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으로 공주시, 서쪽에 홍성군, 남쪽은 부여군, 북쪽으로 예산군과 인접한 청양군은 조선 태종 13년(1413) 칠갑산 동쪽의 정산현과 서쪽 청양현이 1895년 갑오개혁 후 각각 군으로 승격하였다가 1914년 일제강점기 때 청양군으로 통합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청양군은 지리적으로 충청남도의 중심부에 해당하지만, 사방이 높은 칠갑산(七甲山; 561m) 줄기에 가로막혀서 정산면~청양읍은 칠갑산의 한티고개(大峙)를 넘어야 했고, 정산면~ 공주시 신풍면은 솔티 고개, 남양면과 보령시 청라면은 다리재, 온직리에서 부여는 싸리재, 장평면 도림리와 작천리는 마재, 화성면과 홍성군 광천읍은 기러기재 등을 넘어야 했다.

이렇게 아흔아홉 골짜기를 가진 청양군은 오래 전부터 '충청도의 알프스'라고 불렀는데, 오랫동안 산간오지에서 살던 주민들의 고달픈 삶은 1989년 ‘콩밭 매는 아낙네야~ ’로 시작되는 대중가요 ‘칠갑산’으로 전국에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천장호 전경.
그러나 1983년 공주~청양간 국도 36호선 중 정산면과 대치면 사이의 칠갑산 밑에 폭 9.4m, 길이 455m의 왕복 2차선의 대치터널이 개통되고, 이어서 솔티터널, 마재터널 등의 개통으로 사통팔달이 되면서 빠르게 바깥세상과 소통하여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대치면, 정산면, 장평면 등 3개면에 걸쳐있는 칠갑산은 칠악산(七岳山)이라고도 하는데, 칠갑산이란 지명은 동서남북 사방으로 장곡리 계곡, 광대리 계곡, 냉천골, 지천골, 작천골, 적곡리 계곡, 천장리 계곡 등 7개나 되는 계곡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라는 것이 거의 정설이다. 그렇지만, 만물의 생성 7대 근원인 땅, 물, 불, 바람, 공기, 보고, 앎(地水火風空見識)인 ‘칠(七)’과 싹이 난다(草木初生之莩始也)는 뜻의 ‘갑(甲)’자로 ‘생명의 근원’을 의미하는 지명이라고도 한다.

백제시대에는 칠갑산을 사비성 정북방에 있는 진산(鎭山)으로 삼아서 성스럽게 여기고 이곳에서 제천의식을 거행하기도 했지만, 사실 칠갑산 동쪽에 도솔성지(자비성)와 도림사지, 남쪽의 금강사지와 천장대, 남서쪽의 정혜사, 서쪽의 장곡사 등은 모두 삼국시대 백제인의 얼이 담긴 천년역사를 간직해온 사적지들이다.

조선 성종 때 펴낸 동국여지승람 권18, 정산현 편에 "현 서쪽으로 16리쯤 떨어진 곳에 있는 산에는 고성의 흔적이 남아 있는데, 이것은 자비성(慈悲城)으로서 일명 도솔성이라고도 한다"는 기록도 있다.

   
출렁다리 전경.
1973년 3월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칠갑산은 봄에는 산철쭉과 벚꽃이 우아한 자태를 자랑하고, 여름에는 울창한 천연림이 현대인들의 심신을 안정시켜주며, 가을에는 울긋불긋한 단풍, 그리고 겨울의 설경은 미지의 세계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안겨주는 등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해서 사시사철 많은 등산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방자치제 시행이후 청양군에서는 칠갑산을 ‘청양 8경’의 하나로 삼고, 대대적인 투자로 계곡마다 등산로를 개발하고, 여러 가지 축제와 시설을 만들어서 널리 알리고 있다.
우선, 칠갑산 등산은 칠갑광장에서 정상~장곡사까지 13㎞의 코스를 비롯하여 장곡사에서 서쪽 능선~정상~삼형제봉~지천리로 하산하는 코스, 국도 36호선 중 공주~정산~청양읍으로 가는 중간의 칠갑산휴게소 부근의 출렁다리가 놓인 천장호에서 정상까지 오르는 코스 등이 있지만, 옛 도로의 칠갑산 정상인 칠갑산장에서 출발하는 코스를 가장 많이 이용한다.

