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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및

일생동안 인상적인 풍경 그림을 주로 그렸던 모네

by 현상아 2007. 8. 1.
자연의 이치는 참으로 신비합니다. 지난 봄을 보내고 이 여름을 안겨주었던 것처럼, 또 다시 이 여름을 보내고 어김없이 새로운 가을을 안겨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철의 섭리도 꼭 인간의 마음과 같습니다. 새 가을을 맞는 설렘보다 이 여름을 보내는 아쉬움이 더 큰 탓인지 막바지 찜통 열기로 배짱을 부리더니 어느새 비를 뿌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곧 다가올 이번 가을이 가깝게 느껴지고 기다려집니다. 또 한편으로는 못 다 즐기고 아쉽게 보내야 하는 여름만의 색채를 혹시 놓쳐버린 것은 없는지 이것저것 둘러보고 살피게 됩니다. 그 가운데 지금 딱 떠오르는 한 가지의 바람소리와 춤사위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모네(Claude Monet, 프랑스, 1840~1926)의 인상적인 그림 속에 있습니다.



순간순간 변화하는 빛의 색채를 포착해낸 포플러 연작



아무리 생각해도 이 포플러 나무와 관련한 모네의 연속 작품들을 빼 놓은 채, 이 여름을 보낼 수는 없습니다. 여름 햇살에 은비늘처럼 반짝 반짝이는 고운 잎새들도 자꾸만 눈앞에 어른거립니다. 또 살랑 살랑거리는 바람에 살그락 살그락 잎새들 부딪는 소리가 자꾸만 귓가를 맴돕니다. 뿐만 아니라 넘실 넘실거리는 잎새 하나하나의 춤사위가 어릴 적 추억까지 불러다 줍니다.



개인적으로 이 여름에 제 격인 아래 포플러 그림 연작을 모네의 인상주의와 빛의 예술성이 최대로 발휘된 역작이자 대표작으로 꼽고 있으며, 또 자신 斂?권할 수 있습니다. 이는 그가 순간 순간 변화하는 빛의 흐름과 그 빛의 색채를 한순간에 포착하여 캔버스 위로 옮겨내고자 애를 썼으며, 그러한 노력의 결정체를 바로 이 작품에서 유감없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 포플러나무 연작을 제작한 1890년과 1891년은 모네가 그의 고향인 지베르니(Geverny)에 이미 정착해서 살고 있던 시기입니다. 모네의 자세한 약력은 아래 작품 활동을 중심으로 한 연대기와 이 앞에서 소개한 "모네의 정원으로 초대합니다"의 글도 참고하시고, 오늘은 아래 작품을 제작했던 시기를 중심으로 간략하게만 살펴보려고 합니다.






  작업실에 있는 모네의 자화상(Self Portrait In His Atelier),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2005 Monet



모네는 고흐(Vincent Van Gogh, 네덜란드, 1853~1890)나 렘브란트(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네덜란드, 1606-1669)처럼 자신의 초상을 많이 그린 화가는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전해지는 많지 않은 모네의 자화상 가운데 하나인 이 작품은 배경이나 표정, 몸짓과 자세를 통하여 그의 성격과 품성이 잘 반영되어 있는 작품입니다.



그가 직접 그린 이 자화상을 포함하여 아래의 모든 작품이 별도의 설명이나 세세한 묘사 없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그런 그림들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소개하는 10점 모두 반드시 클릭하여 큰 그림으로 실감나게 감상하시고 시원한 바탕화면으로도 활용하시길 바랍니다. 저도 제 컴퓨터의 바탕그림으로 자주 애용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인상파의 대표적인 화가 모네는 1840년, 파리의 류라피트(rue Laffitte)에서 태어나 5세 즈음에 르아브르(Le Havre)로 이주해 세느(Seine)강 하구에 있는 항구도시에서 소년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모네의 그림에서 세느강과 르아브르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과 그 지명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일생동안 인상적인 풍경 그림을 주로 그렸던 모네



