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하고 싶은 충동을 참을 수가 없어요.” 배정원 관장 (제주 ‘건강과 성’박물관)
“난 하고 싶지 않았는데 남자친구의 요구를 더는 거절할 수 없었어요. 그가 알아서 한다고 했는데 이렇게 임신이 되다니 죽고 싶어요.”
“난 일주일에 두세 번은 아내와 성관계를 갖고 싶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거부하지요. 우리는 결혼한 지 6개월밖에 안됐는데 한 달에 한번 정도나 성관계를 할 겁니다. 아내가 날 사랑하기는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5년간 성에 대한 전화상담, 면접상담, 컴퓨터를 이용한 사이버 상담과 함께 청소년뿐 아니라 유아, 미혼, 기혼 그리고 학부모를 대상으로 많은 성교육을 해왔다. 세 살 난 아이의 자위행위를 고민하는 젊은 어머니의 당황한 목소리, 단 한번 맺은 성관계로 임신이 돼 울먹이는 청소년, 죽도록 사랑한다고 믿었던 애인의 배신에 우는 젊은 여성, 배우자와의 불만스런 성생활 때문에 갈등을 겪고 있는 남편과 아내…
이런 다양한 상담을 접하면서, 또 교육을 준비하면서 자연스레 ‘성이란 게 도대체 무엇일까?’란 질문이 내 마음속에 항상 떠올랐다. 누군가는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하고 누군가는 그것이 굉장히 중요한 것이라고 한다. 성에 대한 너무나 많은 의견이 있고 나름대로 다 일리가 있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사랑과 성에 대한 개념이 다르고 나타내는 태도와 양식, 가치관이 다르다.
지금까지 성에 대한 많은 정의가 있었으나 지금은 일반적으로 이렇게 개념 정의를 한다. “성(sex)이란 일반적으로 남녀간의 성행위만을 생각하기 쉬우나 보다 폭넓은 의미의 성(sexuality)은 성에 대한 신념, 가치관, 태도, 지식, 그리고 개인의 성행태까지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성이란 생물로서 기본적인 욕구이며 자연스러운 동기이고, 표현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남녀의 성 기관과 성 반응의 해부학적, 생리학적, 생화학적 이해를 포함해 성적인 발달과정, 남성 또는 여성으로서의 역할, 성 성향, 성에 대한 생각, 느낌, 태도, 가치관, 그리고 인간관계까지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란 것이다. 따라서 성에 대한 표현은 그 사람이 속한 사회적, 인종적, 문화적, 종교적 그리고 도덕적인 배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동양권, 특히 우리나라는 성에 대해 더욱 보수적이고, 이중적인 의식을 가지고 있다. 서구의 영향을 받아 많이 개방됐다고는 하지만 요즘도 대체로 성이란 드러내어선 안 되는 것, 말하기 쑥스러운 것, 음란스러운 것, 많이 알아선 안 되는 것, 알더라도 아는 체하면 안 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가 하면 실제의 성생활은 사회적으로 건강하기보다 문란한 지경으로 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자연스럽고 건강해야 할 성이 부부간에는 없고 외부의 파트너와는 무성하다.
이제 성에 대해 난 이렇게 생각한다. 성이란 거창한 것도 무시무시한 것도 뛰어나게 아름답고 신성한 것도 아니라고. 그것은 그저 우리의 생활일 뿐이라고. 잠이 오면 잠을 자고 배고프면 먹어야 하듯이 성에 대한 것도 우리의 기본적인 욕구일 뿐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아무 데서나 자지 않고 아무 것이나 먹지 않듯이 그것은 우리의 의지대로 조절할 수도 있다고.
자연스럽고 건강해야 할 생활의 모습으로 성은 이제 내게 다가온다. 개방적이고 솔직한 것은 오히려 좋은 것이다. 게다가 성은 우리들이 사랑하는 상대와 더 솔직하고 원활하게(?) 의사소통 하도록 해주는 중요한 표현방법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난 이제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 좀더 많은 사람이 행복한(happy) 그리고 치우침 없이 조화로운(harmony), 건강한(healthy) 성을 누리고 그래서 아름답고 질적으로 향상된 생활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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