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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이모저모/자연·풍경 여행 및

부석사의 은행나무

by 현상아 2006.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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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의 은행나무


1. 길 떠나고 싶은 계절

처서가 지나면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들이 있다. 그 나무들 사이로 길이 있다. 오솔길, 단풍길, 노란 은행단풍의 고속도로……

걷고 싶은 길이 있고, 내닫고 싶은 드라이브가 있다. 앙증맞은 신록의 새순이 봄과 여름을 넘기고 가을을 겪으며 단풍과 낙엽으로 변해 길 위를 뒹구는 계절. 인생무상! 한껏 센티해진 속내를 터놓을 것인가 말 것인가?

단풍 길이 반긴다. 닫힌 공간을 박차고 길을 떠나고 싶어지는 계절이다.


2. 천지가 온통 노란 부석사 진입로

지금 부석사엘 가면 온통 노란색 천지가 된다. 길바닥에도 노란 융단이 깔렸다. 해탈로 가는 길 부석사 은행나무 터널은 어느새 몸과 마음을 노란 `가을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영주 부석사 은행나무 길에서 만나는 노란 은행나무 길은 또 다른 고적감이 있다. 전국 명찰 주변에 은행나무 길이 적지 않지만 그중 영주 부석사 진입로의 것을 최고로 친다. 부석사 진입로는 길 폭이 은행나무와 잘 어울리는 넓이이고, 적당히 경사진 비포장 길 그리고 꼭대기에 무량수전이 기다리고 있다는 기대감 등이 어우러지면서 이 길이 마치 극락의 진입로 같은 착각을 주는 것이다. 사실 부석사의 은행나무들은 그리 큰 편도 아니고 더러는 다른 나무도 섞여 있어 샛노란 은행나무 천지를 기대한 초행자는 실망을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 부석사의 보이지 않는 매력이다.

은행나무 뒤로는 작은 사과 과수원들이 있어 사과가 주렁주렁 열린 모습도 눈에 띈다. 은행나무가 데리고 다니는 과수원이다. 천왕문 못 미쳐 왼쪽으로 부석사중수기념탑과 당간지주가 서 있는데, 이 석조물마저 노랑 물을 덮어 쓴 느낌이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하늘을 가리며 노란 터널을 이루고 있어 그 '터널' 속을 사람들의 얼굴마저 노랑 물을 들였다.


3. 명상의 길과 은행나무 길

특히 이른 새벽 은행나무 진입로를 지나 무량수전에 이르는 길을 거닐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깊은 사색에 잠기게 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펴낸 유홍준교수는 부석사 은행나무 진입로를 '국내 최고의 명상 길'이라 극찬한 바 있다.

부석사 노란색 은행나무 길은 부석면 소재지부터 시작되며, 사찰 입구까지 4km의 드라이브길이 온통 노란 가을 옷으로 갈아입는다. 한 줌 산바람에 승용차가 내달리며 일으키는 바람에도 황금빛 잎새를 우수수 쏟아낸다. 매표소에서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까지 500여m 은행나무 길은 아예 샛노란 카펫을 깔아 둔 듯하다. 실바람에 떨어지는 은행잎을 향해 탄성을 쏟아내는 사람들의 나들이옷이 울긋불긋 뒤섞여 그야말로 원색의 향연이 된다.


4. 부석사 은행잎의 특징

은행잎은 일반적으로 오색 단풍만큼은 화려하지 않지만 유독 싱싱하면서도 도톰한 잎새가 탐스러운 건강미를 담아낸다.

대부분 관광객들은 부석사의 '매표소~일주문~사천왕문'을 통과하는 동안 은행나무 길을 감상하면서 오르내리지만, 산사의 호젓함을 맛보려면 천왕문을 들어서자마자 왼쪽 야트막한 언덕배기의 멋스러운 은행나무 숲이 제격이다. 이름 하여 은행나무 동산이라고나 할까. 부석사의 은행나무 길은 11월 초에 절정을 이룬다. 이른 아침 길을 나서 부석사의 황금빛 은행나무 길을 산책한 후 인근 과수원에 들러 탐스럽게 익은 사과 한 입을 베어 문다면 그야말로 온 천하의 가을은 모두 자신의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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