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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이모저모/황당·유머·엽기 및

식당에서 "불륜이다"" 아니다" 구별 법

by 현상아 2007. 4. 7.

식당들 촬영하다 보면 요 몇 년 사이 부산 말로 '억수로 걸거치는' 부류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매우매우 껄끄러운 부류라고 번역할 수 있겠는데, 이름하야 그들은 ‘앞집 여자’ 또는 ‘바람난 가족’의 일원인 불륜 커플들입니다.  

멋모르고 인터뷰 요청하러 다가갔다가 화들짝 놀라 일어서는 서슬에 뜨거운 국물이 뒤집어져 산업재해 입기 직전의 화를 당한 뒤부턴 식당에 들어오는 커플들은 일단 두어 수를 접어 두고 면밀히 관찰한 뒤 접근하는 버릇이 들었습니다.

특히 여관골목 근처의 고깃집이나 정력에 좋다고 소문난 장어나 낙지집을 갈 때는 그 긴장의 도가 높아집니다. 대낮에 갈비 먹으러 왔던 대여섯 커플들을 보고 이게 웬 떡이냐 인터뷰합시다고 덤벼들었다가 그 커플들이 캥거루처럼 뛰어오르며 폴짝폴짝 도망가는 걸 본 뒤론 더더욱 그렇지요.

그 짓을 수십 차례 되풀이하다보니, 이제는 조금만 더 신기를 모으면 삼선교에 돗자리 펴도굶지는 않겠다 싶은 눈썰미와 예지력이 길러지더군요. 이제 척 보면 저 커플이 불륜이다 아니다를 짚어 낼 수 있을 정도는 되니까요.  참고로 식당에서 불륜이다 아니다의 구분을 어떻게 하는지  제 신기(?)의 비결 몇 가지만 알려 드리지요. 물론 이 비결을 철썩같이 믿고서 밥먹으러 온 남녀한테 “당신들 불륜이죠?”라고 확인하는 분은 없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30대 후반의 남녀가 들어옵니다. 여자가 먼저 문을 힘차게 열고 들어오면 약간의 의심이 시작됩니다. 대개 베테랑 불륜 커플들이 이런 형태를 보이거든요.  정상적인 커플의 경우 십중팔구는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개 외식 선택권은 아직 남자한테 있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보통 남자들이 먼저 식당 문을 왈칵 열고 들어오는 것이 정상적인 패턴이거든요. .  반면 여자가 남자 바로 뒤에 들어오지 않고 한참 뒤에 들어오는 경우에는 더 유력한 혐의점을 두어야 합니다. 그건 초보운전 아니 초보불륜 아줌마에 해당할 때가 많지요.

그리고 남자가 자리를 차고 앉아서 "아줌마 신문 있어요?"라고 물으면 안심하고 접근해도 됩니다. 더군다나 앞에 앉은 여자가 뭘 하든지 말든지 눈길 한 번 주지 않고,날짜 지난 신문을 대문짝만하게 펴 들고 있다면 그건 부부가 확실합니다. 안심하고 접근 OK입니다. 신문을 보지 않더라도 멀뚱멀뚱 서로의 시선을 피하는 듯 식탁 두들기고 앉았거나 벽에 등 기대고 졸 태세를 갖추는 사람들 역시 정상적인 커플에 가깝습니다. 즉 마주앉은 둘이 말이 없으면 없을수록 정상 커플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깁니다.

메뉴판 들고 온 종업원을 앞에 두고 남자가 여자한테 먼저 "뭘 먹을래요?"라고 물으면 그건 약 70%의 확률로 불륜 판정을 내려야 합니다. 대개의 남자들은 "난 갈비탕.... 당신은 뭐?" 라는 식으로 물어 보거든요. 그리고 둘이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알콩달콩 대화를 늘어놓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건 75%의 확률로 엑스표 판정을 맘 속에서 내리죠.  물론 제가 이렇게 말 한다고 식당 가서 불륜 의심 받지 않으려고 앞에 앉은 사람이랑  입 딱 다물고 있을 분은 없겠지요?

뭐니뭐니 해도 가장 확실한 방법은 카메라를 들고 그들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방법입니다. 왔다갔다 하는 저를 보면서 뭐하는 놈이야? 하는 눈빛으로 계속 날 쳐다보고, 경계심에 가득차서건 호기심에 젖어서건 "뭐하시는 거예요?"라고 묻는 사람들은 대개 불륜이 아닙니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내가 그 앞을 카메라를 들이대며 다니는데도 눈길을 마주치지 않고 머리를 수그리거나 애써 고개를 돌린다면 저는 속으로 가슴을 치게 됩니다.  “아하 그렇구나. 아하 그렇구나.... "( 인터뷰 도대체 누구랑 하냐 )  

요즘 갑자기 왜 불륜 커플들이 그리 많아졌으며, 드라마건 영화건 ‘불륜’을 화두로 삼아 밥벌어 먹고 있는지, 사람들의 성욕이 남녀불문 증가한 것이 문제인지 아니면 다른 문제인지 등등에 대한 경제학적, 사회학적, 문화인류학적, 역사적 배경은 각자 책이나 자료 찾아 보시도록 하구요, 아무튼 저는 그 말초신경의 촉수가 최전선이라 할 식당을 전전하다보니 못볼 꼴들을 많이 봤습니다.  이런저런 불륜커플들과의 에피소드도 있긴 한데,  점잖은 체면에 더 이야기하긴 그렇고.....  (다 얘기해 놓고... 짜슥. 하는 인간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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