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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이모저모/(구)세상사 이모저모

허당 살림법

by 현상아 2008. 4. 23.

허당 살림법^^

 

 




조금이라도싼 가격으로 장볼 생각이 너무 앞섰던 것일까.

마트 주차장 들어가는데 길은 왜 그리 막히는지.
모두 같은 시간에 장을 보는 모양이다.
결국 왕복 기름값이 절약된 돈을 훨씬 넘어설 때가 있다.

물가가 껑충 뛰었다. 가능하면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는게 낫지 싶다.
그런데 아뿔싸. 가족들 스케줄은 생각도 안 하고 밥을 너무 많이 지었다.
찬밥 되거나 며칠 지나 결국 버리고 만다.

경매 사이트에 꼭 필요한 물건이 떠 있는 걸 보고 마감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최고 가격을 부른다.
나와 똑같은 작전을 펴는 상대방 때문에 가격은 엎치락뒤치락.
결국 예산을 초과한다.

아무래도 백화점 쇼핑에 신뢰가 간다.
백화점도 영리하게 쇼핑하면 괜찮을 거야 하고 매대만 뒤적거린다.
세일이란 글자만 봐도 다가가 관심을 보이다보니 결국 후회가 생긴다.
이 옷, 왜 산걸까 하고.

선착순으로 사면, 혹은 추첨해서 준다는 사은품에 눈이 멀어 물건부터 사고 본다.
당첨만 되면 남는 장사겠지만 확률 게임에서 이겨 본 적도 별로 없다.
길몽을 꾸면 다시 도전해 볼까.




봄이 온 게 언제인데 하며 보일러를 끄고 잠이 든다.
다음날 아침 남편은 몸이 찌뿌듯하다고 불만이고, 아이는 감기 걸렸다며 학교 못간단다. 약 사러 나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엄습한다.

아이들 헤어스타일쯤이야 엄마가 책임져야 한다고, 그게 사랑의 표현도 된다고 선언한다. 아이한테 보자기 씌워 놓고 싹둑싹둑.
내가 보기엔 괜찮은데 아이는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두 개짜리 형광등은 하나를 빼고, 현관 센서등은 아예 꺼버린다.
TV 볼 때도 거실 등을 켤 필요는 없지 싶다.
그런데 시력은 자꾸 떨어진다. 어디 가야 싼값에 안경을 맞출 수 있나.

음식 버리는 건 죄라고, 굶는 사람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고 늘 주장한다.
가족들이 남긴 밥과 반찬은 환경 보호 차원에서도 주부가 먹어야 한다.
그런데 살 빼는 건 정말 못할 일이다.

마트 폐점 시간에 장을 보러 간다. 왜냐고? 너무 싸니까.
해산물 코너의 막판 세일에 달려든다.
생선 가게 총각이 건넨 비닐봉지는 받았는데, 덩치 큰 아줌마들과의 몸싸움에 멍이 든다.

세탁소 옷걸이가 쓸모가 많다는 걸 배운다.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 엄마표 장난감을 만들어 주니 기분 참 뿌듯하지만
그것도 잠시. 끝마무리를 못했는지 아이가 다친다. 너무 미안한 일.




아이들은 이상하다. 놀러가면 자기 멋대로 굴어도 되는 날인 줄 안다.
간만에 기분 전환하려고 나선 길에 아이는 보이는 것마다 모두 사 달란다.
이젠 장난감 챙겨 놀러갈꺼다.

엄마가 말만 하면 돈 나오는 기계도 아닌데 아이는 비싼 브랜드 옷과 신발을 갖고 싶어한다.
친구들과 비교돼서 기분이 언짢았나 싶다가 그렇다고 굳이 비싼 걸 사야 하나 고민하지만 결국 진다.

이웃 엄마들을 만나면 교육 문제에 대한 새 정보가 가득하다.
그들 따라 학습지도 시키고, 학원도 보내고….
아이한테 효과가 있는지를 먼저 따져야 하는데 돈만 새고 만다.




