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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이모저모/생활리듬 및

과학이 쉽다, 요리가 재미나다 - 부엌에서 배우는 맛의 과학...

by 현상아 2007. 5. 2.
일반적으로 사람의 혀는 20~40℃에서 가장 민감하다고 하는데, 각각의 맛을 느끼는 정도는 온도에 따라 변한다. 짠맛은 온도가 높을 때는 그다지 강하게 느껴지지 않지만 온도가 낮으면 강하게 전해진다. 식은 요리를 먹었을 때 더 짜다고 느끼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쓴맛 역시 온도가 높을 때는 그다지 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요리가 식으면 쓴맛이 강해져서 맛이 없다고 느끼게 된다. 신맛은 온도와는 상관이 없지만, 사과나 귤처럼 새콤달콤한 과일은 냉장고에 넣어 차게 해서 먹으면 단맛이 억제되어 시큼하게 느껴진다. 감칠맛은 미지근해야 쉽게 느낄 수 있고 국물의 온도가 너무 높으면 느끼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즐거움을 느낄 때 인간의 기분은 고조된다. 이때 뇌 속에서는 인간을 흥분시키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 도파민이 충분히 분비되면 다음으로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어 뇌에 가득하게 된다. 바로 그때 기분이 안정되며 행복감을 느낀다. 바로 이 행복감이 음식의 맛을 한층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마음이 맞는 친구, 즐거운 화제, 혹은 음식 그 자체가 우리의 감정에 부여하는 자극이 도파민과 세로토닌을 다량 분비하도록 해 그렇지 않은 상황보다 훌륭한 맛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여럿이 유쾌한 분위기에서 라면을 먹거나 탁 트인 야외에서 김밥을 먹을 때 한결 맛있게 식사를 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선 대표적인 것이 간장이다. 볶음밥이나 콩소메, 닭고기뼈 수프 등에 넣거나 버터로 볶는 음식에 1~2방울 떨어뜨려주면 한층 맛이 좋아진다. 또 표고버섯차를 영양밥이나 볶음밥, 라면에 넣어보면 감칠맛을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다. 다시마차도 조림이나 파스타 등 요리종류에 상관없이 숨은 맛을 낸다. 커피도 숨은 맛을 내준다. 스파게티 소스를 만들 때 쓰이는 토마토 통조림에 설탕과 함께 넣어주면 토마토 소스의 맛이 깊어진다. 또 카레에 커피를 한 컵 넣어도 맛이 풍부해진다. 그리고 좀 특이한 예로는 맥주 효모가 있다. 효모 농축액은 화학조미료로는 도저히 낼 수 없는 심오한 맛을 지녔다고 한다. 그리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효모 농축액은 라면 수프나 레토르트 식품 등 다양한 요리의 밑간을 조절해주는 조미료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소금은 생선 손질에 필수적이다. 소금구이를 해보면 생선 지느러미가 쉽게 타곤 하는데, 이때 소금을 듬뿍 뿌려놓으면 지느러미가 까맣게 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생선 몸통, 특히 비늘이 없는 생선에는 미끈미끈한 점액이 있다. 점액에는 세균이나 악취의 원인이 되는 트리메틸아민과 먼지 등이 달라붙기 쉬워 요리에 따라서는 미리 점액을 제거해주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 점액은 소금물에 잘 녹기 때문에 소금물로 씻어주면 효과적으로 제거된다. 따라서 비늘이 없는 생선의 경우에는 소금을 듬뿍 뿌린 후 소금과 함께 씻으면 된다. 광어나 가자미 등의 납작한 생선에 소금을 뿌리면 아무래도 고르게 뿌려지지 않는다. 이럴 때는 그릇에 소금을 뿌리고 그 위에 ‘물에 적신 종이→생선→물에 적신 종이’ 순으로 포개어놓고 다시 한 번 소금을 뿌리면 소금의 짠맛이 종이를 통해 배어나온다. 그러면 진한 소금물로 생선을 싼 형태가 되어 골고루 소금 간을 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우선 설탕과 소금은 배어드는 순서에 따라 맛에 차이가 생긴다. 설탕과 소금은 국물에 들어가면 각각의 분자와 이온이라는 무척이나 작은 알갱이로 흩어지게 된다. 설탕은 설탕 분자로, 소금은 나트륨이온과 염소이온으로 나뉘는데 소금 알갱이가 더 작아서 설탕에 비해 재료에 잘 배어든다. 게다가 소금에는 재료를 꽉 죄어주는 효과가 있어서 일단 재료에 소금이 첨가된 뒤에는 설탕은 배어들기가 어렵게 된다. 결국 아무리 설탕을 넣어도 좀처럼 단맛이 나지 않는다. 염분이 포함된 간장도 같은 작용을 하기 때문에 역시 설탕보다 나중에 넣어야 한다. 식초는 뚜껑을 열면 코를 찌르는 냄새가 난다. 휘발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무 일찍 넣으면 조리열 때문에 그 향이 날아가버린다. 간장과 된장 역시 열을 가하면 감칠맛을 잃기 쉬운 조미료이다. 그러니 식초와 간장, 그리고 된장은 요리의 마지막에 넣는 것이 좋다.

우선 밑이 평평한 용기 안쪽에 소쿠리를 넣고 수돗물로 한번 씻어낸 조개를 서로 포개어지지 않도록 늘어놓는다. 이렇게 하면 토한 모래를 다시 빨아들이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상온의 물을 조개가 반쯤 잠길 정도로 넣고 모시조개는 3~4%, 바지락은 0.5~1% 정도의 농도가 되도록 소금을 넣는다. 그리고 조개는 시커먼 모래 속에 서식하므로 어두운 곳에 놓아둔다. 이렇게 3~4시간이 지나면 힘들이지 않고 해감을 빼낼 수 있다. 모시조개와 바지락은 세포 안팎의 삼투압을 조절하기 위해서 세포 내의 아미노산 성분을 증가시키는데, 알다시피 아미노산은 맛을 내는 성분이다. 따라서 해감이 빠질 뿐 아니라 아미노산이 늘어나 맛도 한층 좋아진다.

고기를 연하고 맛있게 먹기 위한 비결 중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맥주에 담가두는 방법이 있다. 고기는 시간이 지나면 그 속에 함유되어 있는 효소가 살 속의 조직을 분해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맥주에는 이 효소가 활동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효능이 있다. 따라서 맥주에 고기를 담가두면 육질이 연해질 뿐만 아니라 맥주에 함유된 감칠맛 성분 덕에 고기 맛도 한결 더 좋아진다.
탕수육이나 조림 등의 고기 요리에 파인애플이나 파파야 등의 과일을 넣으면 고기가 연하고 맛있어진다. 파인애플에 함유된 단백질 분해 효소가 고기의 단백질을 적당히 분해해 부드럽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특히 돼지고기 요리를 하기 전에 여러 가지 양념과 함께 미리 재어놓으면 부드러운 맛을 낼 수 있다. 적당한 크기의 파인애플을 고기 위에 몇 시간 동안 얹어놓아도 부드럽고 연한 돼지고기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단, 통조림 파인애플은 제조 과정에서 열처리를 하기 때문에 단백질 분해 효소가 작용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아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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