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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이모저모/사랑과 진실

자위의오해와 진실

by 현상아 2006. 12. 22.
 

남쪽 지방 사람이 서울로 전근해와 자취방에 사는데 섹스 문제를 문의했더니 와이프하고 지낼 때보다 더 빈도가 높아졌다고 대답했다. 요즘 여성들의 프리섹스 경향을 암시하는 중요한 대목이다. 하지만 프리섹스 시대가 왔다고 해서 마스터베이션이 거의 사라졌을 것이라고 믿으면 그것은 착각이다.

 

 

외국의 어느 조사에 따르면 프리섹스가 우리보다 한 수 위 격인 유럽에서 고임금 시대에 접어들수록 자위행위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최근 죽음의 질환, 에이즈가 만연하고 있는 터에 매춘을 통한 욕구 충족의 위험성을 통감한 결과라고 학자들은 분석했다. 정신적 교류가 없으며 상대방의 체온을 느끼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성기의 마찰에 의해 쾌감을 느끼고 경련을 일으키며 정액을 배출, 성적 긴장을 해소하는 방법인 자위는 남녀간의 성교와 조금도 다를 바 없다. 그런데도 남녀가 자위로 만족하지 않고 성교와 같은 번거로운 행위를 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이 점에 관해 일찍이 성의학자 로레텔은 자위에는 다음과 같은 여섯 가지 유해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첫째는 섹스에서 빼어놓을 수 없는 요소라고 지적되는 상상의 작용을 자위는 필요로 하며, 둘째 빈번하게 행할수록 피해가 커지며, 셋째 어린 시절에 개시되므로 발육에 지장이 있으며, 넷째 성격을 변화시키고, 다섯째 그것을 행하는 후 욕구 충족이 불만스럽고 후회가 따르며, 여섯째 자위 후 생기는 피로가 성교 뒤의 그것보다 크다는 것 등이다.

그러나 비뇨기과학적 이론에 입각해 볼 때 이 이론은 현대의학과 합치되지 않는 점이 너무나도 많다.

엄밀히 따지자면 자위행위를 하면서 남녀의 대부분이 자기가 마음속으로 동경하는 여성 또는 남성의 이미지를 상상력을 동원해 떠올리기 때문에 중추신경계의 부담이 크다는 주장은 억지다. 왜냐하면 신경학적 지식의 기초 위에서 보면 상상력에 의해 소모되는 신경 에너지는 별것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교를 하게 되면 그보다 커진 육체적 부담에다 심리적 격동도 자위 때보다 훨씬 커진다.

둘째, 자위행위는 파트너가 필요 없는 단독 행위이므로 성교 때보다 그 빈도가 높아질 가능성을 가졌다. 그러나 킨제이 보고서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인간은 10대가 끝날 무렵을 정점으로 독신시절에 성욕과 정액 배출의 욕구가 절정을 이뤄 그 욕구를 다스리기가 결코 쉽지 않다.

셋째, 자위가 성교보다 좀 더 이른 시기에 경험되는 것은 사실이나 그 정도가 지나치면 섹스에 필요한 신경구조의 완성도에 발육장애가 생긴다는 학설이 있다. 즉 신경의 흥분 감당 능력이 낮아서 조루가 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조사에 따르면 성인이 되어 성기능 장애를 초래하는 예는 극히 드물고, 여기서 문제가 되는 조루는 마스터베이션을 안 한 사람에서도 높은 비율로 나타난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넷째, 성격을 변화시킨다는 문제는 생리학의 과제가 아니라 심리학에서 고찰하지 않으면 안 되는 대상이다. 자기애(自己愛)가 강해져서 사회생활에 중대한 지장이 생길 수도 있고 이성에 대해 무관심해지고 동성 간에도 이기적이 돼 고립무원을 초래하기가 쉽다는 주장이 있으나 학계의 정설은 아니다.

다섯째, 훗날의 불만과 후회라는 것도 잘 분석해 보면 정신적 애정의 교류가 없는 생리적 쾌감만의 허무함으로 인해 생기는 비애 같은 것이다. 그러나 자위의 공과는 대개 정신적 영향의 유무에 의해 초래된다고 볼 때 자기가 어떻게 하는지 그 방법에 성패가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여섯째, 섹스나 마스터베이션이나 공히 신경계에 미치는 피로는 마찬가지이고, 육체적 부담도 15칼로리 수준이므로 개의치 않아도 된다.

예부터 자위를 대열(大悅)이라고 했는데, 대(大)자를 분해하면, '一+人'이 되므로 곧 혼자만의 기쁨이란 뜻이고, 성교는 천열(天悅)이라고 해서 두 사람(二+人)이 누리는 기쁨이라는 뜻이다. 이 말 속에는 자위와 성교의 차이가 함축성 있게 내포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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