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 암컷(아래)과 교미 중 머리를 먹힌 수컷. |
성적이형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행동이 바로 교미다. 거미 중에는 암컷이 교미 중에 수컷을 잡아먹는 종류도 있다. 암컷의 수컷 포식은 사마귀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만 거미에서는 드물다. 호주산 붉은등거미 수컷은 한 술 더 떠 교접기관을 암컷 생식기에 넣은 다음 자신의 배를 아예 암컷의 입에 갖다 대 줘 암컷이 바로 먹을 수 있게 해 준다.
왜 이런 행동을 할까. 암컷은 교미한 뒤 알을 낳기 위해 단백질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캐나다 토론토대의 한 대학원생이 다른 이유를 찾았다.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느라 정신을 파는 동안 수컷이 정액을 충분히 사정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액을 충분히 받으면 다른 수컷이 구애를 해와도 퇴짜를 놓기 때문에 이미 받은 수컷의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것이 확실하다. 생물의 임무가 자기 유전자를 널리 퍼뜨리는 데 있다면 이보다 더 확실한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이 추정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열쇠는 밑드리라는 곤충에 있다. 밑드리 암컷은 수컷에게서 모기 같은 먹잇감을 받아야 교미에 응한다. 먹잇감이 클수록 교미시간이 길어져 암컷 몸속에 들어가는 정충의 수도 많아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붉은등거미 수컷이 암컷에게 몸을 바치는 것도 번식을 확실하게 하기 위한 시간 끌기 작전인 것이다.
‘결혼 선물’을 주고받아야 교미가 이루어지는 경우는 춤파리에서도 관찰된다. 침팬지도 발정한 암컷이 있을 경우 수컷이 고기사냥에 나선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아예 몸을 바치는 경우는 수컷이 암컷에게 극단적인 선물을 주는 셈이다.
최근 스위스 베른대 연구팀은 물거미는 교미 중에 오히려 수컷이 암컷을 잡아먹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쯤 되면 진화에 일정한 한계나 방향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생물의 다양함에 그저 놀랄 뿐이다.
영국의 시인 알렉산더 포프가 ‘그대 치명적인 이름이여!’라고 노래한 것이나 한국의 소월이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하고 절규한 것으로 보아 목숨까지 건다는 점에서 사람의 사랑도 동물과 다를 바 없을 것 같다. 한국이나 인도에서는 혼수를 지나치게 요구해 비극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 역시 동물과 별 다를 바 없다.
이병훈 전북대 생물과학부 명예교수·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로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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