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빵점 외교'
[세계일보] 2007년 09월 09일(일)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7일 호주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회담 뒤 가진 공개브리핑에서 프로토콜(규약)을 무시한 ‘빵점 외교’를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워싱턴 타임스는 8일 ‘한국전쟁 문제로 부시 대통령과 노 대통령이 격돌했다’는 기사를 1면 톱으로 보도했다.
두 정상이 공개적으로 팽팽하고 꺼칠한 대화를 주고 받았으며 54년 된 휴전문제에 대해 의견 불일치를 보였다는 것.타임스는 두 정상이 평범한 외교적인 수사를 섞어가며 브리핑을 하다가 분위기가 갑자기 매섭게 바뀌었다면서 부시 대통령이 화가 나서 전례 없이 짤막하게 ‘생큐, 서’라면서 대화를 끝마쳐버렸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의욕에 찬 노 대통령이 두 번에 걸쳐 부시 대통령에게 종전선언과 관련해 명확한 메시지를 해달라고 조르면서 불거졌다.
부시 대통령은 노 대통령의 압박에 당혹한 표정을 지으면서 “더 이상 분명하게 말할 방법이 없습니다. 미스터 프레지던트”라고 쏘았다. 옆에 있던 부시 대통령 참모들은 짜증 섞인 표정으로 웃었으며 부시 대통령은 노 대통령에게 귀찮다는 표정을 보냈다는 것.
워싱턴 포스트도 두 정상의 공개대화가 외교상궤에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스트는 정상들이 회담 뒤 갖는 공개대화는 “모호하고 정중하고 형식적인 게 일반적인데 이번 회담은 그렇지 않았다”면서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도전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도 부시 대통령의 설명에 만족하지 못한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을 압박했으며 부시 대통령은 “김정일에 달려있다”고 말하면서 화난 표정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미 언론의 보도는 부시 대통령이 노 대통령을 친구로 호칭할 만큼 비공개 회담이 우호적이었다는 청와대의 설명이 맞다면 노 대통령은 회담 뒤 부시 대통령을 압박하는 바람에 얻어놓은 점수를 다 잃어버렸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부시 대통령이 노 대통령에게 “미스터 프레지던트. 생큐, 서”라고 부른 것은 예우 차원이 아니라 이 격에 맞지 않는 압박이 계속되자 그만하라는 일종의 신호였던 셈이다.
백악관과 청와대는 문제가 비화되자 통역의 잘못이라면서 덮으려 했지만 이번 해프닝은 한동안 외교가에서 에피소드로 인구에 회자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외교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워싱턴=한용걸 특파원 icykar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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