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항아리로 빗댄다면 두주불사형의 호주가를 흔히 ‘밑 빠진 독’이라고 한다. 반대로 잘 발효된 보리차(?) 한잔만 들어가도 금방 얼굴이 붉어지고 하늘이 빙빙 돌아가는 ‘견실한 독’의 소유자도 있다. 술에 약한 이런 사람이 사업상 술자리가 잦을 수밖에 없어 스트레스를 받으면 가끔은 자신이 ‘밑 빠진 독’은 못될지언정 ‘틈새라도 벌어진 독’이었으면 하고 바라기 십상이다.
그런데 독도 독 나름이다. 같은 독이라도 남성의 소중한 정액을 간직한 독은 행여라도 금이 가서 조그만 틈새라도 벌어지면 큰일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철부지들이 콧물을 줄줄 흘리는 모습이야 애교로 봐줄 수 있지만, 시도 때도 없이 정액이 질질 새어 나오는 성인 남성의 모습은 생각만 해도 너무 끔찍하기 때문이다.
사춘기 이후 황홀한 꿈과 더불어 배설의 쾌감을 맛본 남성들은 경험적으로도 몽정(夢精)이란 용어가 생소하지 않겠지만, 이를 의학적으로 야간 유정이라 말하면 언뜻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면 유정이란 무엇인가?
유정(遺精)은 이성과의 성교 없이 정액과 같은 분비물이 불수의적으로 흘러나오는 증상을 말한다. 영어로는 ‘pollution’, 혹은 ‘emission’이라고 한다. ‘방출’을 뜻하는 ‘이미션(emission)’이야 그런 대로 이해가 가지만 왜 ‘오염 혹은 공해’란 의미의 ‘폴루션(pollution)’도 유정을 뜻할까?
혹자는 친절하게도 몽정이 있으면 팬티나 이불이 더러워지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는 방출된 이후의 사건이니…. 하여간 의학에서는 이런 증상이 일어나는 시기를 낮과 밤으로 나누어 분류하니, 주간에 있을 때를 주간 유정, 야간에 있을 때를 야간 유정 곧 몽정이라고 한다.
모든 남성의 80% 이상이 경험하는 유정은 그릇에 물이 차서 넘쳐흐르는 것과 같이, 슬플 때 나오는 눈물과도 같이 남성의 성 생식기관이 성숙됐다는 징조의 자연적, 생리적 현상일 경우가 많다. 또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쌓인 성적 긴장감을 해소시켜서 일종의 안전밸브 역할도 한다. 그러나 스스로 생각해도 생리적 현상으로만 간주하기에는 그 정도가 심한 경우도 있어 의학에서는 증상에 따라 생리적 유정과 병적 유정으로 구분한다.
비록 한계를 명확히 정할 수는 없지만, 생리적 유정은 대체적으로 야간 수면 중 애무, 발기, 음경의 삽입, 마찰, 사정 등의 완비된 성몽(性夢)을 동반하면서 10일에 1회 이하의 횟수로 나타난다. 팬티를 적신다(!)는 것 이외에 뚜렷한 불쾌감은 없는 것이 보통이다.
이에 반해 병적 유정은 주 2~3회 이상으로 그 빈도가 잦고, 음경이 채 발기되기 전에 사정되며, 유정 후에는 우울증이나 심한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 심한 경우엔 벌건 대낮에 야릇한 상상만 떠올려도 정액이 외요도구 밖으로 흘러내리는 문자 그대로 질질 새는 느낌을 받는다.
또 병적일 경우에는 신체 증상도 다양하게 나타나 유정 후 밤을 새운 것과 같은 피로감, 일에 대한 의욕 저하, 머리와 척추의 뻐근함, 서혜부와 고환 부위의 통증, 심한 식은땀과 건망증, 가슴이 두근대고 손이 벌벌 떨리는 것 등이 그 대표적인 증상들이다.
