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경제 현황때문인지 2009 새해가 밝은 년초 부터 좋지 않은 소식을 접하는 군여
다음은 한국일보 송태희기자님이 보도한 좋지않은 소식 입니다.
"자식 실직에… " 버려지는 노인들
한국일보 |
경기불황 직접 원인 노인 유기·학대 급증
요양시설 예산 되레 삭감… '보호막' 부실
지난해 11월 서울의 한 주택가에서 발견된 박예심(83ㆍ가명) 할머니. 함께 외출했던 아들은 "여기 잠깐 있으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 뒤 돌아오지 않았다. 보호시설에 들어간 할머니는 건강검진 결과 자궁암 말기 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실직 이후 아내와 별거한 아들은 끝내 소식이 닿지 않았고, 어렵게 전화 통화가 된 며느리도 "나 살 길 찾아야 겠다"며 외면했다. 병상에 누운 할머니는 "아들은 아무 죄가 없다"면서도 "○○야, ○○야"라며 손자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
지난달 4일 오후 9시 오른쪽 눈에 피멍이 든 김옥분(83ㆍ가명) 할머니가 겁에 질린 채 경기지역의 한 노인요양소를 찾아왔다. 할머니는 "무섭다. 하룻밤만 재워 달라"며 부탁했다.
상담원들이 할머니 집에 찾아가 조사한 결과, 일용직 근로자인 아들이 최근 일감 줄어들자 걸핏하면 술에 취해 어머니를 폭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행여 아들이 경찰에 붙잡혀갈까 걱정이 된 할머니는 "문에 부딪쳐 난 상처"라며 아들의 폭행 사실을 극구 부인했다.
늙고 병든 부모를 낯선 곳에 버리거나, 신체ㆍ심리적으로 학대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최근 경제난에 따른 가계 빈곤화가 노인 유기(遺棄)ㆍ학대의 원인인 경우가 부쩍 늘어 경제위기가 우리 사회에 드리운 짙은 그늘을 실감케 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산하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이 기관에서 파악한 노인 유기 사례는 38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33건보다 늘었다. 유기 판정 절차가 까다로운데다, 버려졌지만 자식들에게 해가 될까 봐 "길을 잃었다"고 둘러대는 노인들이 적지 않은 현실을 감안하면, 실제 유기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노인 학대 상담 건수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까지 이 기관에 접수된 학대 상담 사례는 3만1,863건으로, 2007년 전체 2만7,492건보다 3,371건이나 늘었다. 12월까지 합할 경우 전년 대비 20%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집계됐다.
노인 유기ㆍ학대가 증가한 것은 무엇보다 어려운 경제 여건 때문으로 분석된다. 노인 문제 상담 및 병원ㆍ요양원 연결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국 19개 지역별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상담 사례들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경기북부노인보호전문기관의 윤현준 상담원은 "지난해 여름 이후 자식들의 사업 실패나 실직이 학대와 유기의 직접적인 원인인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경기 지역에 버려진 김삼례(90ㆍ가명) 할머니도 그런 경우다. 할머니는 지난해 초 함께 살던 큰 아들이 사업체 부도에 이어 중풍을 맞으면서 작은 아들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하지만 작은 아들은 "내가 왜 모셔야 하냐"며 압류를 당해 비어있는 큰 형 집에 할머니를 홀로 남겨두고 가버렸다.
할머니는 다행히 아파트 경비원에게 발견돼 요양기관에 입소했다. 연락이 닿은 큰 아들은 병상에서 "불효도 이런 불효가 없지만, 지금 사정상 도저히 어머님을 모실 형편이 아니다"며 울먹였다.
사정이 이렇지만 2009년 노인요양시설 확충 예산은 일반회계를 기준으로 지난해 1,015억원에서 974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는 "경제난으로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노인 문제가 더욱 심각해 질 것"이라며 "전통적으로 가정에 의존하던 노인복지에서 국가의 제도적 복지 쪽으로 정부 정책이 전향적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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