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돈PD의 소비자고발-"감기약이 불러온 무서운 폐해"

[TV리포트] 국회가 '의료사고분쟁조정법' 통과를 17년째 미뤄와 '스티븐스-존슨증후군' 환자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1991년 법으로 제정된 '의약품부작용 피해구제사업'이 시행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것. 25일 방영된 KBS1TV `이영돈PD의 소비자고발'이 그 실태를 지적했다.

 

 

방송에 따르면 스티븐스-존슨증후군은 약물의 특정 성분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피부와 점막을 벗기고 실명과 사망에까지 이르게 하는 약물 부작용. 동네 병원에서 처방 받은 감기약은 물론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감기약까지 이 부작용의 위험을 안고 있다.

방송은 18년째 이 병을 앓고 있는 이상돈 씨의 사연을 소개 했다. 이 씨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스티븐스-존슨증후군을 진단받았다. 현재 한 쪽 눈이 실명된 상태고, 다른 한쪽도 점점 나빠지고 있다. 나머지 눈만큼은 살리고자 항암제까지 투여했지만 상황은 더 악화된 상태. 항암제 독성으로 방광에 출혈이 생겨, 고인 핏덩어리를 제거하는 수술만 20여 차례 받았다.

원인은 동네 병원에서 처방받은 감기약 때문이었다. 아무 의심 없이 먹은 약이 독이 됐던 것. 이와 관련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알레르기내과 박중원 교수는 "스티븐스-존슨증후군은 99%이상 약물에 의해 유발된다"고 전했다.

2006년 스티븐스-존슨증후군을 진단 받은 주장근 씨 또한 비슷한 불안에 떨고 있다. 처음 그의 몸은 전신에 걸친 물집과, 피부와 점막이 녹아들어 마치 화상환자 같았다. 지금은 피부상태가 조금 나아졌지만 실명의 위험은 여전하다. 점막이 모두 벗겨졌던 그의 눈은 현재 인공눈물을 안 넣으면 뜨기조차 어렵다. 그 역시 감기약을 먹고 이런 고생을 하고 있다.

2002에서 2007년 사이 5개 대학병원 941,033명 환자 중 136명이 스티븐스-존슨증후군을 진단받았다. 남녀비율은 남자 67명, 여자 69명이고, 나이대는 1~86세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이를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제약사는 '나 몰라라' 뒷짐만 지고 있고, 국회는 17년 동안이나 관련법 통과를 미뤄오며 '늑장'을 부리는 상태다. 의료비, 장애수당, 사망 시 유족연금을 지급하고 피해구제 심사기구를 독립적 운영하는 일본과는 대조적이다.

그런 점에서, 방송에 소개 된 일본 스티븐스-존슨증후군 환우회장의 사례는 곱씹어 볼 만 했다. 그는 일본 정부로부터 시력장애2급 판정을 받고 3개월에 한번 씩 우리 돈으로 680만원 정도를 받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연구결과에 따르면 2006년 피해구제비용은 최대 14억 4천만 원이다. 시장규모 12조원의 국내 제약계가 매출의 만분의 일씩만 부담하면 해결되는 금액이다. 제약회사와 정부의 시급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방송장면)

[김대욱 기자 purmae33@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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