이 코스는 칠갑산장이 해발 310m이고, 정상이 561m로서 약3km를 산행하는 동안 표고차가 고작 250m에 불과해서 가족단위 등산객에게 매우 적당할 뿐 아니라 경사가 완만하고 자비정까지 널찍한 임도가 있고, 그 이후 약1km구간도 운치 좋은 아름드리 송림이나 부드러운 파스텔 톤의 잿빛 줄기를 가진 굴참나무 숲길이 펼쳐진다. 마지막 약100m 구간은 밧줄이 매어진 급경사 바위 섞인 길에서 약간 스릴도 느낄 수 있으며, 정상까지 올랐다가 내려오는 데도 2시간30분이면 충분하다.

둘째, 칠갑산장 북쪽에는 한말의 애국지사 면암 최익현 선생의 동상과 칠갑산 노래비, 콩밭 매는 아낙네 동상 등이 있어서 등산이 아닌 휴게소로도 제격이다.
또, 대치터널이 개통되기 전까지 국도로 이용되던 이곳 비탈길에는 가로수 역할을 하던 70~ 80년생 아름드리 벚나무가 봄철에는 아름다운 벚꽃 터널을 이루어 많은 관광객들로부터 커다란 환호를 받고 있는데, 칠갑산장에서 공용주차장인 칠갑광장으로 내려가는 길목에 일반인을 위한 천문우주테마과학관으로 2009년에 개관한 칠갑산천문대도 있다.
천문대는 국내 최대의 굴절망원경이 설치된 주관측실, 다양한 형식의 천체망원경이 구비된 반구형 슬라이딩 보조관측실, 그리고 3D 입체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시청각실과 천체시뮬레이션과 5D영상을 체험할 수 있는 12m 지오대식 천체투영실 등을 갖추고 있어서 공해에 오염되지 않은 청정지역 청양에서 아름다운 수많은 별들을 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주변에는 크고 작은 음식점, 호텔과 민박촌이 있어서 관광객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셋째, 칠갑산휴게소 남쪽 골짜기에는 1979년에 준공한 천장호가 농업용수로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 청양군에서는 2009년 7월 이곳에 총길이 207m, 폭 1.5m의 출렁다리를 만들었다.
칠갑산의 새로운 명물이 된 출렁다리는 국내에서 가장 긴 다리라고 하는데, 이곳에서 나무계단~능선~칠갑산 정상~삼형제봉 갈림길~장곡사~장승공원으로 하산하는 코스도 큰 인기이지만, 매년 겨울 천장호 주변에서 ‘칠갑산 알프스 얼음분수축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천장리 마을주민들이 개울가에 분수를 만들어서 얼린 수십 개의 얼음분수와 눈 조각, 얼음 조각 등을 장식품으로 한 천장호 주변에서 얼음 썰매, 튜브 눈썰매, 얼음 봅슬레이, 빙어낚시, 이앙기 썰매, 맨손 빙어잡기 등 아이들이 신나게 놀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들로 만든 축제는 아직 연간 100만 명이 찾아오고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는 강원도 화천의 산천어축제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올해 4회째로 지난 12월 24일부터 2월 5일까지 계속되고 있다.

     
공밭 매는 아낙네 동상(왼쪽), 최익현 선생 동상.
사실 칠갑산은 등산뿐만 아니라 청정지역이라는 지리적 이점으로 즐길 수 있는 칠갑산자연휴양림과 까치내가 흘러내리는 작천 계곡, 장곡리 계곡 등은 특히 여름철에 물놀이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즉, 국도 36호선 중 대치터널을 지나자마자 도로 왼편 광대리 계곡에 있는 칠갑산 자연휴양림은 체력단련장을 비롯하여 자연 학습장, 물놀이장, 야영장과 통나무집들이 마련되어 있는데, 통나무집은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골짜기가 깊어서 장곡리(長谷)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 장곡리 계곡에는 신라 문성왕 12년(850) 보조국사가 창선했다고 하는 천년고찰 장곡사가 있다.
장곡사는 주불을 모신 대웅전이 2개라는 특징뿐만 아니라 국보 2점, 보물 4점이 있는데, 상대웅전(보물 제162호)·하대웅전(보물 제181호)·철조여래약사좌상부석조대좌(국보 제58호)·금동약사여래좌상(보물 제337호)·철조비로자나불좌상(보물 제174호), 미륵불괘탱화(국보 제300호) 등이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