처음 모네는 마을 명사들을 그린 풍자만화(caricature)로 호평을 받아 주로 초상화를 많이 그렸으나, 해변의 풍경을 주로 그렸던 화가 부댕(Eugène Louis Boudin, 프랑스, 1824-1898)을 만나 외광(外光)묘사에 대한 초보적인 화법을 배우면서 결정적 영향을 받습니다. 그리고 1862년부터 파리 글레르(Gleyre)의 화실에서 함께 미술수업을 받았던 인상주의 화가들에게도 영향을 받으면서 점차 밝은 야외에서 풍경화를 그리게 됩니다.



1870년 프로이센-프랑스전쟁이 일어나자, 런던으로 건너가 1871년까지 활동하면서 당시 화랑을 운영하던 뒤랑 뤼엘(Durand-Ruel)을 알게 되었고, 훗날 그 화랑에서 여러 번의 전시회를 갖는 계기가 됩니다. 1874년에는 카푸시뉴(Capucines)에서 피사로(Camille Pissarro, 프랑스, 1830-1903) 등과 함께 독자적인 그룹전을 열면서 인상주의자로 명성을 얻게 됩니다.



인상주의 화가들이 해체되자 파리 북부 아르장퇴유(Argenteuil)와 베퇴유(Vetheuil)로 옮겨 살았으며, 야외에서 풍경그림을 주로 창작하였는데 그의 많은 작품과 아래 그림에서도 그 곳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1883년에 고향인 노르망디의 지베르니(Norman, Geverny)에 정착했으며, 1926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왕성한 창작으로 루앙(Rouen)성당, 건초더미, 수련 등 연작을 많이 그렸는데 오늘의 포플러나무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지베르니의 아침풍경(Morning Landscape, Giverny)  




모네는 피사로(Camille Pissarro, 프랑스, 1830–1903)와 함께 인상주의의 창조자로 평가받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가장 확실한 인상주의 화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여름아침의 독특한 분위기와 느낌을 유감없이 발휘한 위 그림을 포함하여 아래 포플러나무와 관련한 그림들에서 그 평가와 인정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위 그림을 감상하는 소감이 어떻습니까? 저는 이 지베르니의 아침풍경을 처음 감상하면서 받았던 그 신선한 충격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몸이 굳어버린 듯, 시간이 정지되어 버린 듯, 움직일 수조차 없었던 그 느낌이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심장과 뇌리에까지 번지던 그 상쾌한 전율이 지금도 생생하게 살아나 절로 부르르 몸을 떨게 됩니다. 이 그림을 볼 때마다 마찬가지의 감동과 전율을 느끼게 됩니다.



원근감이나 구도를 포함한 전체 구성은 둘째에 두고라도 첫 눈에 들어오는 살아있는 색채와 자연에 대한 생동하는 느낌만으로도 우리 모두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합니다. 나뭇가지와 나뭇잎, 풀밭과 뒤로 보이는 산이나 밝은 하늘 사이, 자연을 감싸고 있는 대기의 미묘한 기운이나 신비로운 빛이 감도는 풍경의 순간적인 분위기와 환상적인 느낌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르장퇴유 근처 프롬나드(Promenade Near Argenteuil),
Oil on canvas, 1873, Private collection





포플러나무 아래로 햇빛 비치는 광경(Sunlight Effect under the Poplars)





  아르장퇴유 근처, 포플러 나무가 있는 풀밭(Meadow with Poplars (Poplars near Argenteuil))





식료품과 잡화 판매업(grocery store)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모네의 아버지는 화가로서의 모네의 삶을 반대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가 체계적인 그림공부를 하고 싶어 하던 당시의 모네의 열정을 충족시킬 수는 없었습니다. 초기부터 그림에 대한 그의 확고한 인식이 있었기에 넉넉지 못한 환경이나 역경은 그의 창작활동에 오히려 힘이 되었습니다.



