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다.
겨울철 별자리 속에는 밝은 별이 많아 겨울 밤 하늘은 초롱초롱 빛난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15개 정도의 1등성 가운데 7개가 겨울철 별자리에 들어있다.
매서운 바람을 피해 따뜻한 곳을 찾는 겨울 밤, 별지기들은 깜깜한 산 속으로 들어간다. 바람이 매서운 곳에 천문대가 있다. 단순히 별만 관측하는 장소가 아니다. 아이들의 꿈은 커지고, 어른들은 근심과 걱정을 덜어내는 사색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천문대에서 별 자리를 찾아 여행을 떠나자.》
꿈이 별처럼 쏟아지는 밤… 황홀합니다
○ 겨울 밤, 별 헤는 사람들
17일 오후 10시경 경기 여주군 강천면 부평리 세종천문대.
차에서 내리니 싸늘한 공기가 어깨를 움츠리게 했다. 천문대 입구에 있는 온도계를 보니 영하 4도였다. 신발을 벗고 들어간 천문대 관측실에는 난방 시설이 전혀 없었다. 명왕성 관측을 위해 지붕이 열려 있었다. 실내였지만 공기는 바깥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소속 회원 50여 명이 모여 있었다. 고등학생부터 40대까지 연령층은 다양했다.
망원경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발바닥이 차가워 까치발을 하고 있었다. 한겨울에 난로를 켜지 않은 초등학교 시절 교실 바닥 같았다. 몸을 오들오들 떨고 있었지만 표정은 밝았다. 이날 저녁때까지 비가 오다가 밤이 깊어지면서 날씨가 맑아져 별을 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12인치 굴절 망원경 속을 들여다보니 하얀 점이 보석처럼 반짝거리고 있었다. 명왕성이라고 했다.
“수련원 앞마당에 고기가 준비돼 있습니다. 먹고 하시죠.”
오후 11시에 향연이 시작됐다. 돼지 삼겹살을 장작불 위 불판에 구워 김치에 싸먹었다. 학회 오성진(46) 부회장은 “새벽까지 별을 보기 위해 야식은 필수”라며 “삼겹살 정도는 먹어 줘야 추위에 떨지 않고 별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돼지고기와 맥주는 이날 관측 모임을 주관한 학회에서 마련했다.
추위에 떨면서 별을 보는 이유가 궁금했다.
“별을 보고 있으면 지구가 아주 작은 존재며, 그 안에 있는 나 자신은 더 작은 존재라는 걸 알 수 있다. 작은 존재인 내가 갖고 있는 근심과 걱정은 정말 사소하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인터넷 별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온 성기호(22) 씨의 말이다. 꽤 사색적인 답변이었다. 나이가 꽤 들었으리라 여겨 물어보니 대학생이란다.
초등학교 교사인 박진아 씨는 “어렸을 때는 호기심 때문에 별을 봤다”면서 “지금은 별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말했다.
천문우주기획 대표인 이태형(43) 박사는 “별은 변하지 않는 존재다. 변하지 않기 때문에 믿음이 생기고 그런 별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자정이 되자 별지기들은 다시 별을 보기 위해 망원경 앞으로 갔다. 그들의 별자리 여행은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계속됐다.
○ 나를 키운 건 8할이 별
평북 용천이 고향인 한일철강 엄춘보(88) 회장이 어린 시절 뛰어 놀던 알봉산은 별이 아름답게 빛나던 곳이었다.
엄 회장은 “별을 보면서 한 번뿐인 인생을 인간답게 살려면 대자연과 우주의 원리, 그 속의 내 위치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한다. 그의 꿈은 별이 잘 보이는 알봉산 자락에 정자를 짓는 것이었다. 그는 사재 360억 원을 들여 경기 양주시 장흥유원지 안에 송암천문대를 세워 어린 시절의 꿈을 이뤘다.
엄 회장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나’라는 존재와 인생의 의미를 깨닫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고 싶어서 천문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대표 휴머노이드 로봇인 ‘휴보’를 개발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오준호(53) 교수에게 별은 연구 활동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그는 “별을 보면 연구하느라 지친 머리도 식힐 수 있고, 정신도 맑아진다”고 말했다.
이태형 박사는 별이 아이들에게 좋다고 말한다. 이 박사는 “아이들은 대개 땅만 쳐다보는데 별을 보게 되면 하늘을 보게 된다”며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게 되면 시야가 넓어지고, 그만큼 사고의 폭도 넓어지고 생각도 많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부모들이 자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천체망원경을 선물하고 천문대에 함께 가 별을 보여 준다고 한다.
가미야 다케시(神谷毅) 아사히신문 서울특파원은 “일본에는 지방자치단체마다 도서관과 천문대가 있어서 별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다”며 “천문대에서 아이들에게 별을 보여 주면서 앞으로 도전할 무대가 우주라는 것을 알려 준다”고 말했다.
○생일 파티에서 올림피아드 준비까지
15일 송암천문대에는 유치원생 29명이 방문했다. 이날 생일을 맞은 김동욱(6) 군의 어머니가 유치원의 같은 반 친구들을 이곳으로 초대한 것. 이들은 천문대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스페이스 센터에서 우주여행을 떠났다.
