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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및

눈으로만 따지지 말고 마음으로 그림 읽어야 ...

by 현상아 2007. 11. 13.
[문화재야화]  명화속 부자연스러운 장면

김홍도 ‘씨름도’ 양손위치 바뀌어
김정희 ‘세한도’ 좌우시각 뒤섞여
눈으로만 따지지 말고 마음으로 그림 읽어야


신형준 기자


천재들도 ‘실수’를 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대표작 중 하나인 ‘최후의 만찬’(4.6m×8.8m)에 등장하는 ‘나이프를 든 손’이 그런 예이다. 그림의 구도로 볼 때, 이 손은 그림에 등장하는 특정인의 것으로 지칭하기 힘들다. 일부에서는 베드로의 손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머리를 포함한 몸통과 손의 방향이 180도로 완전히 따로 노는 상황은 ‘요가’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다. 먹으려는 음식을 쳐다보지도 않으면서 ‘칼(나이프)질’을 하는 사람도 없다. 게다가 이 나이프는 음식물을 향하고 있지도 않다. 오히려 식탁과 수평을 하고 있다. 이 나이프는 도대체 누구 손에 들려 있었으며, 무엇을 겨냥한 것일까?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화(13.7m, 39m)에도 ‘실수’가 있다. 이 작품 역시 미켈란젤로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하지만 당초 교황 율리우스 2세가 이 작품을 부탁했을 때 미켈란젤로는 “나는 조각가”라며 그림 그리기를 거부했다. 이러구러 수락한 뒤 4년 동안에 걸쳐 완성한 것이 이 작품이다. 당시 그는 등을 바닥에 대고 누워서 위만 쳐다보고 천장화를 그린 탓에, 편지를 받아도 그것을 머리 위로 든 뒤 몸을 뒤로 젖히고 읽었을 정도였다. ‘직업병’에 걸렸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작품의 완성에 심혈을 기울였던 것이다.

▲ 조선 후기 천재화가 김홍도의‘실수’를 엿볼 수 있는 풍속화첩이다. 씨름 그림에서는 오른쪽 아래 남자의 두 손이 뒤바뀌었다.(원 안)

하지만 선악과를 이브에게 권하는 ‘뱀’의 모습은 부자연스럽다. 선악과에 기어오른 뱀의 무릎 윗부분은 사람 모습을, 그 아래로는 뱀의 모양을 하고 있는데, 두 다리가 무릎 이하에서 어떻게 하나의 꼬리로 ‘합체’되는지 명확하게 처리돼 있지 않다. 그림에서는 묘사되지 않은 나무 뒤편에서 합체된다고 본다면, 오른쪽 넓적다리 부분의 길이가 왼쪽 것에 비해 훨씬 길 수 밖에 없다. 파충류(뱀)나 포유류(사람) 따위의 생명체는 기본적으로 모양이나 길이 등에서 좌우 대칭이라는 자연의 대원칙에 어긋나는 셈이다.

우리 그림에도 물론 실수가 보인다. 조선 후기 천재화가 김홍도가 남긴 작품 중에는 보물 527호로 지정된 ‘풍속도첩’이 있다. 연주에 맞춰 춤추는 아이나 씨름 경기 장면 등 서민들의 일상사를 25개 장면으로 포착한 수작들이다. 이 중 씨름도는 승부가 나려는 순간의 긴박감을 잘 묘사하고 있다. 그런데 이 그림 오른쪽 아래 부분에 등장하는 사내의 왼손과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보자. 오른손과 왼손 위치가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 춤 추는 아이 그림에서도 해금을 연주하는 남자의 왼손(원 안)이 실제 연주할 때의 모습과는 다르게 묘사돼 있다. /조선일보 DB사진

역시 김홍도의 ‘풍속도첩’에 실린 춤추는 아이에서, 아이 바로 오른쪽에 앉은 해금 연주자의 왼손을 보자. 해금 역시 기타 같은 악기를 연주할 때처럼 오른손잡이의 경우 왼손으로 줄을 감싸 안는다. 그렇다면 김홍도의 그림에서처럼 손등이 아니라, 손바닥 쪽이 보여야 옳다.