어렵던 시절에 그의 아내 카미유(Camille Monet)를 만났으며, 그 사이에서 아들 장(Jean)도 얻게 되었습니다. 그의 많은 다른 작품들과 위의 세 그림에도 세 가족이 등장하고 있으며, 그 단란한 이야기가 전해져 옵니다. 모네가 야외에서 그림을 그릴 때마다 가족을 동반하여 함께 소풍을 다니듯이 평화로운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세 그림 모두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한 바람이 실감나게 느껴집니다. 더불어 햇빛과 바람이 사로잡고 있는 대기의 기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빛 고운 햇살과 불어오는 바람에 하늘과 구름, 포플러 나무와 발아래 풀밭, 그리고 그 풀숲에 어우러진 꽂들과 등장인물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 춤을 추고 있습니다. 풍경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라기보다는 가족과 함께 하고 있는 특정 순간을 인상적으로 포착하고 있습니다.






에프트의 포플러나무(Poplars on the Epte), ,Oil on canvas, 1891, National Gallery of Scotland, Edinburgh



  

네 그루의 포플러나무(Poplars. Four Trees), 1891, Oil on canvas,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USA

오늘 소개하는 10작품 모두 포플러 나무가 주제인 그림이므로 그에 대한 생물학적인 간략한 소개를 덧붙이려고 합니다. 포플러는 쌍떡잎식물 버드나무목 버드나무과 사시나무속에 속하는 식물의 총칭입니다. 그러나 미국이 원산지이며 '미국에서 들어온 버드나무'라는 뜻에서 '미류(美柳)'라고 하는 미루나무와는 다른 것입니다.



가로수로 넓게 이용되는 포플러나무는 흑양(black poplar/P. nigra)은 유럽과 아시아 서부에 분포하며 어린 가지와 잎에 털이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잎은 넓은 삼각형으로 잎자루가 길고 편평하기 때문에 약간의 바람만 불어도 위 그림처럼 잎이 잘 흔들리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토양 오염원을 정화하는 탁월한 효능이 확인되면서 주목받고 있으며 새로운 수종으로 개발되고 있기도 합니다.



위 두 그림 가운데 첫 번째 그림은 지면을 기반으로 사선과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늘어 서있는 포플러 나무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면을 중심으로 수면에 비친 구름과 나무의 그림자까지 똑같이 배치되어 대칭적인 구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물의 구분도 모호해져 있을 뿐만 아니라 화면에포착된 모든 소재가 바람과 대기의 기운에 녹아들어 하나가 되어 있습니다.



모네의 서명이 뚜렷하게 보이는 위 두 번째 그림 역시 강가의 지면을 중심으로 서 있는 네 그루의 포플러 나무의 밑 부분을 그린 그림입니다. 마찬가지로 물 밑의 그림자까지 선명하고 뚜렷하게 묘사하여 당시 모네가 받았던 강한 인상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수면을 아래 1/3로 배치한 대칭구도로 안정감을 더하였으며, 같은 간격으로 늘어 서 있는 포플러의 모습이 시적인 정취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습지(늪)에서 바라본 포플러나무 풍경(Poplars, View from the Marsh)




에프트 강가의 포플러나무(Poplars on the Banks of the Epte), 1891,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USA

위 그림은 모네의 포플러 연작 가운데 제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입니다. 뒤집힌 S자 모양의 부드러운 곡선을 따라 늘어선 포플러 나무와 나무들이 마치 손에 손을 잡고 바람과 함께 군무를 추고 있는 듯, 우리의 강강술래라도 돌고 있는 듯 보이는 시원하면서도 푸르른 이 그림을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위 두 그림의 구성과 색감, 분위기와 느낌으로 보아 이 작품은 같은 시기, 비슷한 날짜에 그린 연작 그림으로 보입니다. 이 두 그림을 비교해 봄으로써, 빛의 흐름과 바람에 따라 변하는 하늘의 순간적인 느낌과 대기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며 그런 느낌을 포착, 화폭에 담아내고자 애썼던 모네의 붓질과 숨결까지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모네의 많은 그림들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해변과 강가의 밝은 대기를 즐겨 묘사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는데, 화면에 담겨있는 소재뿐 아니라 빛나는 외광(外光)과 공기의 흐름까지 신선한 색채감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위 두 그림에서도 그런 느낌을 실감할 수 있는데, 화창한 어느 한 낮과 해질 무렵 노을에 물든 포플러 나무의 이 두 푸른 색채감이 신비롭고 놀랍기만 합니다.




