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평생직장(홈오피스 성공직종 ...)

경제잡지 자유기고가 겸 편집위원인 다니엘 핑크, ARG(미국 리서치 그룹)의창립자이자 CEO인 브릿 비머, <포춘>지로부터 ‘마케팅의 노스트라다무스’라 칭송받은 바 있는 페이스 팝콘…. 이들 미래학자들의 시각을 통해 디지털 네트워크가 가져다준 미래의 직장 홈오피스를 예견해본다.       샤워를 마친 K, 깔끔한 셔츠에 편안한 면바지를 챙겨 입고 작은 방으로 걸어 들어간다. 깜박거리는 컴퓨터 커서와 눈인사를 나누며 의자에 앉은 그는 대구지점의 S로부터 2백만 원어치의 물건을 주문받기도 하고, 프랑스 파리지사에 근무하는 L과 실시간으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업무를 공유하기도 한다. 컴퓨터와 전화와 팩스, 그것이 업무용 시스템의 전부. 녀석들 덕분에 그는 책상 앞에 앉아서도 충분히 자유롭다. 인터넷과 이메일이 있어 발품을 팔거나 신문을 읽지 않아도 세상 사정을 모두 파악할 수 있다는 뜻.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출근을 서두르는 여느 직장인과는 다른 모습의 K. 그의 직업은 홈오피스 운영자다. 홈오피스Home Office, 말 그대로 집이 사무실이고 직장이라는 뜻이다. 때로는 ‘스몰 오피스 홈 오피스’Small Office Home Office의 준말인 ‘소호’SOHO라고도 불린다.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편화되기 시작하던 1990년 초반, 홈오피스는 한창 신문 지면을 달구며 ‘뜨거운 감자’로 떠오랐고, 출판업계에서는 이와 관련된 서적들을 앞다투어 내놓으며 우리나라의 산업구조가 엄청나게 달라질 것임을 예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한 차례의 붐으로 끝나고 말았다. 우리의 일상 자체를 금방이라도 바꾸어놓을 듯 야단법석을 떨었던 인터넷은 ‘인터넷의 인은 참을 인’이라는 별명을 달았을 정도로 속도가 더디기 그지없었고, ‘정보의 바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인터넷 정보는 빈약함 자체였다.   이런 실망감에 결정적인 쐐기를 박았던 우리나라 특유의 문화, ‘남자라면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해야 하는 법’이라는 정서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었다. 이런 이유로 한국 사회에서 쓰디쓴 고배를 마셔야 했던 홈오피스는 IMF가 닥치기 전까지 그야말로 숨죽이고 있었던 것. 실직자가 엄청나게 늘어난 1998년의 IMF를 기점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정년을 꽉 채우던 ‘평생직장’의 개념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에 뒤이어 IT업계에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지원이 이루어지면서 진정한 인터넷 세상이 도래, 벤처산업의 육성이 본격화되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참을 인’을 운운하던 왕년의 인터넷과는 차원이 달라졌다. 언제 어디에서나 인터넷을 통해 세계 곳곳을 드나들 수 있게 되었고, 원하는 사람과 실시간 대화도 가능해졌다. 컴퓨터 하나면 못 가는 곳 없고 못 만날 이가 없게 된 것이다. 과거와 전혀 다른 형식의 업무 수단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도입되면서 기존의 산업구조가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에 불과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교수에게 학생이 말했다. “작년과 시험 문제가 같은데요. 그것도 완전히 똑같아요.” 아인슈타인이 대답했다. “자네 말대로 작년과 시험 문제가 똑같네. 하지만 해가 바뀌었으니 답은 다를 거라고 생각하네.” 라디오는 보급된 지 30년 만에 5천만 명의 청중을 확보했고, 텔레비전은 15년 만에 그 정도의 시청자를 확보했다. 인터넷은 단 4년 만에 5천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1994년에는 인터넷 사용자가 3백만 명, 1999년에는 인터넷 연결 컴퓨터는 6천7백50만 대 (중략) 아마도 이 책을 읽을 무렵이면, 우리의 인터넷 관련 통계의 상당 부분이 시대착오적인 자료임을 발견할 것이다.   