 하나까지 새로 장만한 것이 없다. 집안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화초 역시 모두 10년 이상씩 된 것들. 죽어가는 것을 정성 들여 살려내 10년 넘게 가꾸고 있다. 집안에는 오래된 화초뿐 아니라 싱싱한 생화가 매일 장식되어 있다. 워낙 꽃을 좋아해 구입해오는 경우도 있지만 앞뜰 정원에서 직접 키워 꽃꽂이에 활용하기도 한다고. 또 모든 공간에는 양초를 놓아 언제든 켜두고 생활한다. 침대 옆과 식탁 위는 물론 거실 소파 옆, 베란다, 주방, 욕실까지 양초가 놓여져 있지 않은 공간이 없을 정도.

“집은 저의 유일한 휴식 공간이에요. 집에 오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쉬어요. 그때 가장 좋은 것이 바로 양초를 켜두는 거예요.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안정감이 들죠.”

사실 그가 꿈꾸는 집은 소박한 전통 한옥집이라고 한다. 궤짝으로 찻상을 삼고 전통 문짝으로 온 집안의 문을 달고, 멍석을 깔아놓고 신발을 신고 돌아다닐 수 있는 집이 바로 그가 생각하는 미래의 공간. 지금은 바쁜 생활 탓에 실천에 옮길 수 없지만 언젠가는 꼭 그런 집에서 살고 싶은 것이 그의 작은 소망이다.

 

출처-여성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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