빨래 삶을 때 달걀 껍질을 넣으면 옷이 깨끗해진다.
염기 성분이 표백 효과를 내주는 것. 몸에 좋지 않은 세제 대신
천연 표백제를 쓴다는 생각에 주부라면 시도해 보고 싶어진다.
문제는 달걀 껍질을 가제 수건에 싸아 넣지 않았을 때 일어난다.
옷에는 조각난 달걀 껍질이 덕지덕지 묻어 있다.

샤워를 마치고 수증기가 남아 있을 때 주름진 와이셔츠를 걸어 두면 다림질이 필요없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 욕실 문을 열어 보니 보송보송한 와이셔츠는 어디에도 없다.
금방 세탁한 것처럼 축축하고, 게다가 비릿한 물 냄새까지 나는 와이셔츠. 수증기가 과했던 걸까.

페트병을 잘라 저금통으로 쓰면 좋다는 얘기에 당장 따라해 본다.
사인펜으로 페트병 표면에 목표액과 눈금을 표시까지 해두고 동전 생길 때마다 차곡차곡 넣는다.
안이 보이기 때문에 더 신경 써서 돈을 모으게 된다고 하더니 우리 집은 줄기만 한다. 보일 때마다 냉큼 꺼내 쓴다.

타임과 로즈마리 등 허브를 산다. 보기에도 예쁘고 조금씩 뜯어 요리에 쓰면
색다른 맛이 나겠지 하는 기대로 설렌다.
며칠 뒤 허브들은 약속이나 한 듯 말라죽는다. 물도 꼬박꼬박 주었는데…. 문제는 환기다.
통풍이 안 되는 곳에서 허브는 곰팡이성 질병에 걸리거나 시들고 만다.

살림 잘하기 위한 첫 걸음은 가계부를 적는 일이라 한다.
이왕 적기로 맘먹었다면 제대로 해야지 싶어 가계부 중에서도 가장 쫀쫀한 걸 골라 온다.
영수증 모아 놓고 저녁마다 일기 쓰듯 가계부 적는 일은 꽤 재미있지만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
어려운 가계부는 중도 포기의 지름길.

맞벌이하느라 일주일에 한 번 서너 가지 반찬을 만든다.
일주일을 버틸 일용할 양식이므로 정성껏, 잔뜩 만들어야 마음이 든든하다.
용기에 담아 냉장실에 넣으면 한 주는 걱정 끝이다.
그렇지만 매일 똑같은 반찬을 먹는 건 사실 고문이다.
다 먹지 못하고 버릴 때가 온다.

아이의 아토피 증상을 보면 엄마의 마음은 아프다.
고통을 덜어 주고 싶은 마음에 아토피에 관련한 정보들은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알로에가 아토피 피부에 좋다는 말에 발품 팔아 사다 발라 준다.
생알로에에는 독 성분이 있어서 정제된 걸 써야 한다는 걸사고 친 다음 알게 된다.




외국 여행을 다녀온 지인에게서 향기 좋은 커피를 선물 받는다.
아줌마 되고 나서 선물 받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기분 날 때 꺼내 마셔야지 하며 고이 간직했더니만 어느새 딱딱하게 굳어 버리고….
이제 커피는 커피가 아니라 탈취제다. 냉장고에도 넣고, 화장실에도 두고 쓴다.

벼르다가 드디어 에어컨 한 대를 장만한다.
부지런히 닦고, 정말 더울 때 틀면 시원하겠지 싶어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그런데 여름이 생각보다 짧은 건지 에어컨 한 번 틀지 않고 여름이 간다.
우리 집 에어컨은 그림의 떡이다. 너무 안 쓰니 기계는 고장나더라.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여 저녁 식사를 하기로 한다.
큰 맘 먹고 오늘은 자장면 대신 그럴싸한 요리를 주문한다.
그런데 남편은 차가 막혀 귀가가 늦어진다.
조금만 더 하면서 기다리고 나니 어느새 우리 집 강아지가 포식하고 있다.
낭패다, 낭패. 나쁜 녀석 같으니라구.