〈떠오르는 트렌드 사라지는 트렌드〉 중에서 비록 미국의 통계자료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역시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왔다고 볼 수 있다. 컴퓨터가 텔레비전만큼이나 흔한 필수 가전으로 자리잡았고, ‘PC방’이라는 독특한 영역까지 생겨날 정도로 인터넷과 사이버 세상은 우리의 일상 깊숙이 뿌리를 내렸다. 그러다 보니 물리적 공간에 대한 개념, 즉 ‘그 자리에 있지 않아도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회사로 치자면, 굳이 출근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는 것이다. 집에서도 충분히 업무 처리와 의사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왕년의 스타, 홈오피스가 반짝반짝 또 한번의 조명을 받는 것은 어쩌면 이미 정해져 있던 길이었다. 과거보다 훨씬 상향 조정된 네트워크를 근간으로 하는 만큼 홈오피스 역시 과거의 초보적인 모습에서 훨씬 다양화되고 세분화된 전문적인 면모를 갖추었다. 웹디자이너, 인터넷 쇼핑, 프로그래머 등의 IT 분야는 물론 프리랜스 작가, 사이버 소설가, 심지어 큰 조직의 연구원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이 보다 확장되었다. 무엇보다 ‘양복’과 ‘넥타이’에 목매던 옛날의 정서가 이젠 많이 바뀌고 있다. 흔히 프리랜서freelancer라 불리며 거대한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집에서 혼자 일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당당해지는 것은 물론, 옆에서 지켜보는 제3자 역시 그의 위치를 ‘인정’해주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는 뜻이다. 나아가서는 기업이라는 조직 역시 중요한 것은 출근 도장이 아님을 인식할 날이 멀지 않았다. 업무자가 최적의 작업 환경에서 최고의 업무 결과를 토해내는 것이 진짜 중요하다는 점에 동의할 것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원하는 노동은 무엇인가?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만큼, 원하는 조건으로 그리고 원하는 사람을 위해 일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여 자유롭게 스스로 정의하는 성공을 책임 있게 수행하는 것이다. 피고용자가 충성심을 제공하고 안전성을 얻는 거래는 무너졌다. 개인에게 이제 거대한 회사는 그다지 필요치 않다. … 지금은 값싼 컴퓨터, 무선 휴대장비, 어디서나 저렴한 비용으로 접속할 수 있는 전 지구적 의사소통의 네트워크 시대, 이제 노동자는 생산수단을 소유할 수 있다. … 대부분의 개인이 자신의 일하는 조직보다 오래 살게 될 것임… 〈프리 에이전트Free Agent 시대가 오고 있다〉 중에서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주요 이유가 자율성이다. 재택근무의 최대 장점 중의 하나가 근무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 설문조사 응답자 중 63%가 집에서 일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고 했고, 7%가 더 받는다고, 나머지 31%는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떠오르는 트렌드 사라지는 트렌드〉 중에서 홈오피스의 영역이 날로 커질 수밖에 없는 데에는 네트워크 외에 또 하나의 큰 이유가 있다. 통념적인 가치 기준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이다. 정년으로 다가가는 나이? 중요하지 않다. 컴퓨터로부터의 퇴직은 있으되 정해진 정년퇴직은 없지 않은가. 직책이나 옷차림? 사장, 홍보부장, 대리 등 1인 다역을 소화하기에 전혀 눈치 볼 필요가 없다. 이처럼 사회적 잣대, 시간, 장소 등에 구애받지 않는 데다 ‘언제 그만둘지’ ‘어디로 옮길지’를 고민할 일 없으니 충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 장단점이 있듯 홈오피스에도 복병이 있게 마련. 