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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이모저모/좋은글·시 및

하쿠조와 여우

by 현상아 2007. 2. 4.

 

                                           

 


 하쿠조 선사가 법문을 승려들에게 설할 때 한 늙은이가 그중에 끼어

듣곤 하였는데 그는 승려들에겐 보이지 않았다.  법문이 끝나 승려들이

떠나면 그도 떠났다.  그러던 어느 날 승려들 모두가 떠났는데도 그 늙은이는

남아 있었다.  이에 하쿠조 선사가 물었다.

“당신은 누구시오?”

그러자 그 늙은이가 말하길, “전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나 카샤파 부처께서

이 세상에서 법을 설하실 땐 사람이었습니다.  저도 선사였으며 이 산에서

살았습니다.  그 시절 제 제자 중에 하나가 깨달은 사람도 인과 법칙의 적용을

받는지 아닌지를 물었습니다. 

전 그때 ‘깨달은 사람은 인과 법칙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절대에의

집착을 드러내는 그 대답으로 말미암아 전 오백 번 여우로 환생했고 지금도

그러한 채로 있습니다.  당신은 이 상태에서 절 구해주 실 올바른 대답을 알고

계십니까?  이 여우의 몸에서 벗어나게 해주실 수 있습니까?  자 이제 당신에게

묻겠습니다.  깨달은 사람은 인과 법칙의 적용을 받습니까?“

하쿠조 선사가 말했다.  “깨달은 사람은 인과 법칙의 적용을 받는다.”

하쿠조 선사의 말에 늙은이는 깨달았다.  “이제 자유로워 졌구나.” 늙은이는 이렇게

말하며 큰 절로 경의를 표하였다.  “전 이제 더 이상 여우가 아지만 제가 살던 이 산속

의 거처에 여우의 시체를 남겨 두었습니다.  승려의 대우로 그 여우를 화장해주면

고맙겠습니다.“  그러곤 그는 사라져버렸다.

다음 날 하쿠조 선사는 승려의 장례식을 준비하라고 제자들에게 수좌(首座)를 통해 일렀다.

“절 안엔 아무도 아픈 사람이 없는데 스님이 왜 저러실까?”  승려들은 궁금해 하였다.

날이 저물어 갈 즈음 하쿠조 선사는 승려들을 이끌고 산 주변을 돌았다.  어떤 동굴에

이르자 선사는 주장자로 늙은 여우의 시체를 가리켜 보였고 이에 제자들은 장례식을

거행했다.  


Zen Flesh, Zen Bones / Paul Reps

 

Good Actual Condi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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