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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이모저모/자연·풍경 여행 및

춘천 의암호 일주로

by 현상아 2006. 11. 25.

춘천 의암호 일주로

어떤 이는 11월을 일러 ‘안개가 수목(樹木)에 감기고 말의 기침이 거리에 하얀 꽃을 피우는 때’라고 했다. 이런 계절에는 실연의 쓰라린 가슴을 안은 채 이른 새벽 연인의 집 앞에 서서 이별을 고하고 먼 방랑의 길을 떠난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가 생각난다. 

가을이 깊어가는 의암호
춘천은 11월의 그 적막한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안개와 호반, 덜컹이는 경춘선, 북한강...그래서 그곳에서는 고독마저도 감미롭다. 

서울에서 춘천을 잇는 길인 국도 46번은‘경춘가도’로 유명한 곳. 한때 사랑에 빠졌던 젊은이치고 영 숙맥이 아닌 다음에야 경춘가도의 낭만어린 그 여로에 한 두 토막 얽힌 추억이 없는 이가 있을까. 이제는 연륜처럼 살이 붙고 짜증과 권태가 각질처럼 굳어버린 이들도 한때는 이곳에 방목시킨‘우리 기쁜 젊은 날’이 있었으리라. 

추억의 그곳으로, 코트 깃을 올리고, 먼 방랑의 길을 떠나는 나그네가 되어 떠나보자. 이 11월이 가기 전에. 

흔히 춘천을 말할 때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수식어가 ‘호반의 도시’다. 그도 그럴 것이 웬만한 고장에서는 도를 통틀어 하나 있을까 말까한 댐이 이곳에는 셋씩이나 되고, 그로 인해 생겨난 호수가 춘천을 빙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강 상류를 막아서 생긴 춘천댐과 춘천호, 의암댐이 만들어지면서 생겨난 의암호, 동양 최대의 사력댐인 소양댐의 축조로 만들어진 소양호 등이 그들이다.  

이중에서 의암호는 북쪽으로 춘천호와 이어져 있고, 동북쪽으로 소양호와 이어져 춘천 시가지의 서쪽을 감싸고 있는데, 명실공히 호반 도시 춘천의 명성을 말해 주는 곳이다. 

호반로를 따라가면
1989년 서면 가도가 뚫리면서 이 일대는 베스트 여행지로 떠올랐다. 의암댐에서 춘천댐에 이르는 의암호 서쪽길 약 19km에 걸쳐 펼쳐지는 호반로는 그야말로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 넓은 호수를 옆에 끼고 구불거리는 산허리를 돌아 달리는 길은 더없이 멋스럽다. 때론 깎아지른 벼랑이 병풍처럼 이어져 손에 땀을 쥐게 하는가 하면 영화속에나 나올법한 멋진 카페들이 곳곳에서 발길을 잡는다.

의암호에 떠 있는 작은 섬 위도, 중도와 붕어섬의 경관도 그림처럼 아름답다. 새벽녘이면 물안개가 피어올라 분위기는 더욱 몽환적이다. 잔잔한 호수에 비친 섬 그림자, 길 잃은 철새가 끼룩대며 날고, 임자 없는 쪽배가 발목이 묶인 채 바람이 불 때마다 몸을 뒤척인다. 

젊은이의 섬으로 불리는 중도는 아름다운 숲길과 잔디밭, 자전거길이 유명하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그곳의 분위기도 더욱 깊고 그윽해진다. 

의암호는 공지천과도 이어진다. 공지천은 춘천의 관문으로, 외지에서 춘천을 찾은 젊은 여행객에게 가장 인기가 많다. 공지천 주변에는 조각공원, 분수대, 보트장, 고수부지, 야외공연장, 정조대왕도하주교, 전적기념관, 어린이회관, 이디오피아참전기념비 등이 있다. 이 기념비는 6·25 때 '카그뉴'대대 가 화천,철원지구 전투에서 112명이 전사하고 536명의 부상자를 낸 참전 기념비다. 

의암호와 연결된 공지천에는 두둥실 백조 보트가 떠 있다. 한가롭게, 평화롭게 떠 있는 백조 보트는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호반의 낭만이 시작된 그날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떠 있다. 의암호의 낭만이 사라지지 않는 한, 앞으로도 그 풍경은 변함없이 이어지리라. 

춘천의 관문인 공지천
*가는 요령  

서울에서 망우동 고개를 넘거나 워커힐 강변로를 따라 구리시 교문동 사거리 - 미금시 도농삼거리에서 좌회전해 46번 국도를 탄다. 마치터널-마석- 청평 - 가평 - 강촌을 지나면 의암대교 전에 우측 차선을 이용해  화천·의암댐 방향으로 진입한다. 의암댐에서 직진하면 의암호 관광도로와 연결된다. 삼거리에서 의암댐 위로 놓인 신연교를 지나 4.4km 정도 가면 공지천유원지 입구에 이른다. 



*맛집

춘천의 별미는 단연 막국수와 닭갈비. 이제는 고유명사가 될 정도로 전국적으로 이름난 춘천막국수는 후평동 로터리에 있는 부안막국수집(033-254-0654)이 전통을 자랑한다. 매콤하고 달콤한 닭갈비를 맛보려면 춘천시내 명동 뒷골목을 찾아갈 것.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닭갈비집들이 모여 있다. 춘천댐 매운탕골도 유명. 서면가도(의암호 관광도로)가 끝나는 지점인 춘천댐 주변에 민물 매운탕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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