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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이지론이지 대출은 ‘바늘 구멍’ ...

by 현상아 2007. 6. 16.

[한겨레] 금융감독원이 후원하는 인터넷 서민 대출 중개사이트 ‘이지론’이 도마에 올랐다. 사금융 피해 방지와 서민 맞춤 대출 서비스를 표방하고 출범한 이 사이트에 고금리의 대부업체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할부금융회사와 저축은행들도 각종 수수료를 합쳐 연 50~66%의 고리 대출을 하고 있다. 또 이지론 신청자 10명 가운데 겨우 1명 꼴로 대출 승인을 받을 정도로 대출을 받는 것 자체가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는 것’ 만큼 힘들다. 이에 따라 금융 소외계층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무용지물’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감원 후원 사이트에서 고금리 대출 성업=금감원 주도로 지난 2005년 12월에 만들어진 이지론의 설립 취지는 ‘소득 양극화에 따른 금융 소외계층을 줄이고, 사금융 피해를 막기 위한 것’이다. 신협이 91곳 참여해 가장 많고, 다음으로 저축은행(59곳)과 농협(58곳) 수협(34곳) 등의 차례다. 또 대부업체가 할부금융회사(25곳)와 새마을금고(19곳) 보다 많은 33곳이 참여하고 있다. 은행은 겨우 2곳이다.

이선근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장은 “여신전문 금융업체의 폭리 구조를 막고 서민 이용자를 보호해야 할 정부가 고리대 규제는 하지 않고 이지론을 통해 대부업 상품을 소개하면서 오히려 대부업계의 이익을 두둔하고 있다”며 “정부는 금리 상한을 옛 이자제한법 수준인 연 25% 수준으로 모두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지론 사이트를 들어가보면, 하위 신용등급자들이 주로 이용할 수밖에 없는 저축은행 상품 중에는 상인과 학생, 주부 대상의 ‘일수 놀이’ 상품들이 상당수 된다. 한 예로 경기도 하남에 소재한 한 저축은행은 상인들을 대상으로 2천만원을 빌려주고 36~66%의 금리를 챙기는 ‘일수 대출’을 상품으로 버젓이 소개하고 있다. 또 대출금의 1~1.5%를 ‘수수료’로 받는다고 당당히 알리고 있다.

대출 승인율 고작 12%=〈한겨레〉가 10일 입수한 이지론의 ‘서민 맞춤 대출 안내 서비스 이용자 거절 및 취소 현황’ 자료를 보면, 2005년 12월부터 2006년 11월까지 1년 동안 접수된 대출 신청 1만6355건 가운데 해당 금융회사를 통해 대출 승인이 난 경우는 2002건(12.2%)에 불과했다.

반면 해당 금융회사로부터 대출을 거절당한 경우 4965건(30.4%)으로 집계됐다. 대출을 거절당한 주된 사유는 ‘신청자의 채무 과다’(48%)가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신용정보 부적합(9%) △상환능력 부족(8%) △대부업 조회 과다(6%) 등의 차례였다. 또 대출 신청자 가운데 57.2%에 이르는 9361명은 ‘이지론 금리가 너무 높다’거나 ‘대출 한도 및 금융기관에 대한 불만’ 등의 이유로 막판에 스스로 대출 신청을 포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지론은 금융 소외 계층의 부채를 덜어주자는 취지에서 출발했으나, 대출 신청자 가운데 66%가 개인 신용등급이 7~10 등급에 속할 정도로 신용등급이 낮은데다 채무도 많아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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