아무리 디지털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따스한 무엇은 여전히 중요하고도 영향력 있는 요소라는 점이다. 미국 시티뱅크 연구소의 브라이언 아서가 제록스의 수석연구원 존 실리 브라운과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에서 역사학 및 사회학을 연구하는 폴 두기드가 저술한 〈비트에서 인간으로〉를 평가한 내용이 흥미롭다. “이 책의 저자들은 정보화 사회에서도 구성원 간의 인간관계와 상호 간의 친밀한 의사소통은 여전히 비즈니스의 핵심 요소로 남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멋진 지적이다.” 결코 성사되지 못할 것 같지만 직접 얼굴을 대면하고 나면 달라지곤 하는 우리나라의 문화에 더욱 맞는 말이다. 디지털 세상에서도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만남을 따라잡기는 힘들다는 뜻. 지난해 12월 21일 우리나라 특허청 게시판에 ‘정부 부처로서는 최초로 재택근무를 공식 도입한다’는 내용의 글이 올려져 언론의 관심을 모았다. 정부 부처에서 이런 제도가 공식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홈오피스로 이동하는 대세의 흐름을 어렵지 않게 감지할 수 있다. 규칙적인 출퇴근은 자신 없지만 아이들 뒤치다꺼리와 남편 내조 이외에 보다 적극적으로 자기개발을 하고 싶다면, 혹은 ‘정년퇴직’이라는 말로부터 벗어나 ‘평생취직’을 보장받고 싶다면 홈오피스를 진지하게 고민해봐도 좋겠다. 서서히, 그러나 앞서서 움직이고 있는 큰 흐름의 한가운데에 동참하는 주인공, 바로 당신일 수 있다. 참고 서적 〈떠오르는 트렌드 사라지는 트렌드〉(C.브릿 비머·로버트 L.슈크, 청림출판), 〈프리 에이전트의 시대가 오고 있다〉(다니엘 핑크, 에코리브르), 〈미래생활사전〉(페이스팝콘·애덤 한프트, 을유문화사), 〈비트에서 인간으로〉(존 실리 브라운·폴 두기드, 거름), 〈조직화〉(자네트 빅햄 번스텔·스테펀 윈드하우스, 피어슨 에듀케이션)   미래에 주목받을 신종 직업 웹 정원사(Web Gardeners) 웹 사이트를 매력적이고 완벽하게 유지하는 사람을 말한다. 웹 사이트는 정원처럼 계속성과 변화가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주의를 끌려고 다투는 요소들과 다른 영역들을 연결하는 경로를 적절히 배열해야 한다. 작가면서 동시에 만화가인 아트 스피겔만은 상호작용 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피터 지바디를 “우리의 새로운 가상의 정글을 조경하는 최고의 새 정원사”라고 묘사했다.   사이버 사서(Cybrarians) 인터넷상의 도서관 사서. 정기적으로 발행되는 잡지와 신간 도서들은 예외로 하고, 하루에 1백만 페이지 이상씩 상상을 초월하는 비율로 증가하는 통제 불가능한 인터넷을 모니터링하고 매핑하는 새로운 기술을 배워야 할 것이다.   이메일 코치(Email Coaches) 적절한 작문 능력이 결여된 피고용인들이 거칠고 무감각한 어휘의 업무용 이메일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람들에게 간결하고 즉각적인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는 법, 가장 빠른 연락책인 이메일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지도하게 될 것이다.   온라인 학습 전문가(On-line Learning Experts) 온라인 학습이 이미 20억 달러 규모의 사업이 되었고, 전문가들은 2005년경에는 9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한다. 과학 기술과 교육, 생산에 대한 이해(온라인 학습 환경을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만들기 위해 요구되는 것들)를 결합한 새로운 종류의 온라인 학습 전문가가 출현할 듯.   개인 기록 보관인(Personal Archvisits) 기술 발달로 우리의 모든 삶이 컴퓨터의 하드 드라이브와 인터넷 상의 전용 저장소에 보존될 것이다. 매 초가 기록되고 재현된다는 뜻. 