송암천문대 스페이스 센터 안에 있는 디지털 플라네타리움은 직경 15m의 돔 천장을 스크린으로 삼아 천체 영상을 보여 준다.
김 군의 어머니 이은진 씨는 “좀 특별한 곳에서 생일 파티를 열어 주고 싶어서 이곳으로 정했는데 동욱이도 좋아하고, 친구들도 좋아해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여성 대사로 서울 외교가에서 잘 알려진 제인 쿰스 주한 뉴질랜드 대사도 지난달 2일 외교관들과 한국인 친구 등 30여 명을 이곳으로 초대해 생일 파티를 열었다. 그녀는 “평생 가장 멋진 생일 파티였다”고 만족해했다. 밝은 도심에서는 별이 잘 안보이기 때문에 천문대는 주로 깊은 산속에 있다. 최근에는 도시와 가까운 곳에 천문대가 생기면서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경기 고양시 일산구 어린이천문대는 천문올림피아드나 지학올림피아드를 준비하는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대형 망원경으로 관측만 가능한 다른 천문대와 달리 이곳에서는 학생들에게 1인당 하나씩 120mm짜리 천체망원경을 실습용으로 나눠 주기 때문에 천체망원경을 직접 조작해 볼 수 있다.
올림피아드 준비를 위해 꼭 가야 할 천문대로 입소문이 나면서 일산 지역뿐만 아니라 서울에 있는 학원에서도 단체로 온다고 한다. 천문대가 호기심을 채워 줄 뿐만 아니라 현실의 꿈을 이루는 곳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글=황진영 기자
사진=박영대 기자
디자인=김성훈 기자
▼ 반짝반짝 7개 보석… 누나, 저 별자리는 뭐지?▼
겨울철 별자리들은 눈이 시리도록 하얀 느낌을 준다. 겨울에는 특히 밝은 별이 많아 검은 하늘에 보석을 뿌려 놓은 듯하다. 겨울철 별자리의 대표격은 7개의 별이 찌그러진 국자 모양을 이루고 있는 오리온자리다.
남쪽 하늘에 보이는 오리온자리는 한 줄로 늘어선 3개의 별(3형제 별)을 중심으로 아래와 위로 1등성(一等星)이 하나씩 빛나고 있다. 북쪽에 있는 1등성이 베텔게우스, 남쪽에 있는 1등성이 리겔이다. 별은 밝기에 따라 대개 1등성부터 6등성까지 등급이 매겨진다.
1등성은 도심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밝다. 6등성은 달이 없고 맑은 날 밤 시골에서 눈이 좋은 사람이 볼 수 있을 정도의 별이다.
오리온자리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60여 개의 별자리 가운데 1등성을 두 개나 가지고 있는 유일한 별자리다.
오리온자리는 겨울철 별자리를 찾는 데 길잡이가 된다. 3형제 별의 직선을 따라 위쪽으로 살펴보면 황소자리의 1등성 알데바란과 만나게 된다. 더 위쪽으로 가면 플레이아데스성단에 이르게 된다.
3형제 별의 직선을 따라 아래쪽으로 가면 유달리 반짝이는 별 하나가 눈에 띈다. 이 별은 큰개자리의 으뜸별인 시리우스다. 시리우스는 겨울 하늘에서 가장 밝고 찬란한 별이다. 1등성 보다 더 밝은 마이너스 1.5등성이다. 시리우스는 지구로부터 8.7광년이라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어 밝게 보인다. 초겨울 북극성 근처에서 밝게 빛나는 별이 마차부자리의 알파별(한 별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인 카펠라다. 이 별은 겨울철 북쪽 하늘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1등성이다. 마차부자리는 카펠라를 한 꼭짓점으로 삼아 5각형을 이루고 있다.
오리온자리 부근의 은하수 동쪽에서 외롭게 반짝이는 별이 작은개자리의 프로키온이다. 프로키온은 삼각형을 이루는 베텔게우스, 시리우스와 함께 ‘겨울의 대삼각형’으로 불린다. 늦겨울의 매서운 추위가 한풀 꺾이는 2월 하순경 형제간의 우애를 상징하는 별자리 하나가 하늘 높이 떠오른다. 황도 12궁의 3번째 별자리인 쌍둥이자리다.
오리온자리의 리겔과 베텔게우스를 잇는 선을 2배 정도 연장하면 형님 별 카스트로와 동생 별 폴룩스를 만나게 된다.
천문우주기획 이태형 대표(충남대 천문우주과학과 겸임 교수)는 “겨울 별자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먼 미지의 공간을 향한 여행”이라며 “별자리 상식을 갖추면 더 재미있게 과거로의 여행을 떠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움말: 이광식·‘아빠, 별자리 보러 가요’ 저자)
'세상만사 이모저모 > 자연·풍경 여행 및'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용한 여행비법 (0) | 2007.12.03 |
---|---|
한국의 절경들 (0) | 2007.12.03 |
방콕에 잇다가 외출 하고서... (0) | 2007.12.02 |
마음도 절도 트이는 자연의 풍경 (0) | 2007.11.29 |
고흥반도에 위치한 팔영산- 영상 (0) | 2007.11.2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