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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이모저모/자연·풍경 여행 및

온화한 미소에 담긴 당당한 미륵 세계

by 현상아 2006. 9. 3.

온화한 미소에 담긴 당당한 미륵 세계

 

 

‘우리나라에도 앙코르와트가 있다 ?’

이렇게 말하면 의아해 할 사람이 많겠지만 충주의 남쪽 끝(상모면) 월악산 국립공원 자락에 있는 미륵리사지(사적 317호)는 특이한 건축양식으로 여행객의 시선을 끈다.

신라 말께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곳은 언덕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돌을 쌓아 조성한 석실 안에 우뚝 선 미륵석불(보물 제96호)이 있다. 주변에 5층석탑(보물 제95호), 석등(지방유형문화재 제19호) 등이 갖춰져 있어 완벽한 사찰의 형태를 이루고 있다.

다른 무엇보다도 우선 높이 10여m의 거대한 미륵석불이 인상적이다. 석축의 당당함에 있어서는 경주의 석굴암에 견줄만 하며, 자연상태의 풀섶에서 우뚝 솟아 난 품세는 가히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절의 전체 규모를 알 수 없어서 그렇지  앙코르와트의 어느 한 곳에 옮겨 놓아도 전혀 밀리지 않는 위풍당당함을 자랑하고도 남을 듯 하다.

 

 

 

 

 

 

미륵석불은 온 몸에 거무튀튀한 이끼를 뒤집어 쓰고서도 유독 얼굴만큼은 방금 만든 듯 미소 띤 하얀 얼굴을 하고 있다. 나라에 중대사가 있을 때마다 땀을 흘린다는 이 석불은 지금도 가끔씩 중한 일이 있을 때마다 얼굴이 흠뻑 젖어 세인들의 관심을 끌곤 한다. 혼란했던 신라 말 혹은 고려 초기 이 지역에 살던 호족 하나가 나라의 안녕과 백성들의 무사안일을 위해 미래에 올 미륵을 기려 조성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절터 입구에 있는 길이 10m, 폭 5m의 거대한 거북석상과 온달장군이 갖고 놀았다는 지름 1m의 공기 돌, 그리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수많은 건물 잔해들도 이 절의 중요성과 규모를 짐작케 한다.

 

 

 

미륵리사지 바로 옆에는 하늘재(520m)로 오르는 오솔길이 나 있다. 경북 문경과 맞닿아 있는 이 길은 신라가 한강 유역으로 올라오기 위해 인위적으로 닦은 우리나라 최초의 도로라는 이야기가 전한다. 당시에도 고구려 온달장군이 남진을 위해, 또 그 이후 신라의 마의태자가 망국의 한을 품고 금강산으로 향할 때, 훗날 고려의 공민왕이 홍건적의 침입을 피해 경주로 몽진할 때 이용했던 길이기도 하다. 조선시대에는 경상도 지역에서 서울로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들과 상인들이 줄지어 오갔던 길이라 한다. 낙동강을 거슬러 문경까지 올라 온 선비와 상인들은 조령(문경 새재)을 넘어 와 탄금대까지 육로로 이동한 다음 그곳에서 남한강을 따라 한양가는 배를 잡아타곤 했다. 이같은 하늘재의 ‘사통팔달’의 역할은 조선 태종 때 조령으로 통하는 새 길이 뚫릴 때까지 계속됐다. 

이곳 하늘재와 조령은 임진왜란의 비극과도 맞물려 있다. 부산에 상륙한 왜군이 파죽지세로 한양으로 향할 때 조정에서는 이를 격퇴할 대업을 신립에게 맡긴다. 신립은 어디서 적을 막을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상식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두 고개를 버리고 후방에 있는 탄금대를 택한다. 배수의 진을 친다는 계산에서다. 그러나 신립이 이끄는 군사는 노도처럼 밀고 오는 왜적을 막아내지 못하고 탄금대에서 전멸하고 만다. 이 싸움을 두고 훗날의 사가(史家)들은 새재에 방어막을 쳤더라면 훨씬 유리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임진왜란이 끝난 후 조정은 새재에 3개의 성을 쌓고 조령 1, 2, 3관문이라는 문을 만들었다. 성문은 모두 남에서 치고 올라오는 왜적을 막기 위해 북쪽에서 잠그게 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월악산을 벗어나 신립이 패배했다는 탄금대에 올라 본다. 달천이 남한강에 합류하면서 세 곳의 물 줄기가 자그마한 언덕배기를 둘러싸고 있다. 한 눈에 보아도 한 번 몰리면 벗어날 곳이 없는 곳이다. 그 날의 비극을 아는지 모르는지 강물은 유유히 흐르고 최근에 세운 위령비 만이 외로이 높이 솟아 고혼들을 위로하는 듯 하다.

충주시에서 나온 문화유산 해설사는 “탄금대는 가야의 우륵이 신라에 귀화한 후 한을 달래기 위해 가야금을 타던 곳 ”이라며 “최근에 주변 경관 정비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사람들의 출입이 잦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강동호기자eastern@sed.co.kr

 

^<여행메모>

◇찾아가는 길=수도권에서 영동 고속도로와 중부 내륙고속도로로 번갈아 타고 충주에 도착한 후, 3번, 36번 국도와 지방도로를 번갈아 이용한다. 수안보를 지나 좀 더 나가면 상모면에 미륵리사지가 있다. 수안보에서 미륵리를 오가는 시내버스(1시간 간격)도 있다. 서울에서 2시간 남짓.

◇둘러볼 곳=충주는 택껸의 고장이자 특산물로 사과가 유명하다. 축제로는 우륵문화제, 세계무술대회가 있다. 충주호에서 수상 레포츠를 하거나 단양까지 유람선 관광을 할 수 있다. 충주댐 외곽도로 카페촌에서 남한강의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하며 차 한잔 하는 일도 추억이 될 수 있다.

◇음식ㆍ숙박=남한강변 엄정면 목계리에 민물고기 전문집인 실비집(043-856-5108), 수안보 관광단지 옆에 꿩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대장군식당(043-846-1757)이 있다. 중앙탑 공원 옆엔 도토리묵밥을 잘하는 장수네집(043-855-3456)도 유명하다. 수안보 온천관광지에 상록호텔(043-845-3500) 등 호텔과 콘도, 여관들이 많다. 주변에 수안보외에 앙성, 문강온천 등도 있다.

◇여행문의=충주시 문화관광과(043-850-5161)/ 월악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043-653-3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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