그 엄청난 양의 이미지와 정보를 분류하는 일을 돕기 위해 일종의 인생 편집인인 ‘개인 기록 보관인’이 등장할 것이다. * 여기에 소개된 미래의 직업들은 페이스 팝콘의 <미래생활사전>에 소개된 내용을 발췌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소호맨 곽동수, 성공하는 홈오피스 운영 8계명 1 가족들과 무언의 신호를 정해놓는다 ‘업무 중’, ‘휴식 시간’이라는 표식 등 어떤 방법으로든 가족들과 의사 소통법을 만들라. 2 ‘폼생폼사’ 필요 없다 누군가가 찾아올 경우를 예상해서 폼 나게 꾸미는 일 따위는 접을 것. 가능한 한 단순하고 간결하게 구성한다. 3 주요 활동 시간을 정해라 아침형 인간인지, 올빼미 타입인지에 따라 주요 업무 시간을 정해놓고 반드시 지킨다. 참고로, 다른 사람들의 활동 시간대에 맞추는 것이 좋다. 4 트레이닝 복장에 맨발은 절대 금물 옷을 갖춰 입으면 심리적으로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집중력에 필요한 업무에 도움이 된다. 5 어시스트란 절대 없다 집에 있다고 해서 가족들에게 커피, 과일 등의 룸서비스를 기대하는 것은 사치, 아니 반칙이다. 가족은 가족일 뿐, 어시스트가 절대 아니다. 6 정보 관리 도구를 적극 활용하라 MS오피스의 아웃룩과 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일의 목록, 일정 관리 등을 통해 빠뜨리는 일이 없도록 한다. 포스트잇보다는 한 권의 업무수첩이 효율적이다. 7 집안의 대소사에 적극 참여하라 남편이라면 이불 빨래 널어달라는 아내의 부탁을 거절해서는 안 될 것이고, 부인이라면 남편의 자질구레한 심부름 정도는 받아주어야 한다. 8 반드시 퇴근하라 일하는 시간과 노는 시간이 엉켜버리면 그야말로 죽도 밥도 안 된다. 만약 잔업이 필요하다면 가족이 모두 잠든 후에 하는 것도 요령이다. 글쓴이 곽동수 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홈오피스트로 10년째 홈오피스를 운영해오고 있다. 소호 개념이 희박하던 시기, <대한민국 SOHO 1호 곽동수의 SOHO 창업>이라는 저서를 통해 무점포 창업이라는 21세기형 사업 방식으로서의 소호를 소개한 주인공. 현재 한국 싸이버대학교 컴퓨터 정보통신학부 교수로 활동 중이고, CBS 라디오 <곽동수의 싱싱경제>에서 차분한 목소리와 논리적인 입담으로 청취자들을 끌고 있다. 그의 홈페이지는 www.savin.net.   초·중·고생 가방 브랜드 ‘세븐’ 대표 김형운 온 가족이 함께 하는 ‘홈’ 오피스의 진수 앙상한 가지 끝에 주홍빛 까치밥이 탐스럽게도 달려 있다. 널찍하고 시원스런 정원이 한눈에 내다보이는 거실, 이곳이 김형운 씨가 출퇴근하는 사무실이다. 한남동 자택의 이 여유로운 공간이 이탈리아에서 수입해오는 초·중·고생 가방 브랜드 ‘세븐’의 한국지사인 셈이다. 홍콩에서 살다가 한국에 들어올 때 친척 아이들 선물로 세븐 가방을 사온 것이 인연이 되었다. 인기 폭발인 것을 보고 이탈리아 본사로 직접 메일을 보낸 것.   마침 아시아 지역에 관심을 두고 있던 본사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 작년 3월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었들었다. 판매는 사이버 숍에서 하고, 물건 주문이나 문의 등 본사와의 접촉은 모두 이메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굳이 사무실이나 매장을 얻을 필요가 없었다. 사이버 숍의 판매가 활기차지면서 작년 11월 청담동에 작은 가게를 하나 얻긴 했지만 하루의 반은 재택근무를 한다.   김형운 씨가 숍에서 홈오피스로 출근(퇴근인가?)하는 시각은 오후 3시 정도. 이탈리아에서는 그때가 출근 시간이라 이메일을 보내기에 딱 알맞다. 아이들 또한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각이라 집에서 맞을 수 있다고. 샘플을 고르고 주문 편지를 보내는 것에 아이들의 관심이 더욱 크다. 실제로 큰아들이 ‘찜’한 샘플은 절판되기도 했다고. 사업을 시작하면서 무엇보다 가족이 함께 공유하는 커다란 키워드 하나를 얻은 듯 뿌듯하단다. 남편이 투자가이고 아이들은 자문위원이니,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말 그대로 ‘홈’오피스인 셈이다.   프리랜스 작가 겸 디지털 카메라 전문가 정윤희 밤새도록 듀얼 모니터 안에 세상을 담아낸다 모니터 한가득 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다. 바로 옆의 모니터에는 거리의 풍경과 곱게 물든 단풍, 환한 표정의 정윤희 씨 얼굴 등이 빼곡히 담겨 있다. 