한의학에서는 ‘정위지보(精爲至寶)’라 해서 정(精)을 인체에서 가장 보배로운 것으로 여겨 정이 망실(亡失)되는 유정을 무척 자세하게 설명했다. 가령 유정(遺精), 몽설(夢泄), 몽유(夢遺), 정활탈(精滑脫) 등이 모두 유정의 또 다른 표현이며, ‘소변을 볼 때 정액이 나오는[因小便而出者인소변이출자]’ 뇨정(尿精)이나 ‘보거나 듣기만 해도 정액이 나오는[因見聞而出者인견문이출차]’ 누정(漏精) 역시 유정의 범주에 속한다.
증상의 경중(輕重)은 인체를 물병에 비유해 설명했다. 병이 기울었거나[如甁之側而出者여병지측이출자] 깨어져서[如甁之罅而出者여병지하이출자] 흘러나오면 치료해야 하지만, 병이 가득 차서 넘치면[如甁之滿而溢者여병지만이일자] 달리 투약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치료는 ‘정지주재재심(精之主宰在心: 인체 내의 정을 주재하는 것은 심이고)’, ‘정지장제재신(精之藏制在腎: 인체 내의 정을 단속하고 제어하는 것은 신이다)’의 이론에 따라 심신(心腎)이라는 두 장부(臟腑)가 잘 조화되게끔 한다. 특히 마음을 맑게 하는 청심(淸心)작용이 있는 약물을 많이 응용한다.
혈기왕성한 청소년기나 독신자가 강제로 성욕을 억제해서 나타나는 유정은 물병의 물이 넘쳐흐른 상태와 같다. 이런 사람들이야 ‘세월이 약이겠지요’란 노래처럼 결혼해서 적법한 배설(?)이 이뤄지면 자연히 치유되겠지만, 이외의 경우에 해당하는 남성들은 적극적으로 치료받아야 한다. 전래 동화에 나오는 콩쥐처럼 착한 마음씨만 지니면, 두꺼비가 불쑥 튀어나와 독 밑의 구멍을 막아 줄 걸로 기대하며 치료를 미루다가는 정말 ‘밑 빠진 독’ 신세가 되고 만다. 독도 독 나름이니….
한편 여성의 경우는 성몽(性夢)이 남성의 유정에 해당한다. 킨제이는 여성의 70%가 성몽을 경험하는데, 45세까지의 모든 여성 중 37%가 수면 중 황홀한 꿈에 의해 오르가즘을 느끼고 이때의 근육 경련으로 잠을 깨며, 8%정도는 1년에 다섯 차례 이상 이런 현상을 경험한다고 했다.
성몽의 구체적 내용 중 90%는 남성애(男性愛)다. 실제로 성관계를 갖는 꿈과 애무하는 꿈이 각각 30%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막연히 이성을 사랑하는 꿈을 꾼다고 한다. 아울러 성몽의 촉발에는 처녀들은 자위행위가, 기혼녀들은 여러 가지 사정에 의한 성적 불만족이 그 원인으로 여겨진다.
여성의 성몽에 해당하는 한의학적 병증은 귀교(鬼交)다. 귀교는 문자 그대로 꿈에 귀신, 그것도 남자 귀신과 성관계를 갖는 병증이다. 그런데 한의학에서는 남자 귀신을 만나는 해괴망측(?)한 꿈 뿐 아니라 모든 꿈을 매우 부정적인 현상으로 해석했다.
그래서 ‘꿈꾸는 것은 사사로운 기운이 인체 내에 들어온 때문[淫邪發夢음사발몽]’이라 했다. 몽교(夢交)는 ‘사기(邪氣)가 음부에 이르러 남녀 교접의 꿈을 꾼다[邪氣客於陰器사기객어음기 則夢接內측몽접내]’고 풀이했다. 그럼 귀교증의 여성에게는 어떤 증상이 나타날까?
귀교증은 인체의 엣센스라 할 정혈(精血)을 소모시키니, 환자는 얼굴이 자주 벌겋게 상기되고, 심신이 노곤해지며, 식욕이 떨어지게 된다. 또 여성 건강의 바로미터라고 일컫는 월경이 고르지 않고, 불안 초조가 심해지며 몸이 야윈다고 했다. 치료법은 남성의 유정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정욕의 발동에 따른 병이므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수양(?)을 쌓아야 한다.
