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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이모저모/다큐멘터리 및

동아시아 고대사의 진·실·찾·기

by 하공별자함 2007.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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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동아시아 역사분쟁…’국제학술회의 요지

중국의 동북공정, 한·일간 독도 분쟁, 일본의 새 역사교과서 문제….

오늘날 동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사·영토 분쟁은 명확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한·중·일의 첨예한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갈등 와중에도 진실을 규명하려는 연구는 계속되고 있으며, 동아시아 3국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으려는 노력도 만만찮다. 12~13일 이틀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1세기 동아시아 역사분쟁과 지역공존’ 주제의 국제학술회의에선 이와 관련, 주목할 만한 연구결과들이 발표돼 관심을 끌었다. 동국대 건학 10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개최된 이번 학술회의엔 한·중·일을 비롯, 6개국 23명의 학자들이 참여했다. 이날 행사에서 특히 주목받은 참가자들의 발표 요지를 소개한다.

# 동북공정의 허구성

고구려가 중국의 지방정권이었다는 중국측 주장에 대해 5세기 초 고구려인들이 중국대륙과 명확히 구별되는 공간에 독자적인 세계를 설정했다는 논증이 제기됐다. 여호규 한국외국어대 사학과 교수는 ‘광개토왕릉비에 나타난 대중(對中)인식과 족속(族屬)인식’에 대한 연구 결과 “고구려는 5세기 초반 중국의 왕조와 다양한 외교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신들이 설정한 범주 내에서 독자적인 천하질서를 구축했다”면서 “그 공간 범위는 현재의 요하 동쪽 지역”이라고 밝혔다.

여 교수는 또 고구려를 구성한 주민집단의 족원(族源)에 대해 “고구려인들은 자신들을 맥족(貊族)으로 인식했다”면서 “이는 만주 중남부와 한반도 북부에 널리 분포하던 예족(濊族)의 일원으로 고조선, 부여, 옥저, 동예 등과 동일한 계통의 족속”이라고 단정했다. 즉, 예족에서 분화한 고구려 주민은 자신들을 맥족으로 설정한 다음 주변의 여러 족속을 아우르는 다종족국가를 추구했다는 것. 따라서 현재나 과거의 영토를 기준으로 고구려사를 중국사로 편입하려는 중국학계의 논리는 고구려 당대인의 시각에서 보더라도 성립할 여지가 없다고 여 교수는 결론내렸다. 이와 관련, 쑹청유(宋成有) 베이징(北京)대 역사학과 교수는 ‘당나라 시대의 동북아시아 국제질서의 기본관계’라는 제목의 기조강연에서 “서기 618∼668년 50년 동안 동북아 지역의 기본적인 구조는 당과 신라, 일본과 백제의 두 진영이 병존하면서 고구려만 독자적으로 동맹을 결성하지 않았다”면서 “당·신라 연합의 주요 목적은 고구려를 협공하고 백제·일본을 위협하고자 하는 것이었으며, 백제·일본 연합의 기본 목적도 신라를 제압하고 고구려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견해는 고구려의 역사가 중국의 역사가 아니라 ‘외국의 역사’임을 인정한 것이어서 특히 주목된다.

# 일본 최고위급 공문서 ‘독도는 일본과 무관’ 밝혀

호사카 유지(保坂祐二) 세종대 교수는 ‘독도문제와 한·일관계’라는 주제의 발표를 통해 “일본 태정관 지령문(1877년)을 분석한 결과 독도가 한국 영토임이 명백히 드러났다”면서 이에 대한 상세한 연구결과를 밝혔다. ‘태정관 지령문’이란 일본 메이지시대의 최고 국가기관이었던 다조칸(太政官)이 독도와 울릉도가 일본 영토인지 여부를 조사한 뒤 1877년 3월 내무성과 시마네(島根)현에 지시한 공문서.

일본 내무성이 1876년 대대적인 지적(地籍) 조사를 하면서 울릉도·독도 문제가 중요함을 인식하고, 태정관에게 최종 결정을 내려달라고 자문한 결과 태정관은 ‘일본해내 다케시마 외일도(外一島)를 판도외(版圖外)로 정한다’는 공문서를 내려보냈다. 지금까지 다케시마가 울릉도를 지칭한 것은 인정돼 왔으나 ‘외일도’의 실체를 놓고 논란이 벌어져 왔다. ‘외일도’가 독도를 정확히 지칭하는지 확실치 않았던 것.

호사카 교수는 이와 관련, 태정관과 내무성, 시마네현이 주고받은 문서를 전반적으로 검토·연구한 결과를 상세히 발표하면서 외일도는 독도임이 분명하다고 증명했다. 따라서 ‘태정관 지령문’은 “울릉도와 외일도(=독도)는 1690년대 조선인이 울릉도에 입도했을 때 틀림없이 조선의 영토이므로, 이 두 섬은 모두 일본과 관계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러므로 울릉도와 외일도, 즉 독도는 일본과 관계없음을 명심하라”는 뜻이라고 결론내렸다.

#일본 ‘새 역사교과서’는 ‘환상’

재일교포 사학자인 이성시(李成市) 와세다(早稻田)대 교수는 지난 1997년 결성된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의 성격에 대해 “기존의 보수파 운동과는 거리를 둔 곳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난 대중운동이라는 측면이 있다”면서 “평균 연령이 30대 후반∼40세인 참가자들은 일본 중간층의 불안을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새역모의 구성원은 보수계 내셔널리스트였던 연장자와 정체성의 불안을 갖고 모인 비교적 젊은 세대의 2계층 구조로 이뤄져 있다는 것.

이들이 주도한 ‘새로운 역사교과서’의 특징은 ▲‘고사기(古事記)’ ‘일본서기’에 기술된 신화 또는 전통을 고대사의 전개에 끼워넣음으로써 천황통치의 정통성을 주장 ▲근대적 국민국가관(일본인, 일본 문화 등)에 입각, 고대 사상·문화에 대한 평가 ▲고대사 정치·사회·문화에 대한 서술에서 한·중과 다른 일본의 독자성을 과도하게 강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역사학 연구의 성과를 참조하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이다. 이 교수는 따라서 “‘새로운 역사교과서’의 고대사는 일본이 100년전 국민의식 형성기에 만들어낸 환상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면서 “단순히 학문상의 ‘역사 인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사회구조 변화와 그에 대한 시민의 불안에 기인하고 있다”고 결론내렸다.

김영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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