양쪽 모니터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다 못해 심지어는 양쪽에 반반씩 걸치기까지, 말로만 듣던 듀얼 모니터가 프리랜서 정윤희 씨의 홈오피스임을 고스란히 설명한다.   우리나라에 컴퓨터와 인터넷 붐이 일기 시작할 무렵 EBS <컴퓨터 정보 광장>의 구성작가로 일하면서 디지털과 열애에 빠져버린 것. 처음에는 그냥 좋아서 IT 관련 프로그램을 찾아다녔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디지털 전문 방송작가로 자리 잡아가고 있더란다. 물론 현재도 여전히 포항 MBC 라디오의 <디지털로 보는 세상>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본업만큼이나 그가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것이 홈페이지 ‘액자세상’(www.create70.com)을 운영하는 일이다. 꽤 많은 열성팬들을 몰고 다니는 이 사이트를 열게 된 것은 1998년 여러 종류의 홈페이지를 찾아다니며 취재하면서부터다. 한번 빠져들면 제대로 빠지는 성격이라 디지털 카메라를 좋아하고부터 전문가가 되었다.   2000년에 <디지털 카메라 신입문> <비즈디카> 등의 책을 내는 것에서 시작해 강의, 원고 쓰기, 자문 등 디지털 카메라 전문가로서의 활동 또한 바쁘다. “밤 12시에 출근해서 아침 6시에 퇴근해요. 확실한 저녁형 인간이지요. 사이버 세상의 1분이 현실에서의 몇 시간과 맞먹는 것 같아요. 네트워크 없는 세상에서 살 수 없는 전형적인 기계형(?) 인간인가 봐요.”   종이공작 디자이너 정성훈과 사업 파트너 권지선 부부 때론 인생의 동반자로, 때론 사업 파트너로 사각형의 얼굴에 일자형 입과 동그란 눈, 그 눈빛과 마주치면 절로 피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천진난만한 표정의 그 얼굴… 바로 ‘얼리로봇’이다. 최문규 씨가 운영하는 얼리어답터의 아이콘으로 네티즌들 사이에는 이미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로봇이다. 그렇다면 정성훈 씨가 그의 아빠? 맞단다.   그러고 보니 장식장에 진열되어 있는 각기 다른 표정, 다른 생김새의 로봇들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온다. “얼리로봇, 로봇 R4048 등 종이공작으로 로봇을 만드는 게 제 일이고 취미예요. 제 홈페이지(www.paperbooks.net)도 그것 위주로 운영하고 있고요.” 로봇뿐만이 아니다. 정성훈 씨는 직접 설계한 종이를 접어 손목시계, 애플 아이팟 등 기성 제품들과 똑같은 크기와 모양의 종이공작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수학공식을 이용해 접는 위치, 자르는 선 등을 일일이 재고 찾아내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그의 이런 재능을 세상에 알려 팬을 모으고 사업으로 연결시키는 이가 권지선 씨, 그의 아내다. 다락방 같은 침실에서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아래층 거실이 그들의 홈오피스. 단출한 신혼 살림 덕분인지 말쑥한 공간에 책상 2개가 사이좋게 자리한 모습이 집보다는 사무실 같다. 패키지, 노트북 가방, 디지털 카메라 가방 등도 가끔 디자인하곤 하지만 종이공작 디자이너가 자신의 본업인 것은 변함이 없단다. “둘이 있어 좋은 점은 서로 감시(?)할 수 있다는 거예요. 가사와 업무는 상대에게 미루지 말고 솔선수범하자는 것 등의 원칙들을 잘 지킬 수 있도록 말이지요.”   1. 세븐 가방 대표 김형운 씨와 친구들 눈높이를 대신해 자문해주곤 하는 둘째 아들. 널찍한 통유리창으로 앞마당이 훤히 내다보이는 사무실 환경이 가히 인상적이다. 컴퓨터 2대와 복합기, 가방 샘플이 사무실을 구성하는 전부다. 2. 프리랜스 작가 정윤희 씨. 침실이 사무실이다. 밤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가 근무 시간이긴 하지만, 하루 한 번 외출은 꼭 지킨다. 아름다운 풍경을 디지털 카메라에 담아야 하고, 얼굴 맞대며 웃을 지인을 만나 이야기도 나누어야 한다고. 3. 종이공작 설계 도면을 디자인하는 정성훈 씨와 그가 하는 일을 세상에 알려주는 아내 권지선 씨 부부. 놀며 일할 자신과 배짱이 있다면 홈오피스를 선택해도 좋다고 말한다. 그 가운데 갈 길, 비어 있는 길이 보인다는 것이 그들의 지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