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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이모저모/사랑과 진실

‘야만적’ 여성할례 왜 없어지지 않나

by 현상아 2007. 9. 2.
  • 이집트의 남부 지방에서 지난 6월과 8월 초순 두 명의 10대 소녀가 ‘여성 할례’ 수술을 받던 중 숨졌다. 여성의 성감대를 제거하는 수술을 동네 병원에서 받았는데 모두 마취제 쇼크로 사망했다. 이에 놀란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부인 수잔 여사가 나서 여성할례 근절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나섰다. 보건부는 ‘할례’수술에 대해 엄중한 처벌 방침을 밝혔다.

    그런데 지난 25일 이를 무색케 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남서쪽으로 103㎞ 떨어진 아트사라는 곳에서 ‘많은 소녀’들이 단체로 한 간호원으로부터 할례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받은 소녀 중 11세 된 한 명이 과다 출혈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그러나 2005년 이집트 정부의 조사에서, 조사 대상 여성의 75%가 할례를 찬성했으며, 여전히 할례는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다. ‘야만적’이라고 비난 받는 할례는 왜 계속되며, 찬성하는 이들은 어떤 이유를 들고 있을까.

  • ▲ 소말리아 하르제이사에 살고 있는 6세 소녀가 할례 시술을 받는 동안 고통을 못 이기며 소리를 지르고 있다. /AP
  • ◆전세계 여성 중 1억4000만명 시술

    세계보건기구는 ‘여성 할례’의 유형을 4가지로 구분한다. 제1 유형은 ‘클리토리스 제거’. 제2 유형은 클리토리스 전체를 자르고, 소음순을 제거한다. 제3유형은 바깥쪽으로 피부가 나와있는 외음부를 잘라내고, 몸의 구멍을 바늘로 꿰매 작게 만드는 것이다. 제4유형은 클리토리스를 바늘로 찌르거나 찢는다.

    할례는 이집트 외에도 수단,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등 나일강 계곡 유역과, 시에라리온 등 사하라 사막 인근 일부 국가, 그리고 중동의 예멘, 아시아의 인도네시아에 할례 문화가 있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전세계 여성 중 1억2000만~1억4000만명이 수술을 받았다. 약 6000명의 소녀들이 매일 할례 수술을 받고, 연 200만명이 시술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집트의 인구조사건강청(DHS)이 2005년, 15~49세의 결혼한 여성 3만9000명을 상대로 조사에서는, 대상자의 96.6%가 수술을 받았다고 나왔다.

    대부분의 할례 수술은 집에서 행해지며, 조산원인 ‘다야스’가 시술하는 경우가 많다. 이집트의 스테디셀러인 ‘쿨 칼: 이집트 여성 5명의 이야기’(나이라 아티야 지음)에서, 주차장 관리인 부인 옴 갓은 동네 이발사의 시술을 받았다고 말한다.

    “9살 때 할례 수술을 했다. 사람들이 날 꼼짝 못하게 잡았다. 나는 카페트에 앉아 있었고, 이발사가 면도칼을 들고 수술을 했다. 나는 한 번 소리를 질렀다. 7일이 지나서 상처가 아물었다. 그건 축제였다. 아버지는 닭을 잡고 사탕을 사오셨다.”

    카이로의 아메리카 대학(AUC)을 지난해 졸업한 다이아나 솔리만(여)은 “주변에서도 수술을 받은 사람을 한 명 알고 있다”라며 “여성 할례는 교육과 소득 수준이 낮은 층에서 광범위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슬람 교도, 혼전 순결 집착도 원인

    이처럼 광범위하게 할례가 시행되는 배경에는 ‘혼전 순결’에 대한 집착이 자리잡고 있다. 이집트의 많은 아버지들은 ‘할례’ 수술을 딸에게 해주는 게 부모의 도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많은 여성도 여성 할례의 지속을 지지한다. 할례 수술을 받으면 성적 욕구가 줄어들어 혼전 순결을 지킬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슬람교도의 ‘혼전 순결’에 대한 집착은 광적일 정도다. 시집간 딸이, 혼인 전 남편과 데이트 시절 성 관계를 가진 것이 뒤늦게 알려져도 ‘명예 살인’의이유가 된다. 게다가 일부 지역에서는 할례를 하지 않은 여성은 결혼하기 힘들다. 할례 수술을 받지 않은 여성은 ‘불결’하거나, ‘품행이 나쁜’ 걸로 생각된다.

    수천년된 문화의 뿌리는 깊다는 것도 근본적인 이유다. 최근 사망 사고 이후 이슬람의 최고 학자가 나서 딸에게 할례를 시키는 위험한 전통을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집트는 인구의 90%가 무슬림이다. 그러나 권위가 있는 종교지도자가 단호하게 말했음에도 그의 말을 사람들이 따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1995년 비슷한 상황 때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그렇다면 실제로 할례가 성욕 감소에 효과가 있을까. 할례 수술과 성욕의 감소는 별다른 상관이 없다는 게 다수 전문가의 주장이다. 오히려 출혈을 포함해 심한 통증, 공포, 요도나 방광, 나팔관, 자궁 감염 가능성 등 수술의 부작용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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