많은 여성들이 혐오스럽게 여기는 것만큼이나 많은 남성들이 동경과 흠모의 대상으로 여기는 동물의 으뜸은 단연 뱀일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정관팽대부라는 정액의 임시 저장고가 없기에 성교 시간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오래 지속된다는 뱀 자신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이 여전히 선망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유는 역시 조루증 때문이다.
조기사정(早期射精), 미숙사정(未熟射精), 과속사정(過速射精) 등으로 불리는 조루증(早漏症: premature ejaculation)은 흔히 그 문자적인 의미만의 해석으로 인해 성교 시간의 짧음만으로 생각한다. 즉 여성을 절정감에 도달시키지 못하고 너무 급하게 걷잡을 수 없이 사정하는 경우를 흔히 조루증이라 여기는데 의학적으로는 아직도 조루증을 명확히 정의하기 어려워 논란이 많다.
그러면 조루증의 정의에 관한 대표적인 성의학자들의 견해를 들어보자. 첫째, 킨제이 등은 성관계 시의 소요 시간을 조루증의 지표로 삼았다. 그는 남성의 75%가 성관계 시작 후 2분 이내에 사정한다고 했다. 따라서 킨제이의 보고대로라면 여성의 항의(?)에 개의치 않고 2분 이내에 사정(射精)하는 남성일지라도 일단은 자신이 조루증 환자라 단정하며 고민할 필요는 없다.
둘째, 매스터즈 등은 성관계자 상호간의 만족도를 조루증의 기준으로 삼았으니, 곧 성관계 때 2회 중 1회 이상 여성이 성적 만족감을 느끼도록 충분히 성관계를 지속하지 못하고 조기에 사정하면 조루증이라 진단했다. 그러나 이는 성적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목석같은 여인을 상대할 때라면 어찌되나 하는 의문이 생긴다.
셋째, 카플란(Kaplan)은 남성이 성행위 중 고도의 성적 흥분을 유지하면서도 사정을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임의로 조절할 수 있어야 조루증이 아니라 했다. 이는 너무 엄격한 규정이라 세상의 모든 남성을 조루증 환자로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이상과 같은 성의학자들마다의 조루증에 대한 기준이 다르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성관계 시의 여러 가지 복잡하고 미묘한 상황을 전체적으로 고려해서 조루증의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앞서 살펴 본 것처럼 비록 조루증의 명확한 정의는 곤란하지만 많은 수의 남성들이 각기 나름대로의 기준에 따라 조루증을 앓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각각의 유형을 살펴봐야 한다.
첫째, 독신자에게 많은 가성(假性) 조루는 성교에 익숙하지 못한 상태에서 과도한 긴장이나 장기간의 금욕 등으로 일어난다.
둘째, 예술가 유형에게 많은 심인성(心因性) 조루는 대뇌의 성감이 지나치게 강해 미미한 자극에도 지나치게 확대해석해서 흥분이 높아지기 때문에 발생한다.
셋째, 스포츠맨 유형의 과민성(過敏性) 조루는 성기의 감각이나 사정 신경이 너무 민감해서 대뇌의 흥분은 미약함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사정해 버리는 경우다.
넷째, 두뇌 노동자형의 쇠약성(衰弱性) 조루는 중년 이후 기력 쇠퇴 등으로 사정관을 막고 있어야 할 폐쇄근이 이완돼 힘없는 사정이 일어나는 경우다.
이상과 같이 조루증의 여러 유형을 살펴보면 독자들은 왜 신혼 초기 남성에게 조루증이 많은지 짐작할 수 있다. 운전 면허증을 딴 뒤 처음으로 핸들을 쥐고서 복잡한 도로를 질주해야 할 때의 팽팽한 긴장감, 미묘한 흥분감 등을 상상할 수 있으리라!
안세영 교수(경희대 한의대 신계내과학) '성학'<58> 꿈에서 섹스하는 여자
지상사 02-3453-6111 www.jisangs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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