문인화의 정수로 평가 받는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에도 구도로 볼 때 문제점이 있다. 집의 모습이 앞쪽은 정면에서, 뒤쪽은 오른편에서 바라본 것처럼 돼 있다. 정면상으로 그린 집 앞쪽 모습도 둥근 창문은 마치 왼쪽에서 바라본 것처럼 묘사돼 있다. 시각이 뒤섞인 것이다. 이에 대해 타계한 미술사학자 오주석은 “추사가 이 작품에서 묘사하고자 했던 것은 거친 세파에도 변치 않는 선비의 기개”라며 “우리 옛 그림은 눈으로만 사실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도 읽어야 한다”고 했다. (오주석의 ‘옛 그림읽기의 즐거움’〈솔 刊〉 중에서)

▲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에는 주인 없는 손이 등장한다./신형준 기자



▲ 김홍도의 그림에는 손 부분에서 미세한 실수가 자주 등장한다./신형준 기자

 

위 사진을 보고 각각 그림에 그려진 사람들의 모습을 먼저 보았다면 조금 뒤로 떨어져서 전체사진을 볼 것을 권한다. "또 그런 사진이야?"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도깨비뉴스도 그동안 사진들을 모아 전혀 다른 그림을 만드는 모자이크 방식의 이미지들을 소개한 적이 있다. 지난 2004년 이라크에서 죽은 미군들의 사진을 모아 만든 부시 얼굴이 그랬고, 우리나라에서도 사람들의 초상화를 모아 노무현 대통령의 얼굴을 만들었던 것이 그랬다.

이라크서 죽은 미군들이 만든 부시 얼굴

 

그러나 위 이미지를 보면 알겠지만 사진을 모아 만든 것이 아니고 모두 그림들이다. 한장의 큰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각각의 그림을 그린 것이다. 이미 만들어진 그림을 가지고 짜맞추기하는 모자이크가 아니라 각각의 작은 그림을 그려 전체적인 큰 그림을 완성한 것이다.

 

위 그림은 일부 네티즌들에게 이미 '그림으로 그림을 그리는 아티스트'로 유명한 Lewis Lavoie씨의 작품이다. 캐나다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라고 자신을 소개한 Lewis Lavoie씨는 '이런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국내외 네티즌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아래 영상은 위 이미지를 만드는 제작 과정을 담고 있는 것으로 유튜브에 올라오자 마자 크게 화제가 됐다.

 

▲각각 다른 20개의 그림을 합쳐 만든 아담(Adam)

 

영상에는 20개의 독립된 그림을 하나로 합쳐 하나의 그림을 완성시키는 과정이 담겨있다. 완성된 그림의 주인공은 바로 '아담(Adam)'이다. 전혀 연결되지 않을 것 같은 서로 다른 그림을 차례로 나열해보면 선과 색채가 절묘하게 다음그림으로 연결된다.

 

이런 그의 독특한 발상에 국내외 네티즌들은 한결같이 놀라워 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죠?", "굉장히 절묘합니다", "정말 머리가 비상하세요", "컴퓨터로 그려도 못 그릴 것 같아요", "정말 예술입니다", "정말 신기할 따름이에요"라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Lewis Lavoie씨는 밑그림을 그리지도 않고 거침없이 붓질을 해나간다. 대중없이 그린 것 같은 그림들이 모여 하나의 큰 벽화 모자이크를 완성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조작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지만 그래서인지 Lewis Lavoie씨는 아예 여러 시민들 앞에서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또한 Lewis Lavoie씨는 서로 다른 아티스트의 그림을 합쳐 또 다른 그림을 탄생시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수백명의 전혀 다른 그림을 하나로 연결시키는 재주 또한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아래 이미지가 바로 그것이다.

▲ 서로 다른 작가가 그린 336개의 그림을 합쳐 만든 'buffalo twins' 작품

▲ 서로 다른 작가가 그린 216개의 그림을 합쳐 만든 'Trust' 작품

Lewis Lavoie씨는 "20여년 동안 삽화가와 벽화미술가로 활동했다"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20살때부터 영화미술감독으로 일하면서 미술경력을 쌓았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베스트 셀러였던 'Dinosaurs Unleashed'에 삽화를 그리고 최고 과학소설 예술부문에 이름이 올려지기도 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다.

 

도깨비뉴스 인턴기자 이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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