에프트 강의 굽은 길(Bend in the River Epte)  

에프트 강 한 가운데에서 마치 배를 타고 그린 듯한 이 그림이야 말로 햇살 고운 빛의 색채와 진동하는 공기나 대기의 흐름을 만끽할 수 있는 그림입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의 시각과 청각을 모두 즐겁게 충족시켜주는 음악성 강한 그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 그림을 살펴보면 사물의 뚜렷한 선이나 색채의 구분으로 윤곽선을 강조한 그림이 아닙니다. 반면 이 풍경화는 빛의 굴절과 그에 따른 색채의 효과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럼으로써 포플러 나무와 바람에 잘 흔들리는 잎새 하나하나, 나무 아래 들풀들, 그리고 미미하게 진동하는 수면의 윤곽선까지 흐려져 있으며 바람과 하나가 되어 있습니다.



여름 빛 고운 햇살에 은비늘처럼 반짝이는 하얀 잎새가 눈부시도록 아름답습니다. 또 살랑거리는 바람에 잎새들이 부딪치며 만들어내는 소리가 살그락 살그락, 잘랑 잘랑, 포플러가 들려주는 자연음악에 정신이 맑아집니다. 뿐만 아니라 바람과 함께 넘실거리는 잎새 하나하나의 부드러운 춤사위가 눈을 밝게 해주며 어릴 적 추억까지 상기시켜 줍니다.



자연음악과 춤사위도 담아낸 빛의 결정체



위와 같이, 인상주의 그룹이 해체되자 모네는 파리를 떠나 지베르니에 정착하였고, 1890년부터 동일한 대상이 다른 광선 조건에서 어떻게 변화하며 어떻게 달라 보이는지 탐구하며 지속적으로 작품을 제작하였던 모네의 포플러 연작을 감상하였습니다. 그가 남긴 그림을 통하여 그 시대의 자연과 환경, 날씨, 그리고 빛의 노래와 바람의 춤사위까지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당시의 프랑스 문학이 역사소설에서 현실적인 인물에 대한 이야기로 전환해가는 동안, 모네를 포함한 인상주의 화가들은 단조로운 기법과 사실적인 훈련에서 벗어나 자신의 개인적인 감정과 일상을 표현하고자 했으며, 화실을 벗어나 야외에서 펼쳐지는 풍경의 빛, 색채, 그리고 대기를 포착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위 모네의 포플러 연작에서 그런 인상주의 특징과 그 결정체를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빛의 마술에 걸려 한평생 빛의 변화만을 찾아다녔고 그런 풍경을 표현하고자 애썼던 모네를 인상주의의 진정한 창시자라 평가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며 정당한 표현일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비평가들이 그를 '빛의 화가'나 '빛의 마술사'라고 찬사하는 이유일 것이며 또 위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시기에 제작되어 지금까지도 전해지고 있는 포플러 관련 작품들은 전부 20여점 정도입니다. 그러나 오늘 소개하지 못한 다른 포플러 그림들 하나하나도 무척 아름답고 인상적이며 모두 인상주의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 함께 감상하지 못한 아쉬움이 무척 컸으며 다음을 기대해봅니다. 아울러 인생의 어떤 어려움도 그의 창작을 방해할 수 없었던 모네의 열정에도 감사를 표합니다.

-bssk 님의 이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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