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만사 이모저모/자연·풍경 여행 및

삶의 애환이 깃든 아라리

by 현상아 2007. 3. 11.

 

 

작성자 : 김선규
제목 : 삶의 애환이 깃든 아라리

-강원도 정선 남면 광덕리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강원도 정선 사람들의 소박한 삶속에서 우러나왔다는 아라리 가락을 흥얼거리며 나무하나 없는 겨울 민둥산에 올랐습니다. 산에다 불을 놓아 화전을 일구고 나무를 팔아 생계를 유지했던 이 곳처럼 평지라곤 찾아보기 힘든 강원도 사람들에게 산은 절실한 삶의 터전이었습니다.



강원도에서 가장 깊은 산골로 통하는 정선군 남면 광덕리를 찾았습니다.
산이 높아 앞산과 뒷산을 이어 빨랫줄을 건다는 두메산골입니다. 마을입구에서 지게에 옥수대 한짐을 해지고 눈길을 내려오시는 할아버지를 만났습니다.



평생 한복만을 입으신 권상운(80)할아버지입니다. 모든 것을 내 발로 걸어다녀야 직성이 풀린다는 할아버지는 여든의 나이에도 6천평의 땅을 일구고 계십니다. 지게짐을 들어드리려 했더니 할아버지는 한사코 거절하십니다.
“내가 열다섯 살부터 지게 일 해나서요, 아주 지게가 몸에 뱄습니다.”
할아버지는 나이가 들어 주름이 늘고 손마디도 가늘어졌지만 아직 낮잠 한잠 안 주무시고 쉬는 법을 모른다고 합니다.



할아버지를 따라 집안에 들어서자 동갑내기인 전재순(80)할머니가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17살에 한동네에서 만나 결혼한 후 평생 이곳 산골에서 살고 계십니다.
“63년을 아무 탈 없이 살았으니 복받은 기라요.”
해맑은 미소를 머금은 할머니 얼굴은 여든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피부가 고우십니다. 할머니는 아직까지 시집 올 때부터 사용하셨다는 디딜방아를 사용하고 계십니다. 혼자서 하기 힘든 디딜방아 일은 할아버지가 도와주십니다.



“쿵덩쿵 쿵덩”
비록 삐걱삐걱 거리며 소리가 났지만 디딜방아는 할아버지의 힘찬 발놀림에 육중한 몸매를 들었다 놨다 하며 힘차게 방아를 찧습니다. 할머니는 잘게 부서지며 흩어지는 쌀을 쓸어 담으며 한 맺힌 지난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십니다. 지금이야 며느리 처지가 어려운게 없다지만 할머니가 시집오실 때만 해도 호된 시집살이로 일고생보다 마음고생이 크셨다고 합니다.
“옛날에 시어머니 소리라면 무조건 절대복종 했지요. 아무소리안하고 그냥 꾸럭꾸럭 참았드래요.”
그럴때면 할머니는 디딜방아 앞에 앉아 ‘누가 이내맘 알아주리요’란 뜻이 담긴 아라리 가락 한자락으로 마음도 많이 털어 내셨다고 합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아라리 한자락으로 뽑으시는 할머니의 애달픈 음성에는 삶의 애환이 절절이 스며있습니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뱃머리좀 돌려라
싸리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 정선 아리랑중에서



아라리 한 자락을 품고 떠난 길에서 아이들을 마주 쳤습니다.
대부분이 노인들만 사는 산골에서 아이들은 그 존재 자체로 삶의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따라 집안에 들어서니 부엌에서 아이들 할머니와 엄마가 수수가루로 부침을 하고 계셨습니다. 고소한 들기름에 두른 수수부낌이는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웠습니다.



“아유, 고맙고 고맙지요.″
8년 전 둘째 아들이 부모님과 함께 살기위해 객지 생활을 접고 산골로 들어와 함께 살기에 이승복(79) 할아버지와 최선옥(76)할머니는 아들내외가 그저 고맙기만 합니다.
“옆집 사촌 시동상도 아들 8형젠데, 영감 할머니만 있지 아무도 함께 안살아요.”



연실 둘째 아들내외를 대견하면서도 할머니는 걱정이 앞섭니다. 바로 올해 손녀딸이 학교에 들어가야 하는데 이 산골에서 등굣길에 여의치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둘째 아들 이정한(45)씨는 아무리 많은 어려움이 있어도 부모님을 모실 수 있어 행복하다고 합니다.



땅거미가 지면서 3대가 큰 화로가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 방으로 모였습니다. 화롯불에 감자를 올려놓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3대의 모습이 참으로 정겹습니다. 이제 그만 가야겠다고 일어서자 못내 아쉬웠는지 감자 한사발을 싸주십니다. 척박한 땅을 일구며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훈훈한 온정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가로등도 없는 깜깜한 산길을 걸으며 몇 번이고 발을 헛디뎌 넘어질 뻔 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마음만은 디딜데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을씨년스런 산골의 밤이 푸근해지는 듯 했습니다.

 

Good Actual Conditio...

'세상만사 이모저모 > 자연·풍경 여행 및'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계의 아름다운 분수 ...  (0) 2007.03.12
스페인 마드리드  (0) 2007.03.11
명산의 정상♣  (0) 2007.03.11
청남대 구경하기  (0) 2007.03.11
고속도로 주변의 관광지를 찿아...  (0) 2007.03.1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