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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위에 오른 '연예계 성(性)의식 부재'

by 현상아 2007. 5. 21.

'강간미수 증거 조작' 사건도 '방송계 관행' VS '성적수치심 느꼈다'가 핵심

만약 이 칼럼을 읽는 독자가 여자이고, 자신 앞에서 남자가 바지를 내린다면 이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분명 성추행으로 여길 것이다. 하지만 그 무대가 연예계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여자 연예인들은 그래도 조심스런 편이지만 남자 연예인들의 경우 분장실에서 아무런 거리낌없이 코디네이터가 보는 가운데 의상을 갈아입는다. 그래도 이를 '성추행'으로 고발한 방송관계 여자 스태프는 아무도 없다.

이는 옷을 벗는 행위나 이를 지켜보는 코디네이터나 모두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예계 일부에서 거리낌없이 저질러지고 있는 성희롱과 성추행은 아무리 '일'이라는 단서를 달아도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면 이는 아무리 '일'이라는 단서를 달아도 '성희롱'이 되고 '성추행'이 되는 것이다.

현재 연예계에서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언어 성폭행'이다. 원로 PD 중 한 분은 염색을 하지 않으면 머리도 희끗한 50대의 원로 여배우들에게 상욕을 하기로 유명했다. PD나 원로 연기자 그리고 이를 지켜본 방송 관계자 모두 워낙 지내온 세월이 많기에 서로 살가운 애정표현 쯤으로 여긴다. 문제는 연기 지망생 혹은 신인 연기자들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이다.

언어적 성추행, 불필요한 신체적 접촉으로 문제 야기

이미 한 시사프로그램의 몰래카메라로 방영됐다시피 연기 지망생의 부모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가슴이 작다'느니, '성적 매력이 없다'느니 하는 것은 좀처럼 이해할 수 없다. 상대방이 조금은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돌려서 이야기해도 충분히 납득할 만한 것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마치 '프로'다운 모습으로 여긴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이는 매니지먼트 관계자 뿐만 아니라 방송관계자나 기자들의 '언어 표현' 역시 예외일 수 없다.

그 다음으로 심각한 것이 신체적 접촉이다. 자신의 친밀감의 표현이었으나 나중에 문제가 된 경우를 두어번 목격했다. 첫번째 케이스는 10대 여자 연예인의 가슴을 '논'(?)하다 직접 만졌던 소속사 관계자가 계약관계 갈등으로 번지자 이것이 약점이 되어 모든 것을 포기해야 했다. 또한 평소 친하게 지내며 스스럼없이 서로 어깨를 툭 치거나 허벅지를 서로 때리던 여자 연예인과 남자 매니저가 소송 관계로 돌변하자 이런 행동들이 약점으로 작용해 그 역시 자신의 권리를 포기해야만 했다.

그 수는 적으나 동성간의 성추행도 목격된다. 한 남자 신인 연기자가 유명 연예기획사 사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후 한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 한동안은 가해자인 문제의 사장을 고소할 생각까지 했지만 자신의 이미지 때문에 가슴 속에 묻어두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또한 이 유명 기획사 사장은 연기자 뿐만 아니라 회사 소속 매니저들에게까지 추파를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강간미수 증거 조작' 사건도 '방송계 관행' VS '성적수치심 느꼈다'가 핵심

90년대 말에 발생한 PD에 의한 한 여자연예인에 대한 '강간미수' 사건이 새롭게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검찰이 '강간미수'와 함께 기소한 혐의 '강간치상'(폭력행위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에 대해 법원은 '이 부분에 대해선 무죄이나 따로 선고하지 아니한다'면서 일부 무죄 취지 선고를 했으나 당시 가해자로 실형을 산 PD는 이 증거들이 조작됐기 때문에 '강간미수' 혐의 역시 무죄였다며 최근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에 의해 증거로 채택되지 않은 증거들이 조작됐다는 내용은 법정 다툼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가해자로 지목된 정모PD는 "PD로서 방에 들어갈 수 있고, 방송을 위해선 욕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필자의 '신체적 접촉을 정말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절대 그런 일이 없다"고 해놓고선 PD로서 프로그램을 위해 "야단을 많이 쳤고 달래주기 위해 어깨를 토닥였다"고 말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방송계 관행'상 연예인을 달래주기 위한 행동은 신체적 접촉이 아니라는 것이다.

9년이 지난 이 사건의 진실은 그 어느 누구도 알 수 없으나 종합을 해보면 피해자인 여자 연예인은 "성적 추행을 당했다'는 것이고 가해자로 지목된 PD는 '연예인의 방에 들어가서 건강을 체크하고 의상을 체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않느냐"로 맞서고 있다. 사실 관계 여부를 떠나 서로의 관점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방송계 관행을 살펴보면 PD의 행동에 대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최근 우리 사회에 논의가 되고 있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고려한다면 피해자인 여자 연예인의 진술에도 무게가 실린다.

연예계가 이처럼 멍든 상처가 눈에 띄는 것은 그 구성원들의 '성의식'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 '성의식 부재'라는 독버섯이 자라날 수 있는 습한 토양이 문제다. 결국 연예계 구성원들 이 문제를 남의 일로만 여기지 말고 서로의 인격권과 성적 자기 결정권에 대해서도 심도 깊은 반성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김대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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