뭐든 제철이 싸다. 알뜰 주부라면 그런 기회를 놓치면 안 되는 법.
제철에 나온 생선을 몽땅 사다가 야무지게 손질해서 냉동실에 넣는다.
한 마리씩 꺼내 구워도 먹고 찌개도 끓이면 얼마나 맛있겠는가.
그런데 더 이상 생선은 예전의 맛이 아니다.
말라비틀어지고 냉동실 냄새까지 난다.

마른 오징어가 짜지도 않고 간간하니 맛이 좋다.
저녁에 남편과 맥주 한잔할 때 이만한 안줏거리는 없다.
이번 오징어는 잘 골라 샀나 보다. 그런데 마른 오징어가 점점 딱딱해진다.
딱히 상미 기간 표시는 없었지만 음식에는 모두 맛을 유지하는 기간이 있다.

화장품 가격은 거품이라고 해도 비싸면 더 효과적일 거라는 생각에 늘 승복하고 만다.
큰맘 먹고 산 아이 크림. 깨알만큼 덜어 바르며 눈가 주름 다 없어지라고 빌어 본다.
알아야 할 건 화장품은 피부만큼이나 민감하다는 점이다.
상하기 전에 써야 값어치를 다하는 것이다.



누구나 실수하기 마련이다. 사소한 잘못에 기죽을 일이 아니다.
 모르는 건 배우고, 서툰 일은 연습하면 된다. 그게 주부의 근성 아니겠는가.
기본적인 원칙들만 잊지 말고 기억해 두자.


어디에나 나보다 나은 이들이 있다. 결혼 몇 년차, 나이 몇 살에 연연하지 말자.
나보다 돈 절약 잘하고 야무지게 사는 고수가 있다면 멘토 삼아 따라하면 된다.
그들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듣고 나는 똑같은 길을 걷지 않으면 된다.

살림법에 대한 정보는 넘쳐난다.
아마 빨래 잘하는 법만 해도 수백, 수천 가지의 이야기들이 나올 것이다.
중요한 건 취사 선택을 얼마나 잘하느냐이다.
무조건 따라했다가 실수하지 말고, 많은 사람들의 검증을 받은 안전한 살림법만 따라한다.

주부라고 세탁, 요리, 청소, 재테크 등 모든 면에 완벽할 순 없다.
살림 중에서도 내 적성에 딱 맞는 게 있다.
한 우물만 파는 심정으로 한 가지 분야에서만이라도 전문가 수준이 되어 보자.
세탁에서 성공하지 못한 절약을 요리에서 하면 된다.

예를 들어 공과금 날짜 맞추는 일은 아주 사소한 일에 불과하다.
그런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건 옳지 않다. 공과금 납입부터 적금 등
금융 관련 업무들은 자동 이체로 돌려놓자.
인터넷 뱅킹을 통해 내역만 확인하면 되는 게 아닌가.

메모는 살림뿐 아니라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요소이다.
살림 정보를 들으면 기록해 두었다가 활용한다.
장보러 갈 때도 쇼핑 리스트를 적어서 충동 구매를 막는다.
메모 습관이 몸에 익으면 돈도 모인다.

지나친 세일이나 과도한 선물 공세….
그냥 지나치기 어렵지만 되도록이면 눈을 감자. 나가는 돈은 생각 못하고,
절약되는 돈만 생각하느라 필요치 않은 소비를 하게 된다.
소비에도 정도가 필요하다.

누구나 돈을 아끼고 싶고 살림도 잘하고 싶어한다.
현명한 주부가 되겠다는 욕심이 앞서 남들에게 원성을 살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하나를 받았으면 주는 것도 알아야 한다.
무조건적인 알뜰살뜰은 자신도, 남도 힘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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