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만사 이모저모/좋은글·시 및

하얀 찔레꽃

by 현상아 2007. 1. 9.


◈ "하얀 찔레꽃"  ◈ 
하얀 찔레꽃이 맑게 필 때면 바람을 타고 다가오는 풋풋한 향기가 있습니다. 소중한 것이 곁에 있을 때는 잘 모릅니다. 정말 소중한 것은 이별을 했을 때 아주 깊게 다가오는 것인가 봅니다. 유년시절 맛나게 먹던 찔레줄기도 따먹으며 약간은 떫기도 한 그 맛이 ... 참 행복했습니다. 비가 한 차례 내린 후 숲에 들어갔습니다. 필요한 만큼만 몸 속에 남기고 내어 놓음으로써 영롱한 보석을 만들어 가는
찔레의 이파리를 보며 
삶이란 이렇게 살아야 아름다운 것이구나 
감탄하게 됩니다.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 날 하나씩 따먹었다오/
엄마 엄마 부르며 따먹었다오 
밤 깊어 깜깜한데 엄마 혼자서/
하얀 발목 바쁘게 내게 오시네 
밤마다 보는 꿈은 하얀 엄마 꽃/
산등성이 너머로 일렁이는 꿈 
가을밤 외로운 밤 벌레우는 밤/
초가집 뒷전이 어두워지면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 흘리다/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헵니다  

찔레순은 하나 꺾어 아이들에게 나누어주고
구전되는 찔레꽃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찔레꽃 이야기는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단다. 
그때 우리나라는 힘이 약해서 몽골족에게 
일년에 한번씩 예쁜 처녀를 바쳐야만 했단다. 
찔레라는 이름을 가진 
예쁘고 마음이 착한 소녀가 있었는데 
그는 다른 처녀들과 함께 몽고로 끌려가서 
그곳에서 살게 되었단다.

찔레꽃에 관한 이야기나 문학작품들은 
가만히 보면 어떤 "슬픔"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찔레의 꽃말도 "고독"입니다. 
"주의가 깊다"는 꽃말도...  
그래서인지 찔레를 볼 때에는 여느 꽃들을 볼 때보다 
엄숙해 지고, 마음이 착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해가 막 떠오를 무렵 보리밭 돌담에 
소담스럽게 피어있는 찔레꽃들을 담았습니다. 
찔레는 끊임없이 기댈 곳만 있으면 
기대어 하늘로 향하는 꽃입니다. 

찔레 중에 붉은 찔레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확인 할 수는 없었고, 
단지 몽우리는 분홍빛이 완연하고 피어나면 
은은한 분홍빛을 띠다가
 
이내 하얀 찔레가 되는 찔레는 만났습니다.

욕심 같아선 봄이라는 계절을 붙잡아 두고 
천천히 걸어가며 봄의 모든 속살들까지 
보고 싶지만 천천히 가는 듯 하면서도 
감히 
그 자연의 발걸음을 좇아갈 수 없습니다.

* 음악: 찔레꽃 - 이은미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