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이훈범.권혁재]
주당(酒黨)들의 입안에 침이 고이는 계절이 돌아왔다. 술잔을 들어올리기만 해도 비지땀이 흘러내리는 무더위 속에서 마지못해 근신했던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주당들이 자주 인용하는 구절이 있다. "술은 혈액을 통하게 하고, 장기를 두텁게 하며, 근심을 쫓고 의기양양하게 한다." 당나라의
명의 진장기가 쓴 '본초습유(本草拾遺'에 나오는 말이다. 이처럼 적당히 마시면 술은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늘 '적당히'가 문제다.
얼마나, 어떻게 마시는 것이 적당한 것이란 말인가. Week&이 공부 좀 했다. 사상의학적 체질에 따라 몸에 맞는 술과 술 마시는 법을
알아봤다.
태양인(太陽人) - 포도주가 최고, 독주는 금물
영웅심과 자존심이 강해
술자리에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시하고 자기 주장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은 게 태양인의 특징. 그만큼 술값도 자기가 치르려 하고 2차.3차를
외치는 경우가 많다. 태양인은 폐대간소(肺大肝小)로 간이 비교적 약하므로 술이 해로운 체질인데도 의외로 술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현실
생활에서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술을 마시면 주사를 부리기도 하니 주의가 요망된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을
마시면 몸의 원기가 손상될 수 있으므로 도수가 낮은 술을 마시도록 한다. 포도주가 가장 좋고 생맥주도 괜찮다. 소주.양주 등 독한 술을 가능한
한 적게 마시는 게 좋다. 태양인에게 맞는 한약재인 모과.오가피.솔잎.머루 등을 소주에 담가 약주로 조금씩 마시는 것도 좋다. 안주는
조개류.복어.낙지 등 해산물이 가장 맞고 포도.머루.다래 등 과일류와 신선한 야채도 좋다. 소변이 시원스러운 것이 태양인의 건강 척도인 만큼
조갯국.포도 주스 등도 음주 전후에 좋다.
태음인(太陰人) - 고량주.보드카.위스키 … 독해야 좋다
간대폐소(肝大肺小)로
선천적으로 간의 흡수.해독 기능이 좋아 술에 잘 맞는 체질이다. 술자리에서 고독한(?) 최후의 승자로 남을 정도로 술이
세다.두주불사(斗酒不辭)로 과음하는 경우가 많고, 술의 종류에 구애받지 않지만 맥주는 쉽게 배가 불러 싫어하는 경향을 보인다. 위장이 튼튼해
식성이 좋고 기름지고 맛이 진한 음식을 좋아해 이에 어울리는 독한 술을 즐긴다.
사상의학의 창시자인 이제마는
소주를 3~4잔 마시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흔히 장이 나쁠 수 있으므로 맥주보다는 알코올 도수가 높은 소주.고량주.보드카.위스키
등이 체질에 맞다. 태음인에게 맞는 약재인 매실.오미자로 술을 만들어 먹는 것도 좋다. 체질적으로 주량을 과신해 30대 이전에 지나치게 술을
많이 마셔 오히려 간질환을 겪을 수 있으므로 과음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술의 종류에 따라 안주가 달라질
수 있으나 쇠고기 등 육류와 치즈.두부.콩나물.은행.밤.버섯 등이 좋다. 과음 뒤에는 오미자나 매실.칡차.율무차.우거지탕.콩나물국 등을 먹고
가벼운 운동으로 땀을 내면 숙취 해소에 효과가 있다.
소양인(少陽人) - 열 많은 사람에겐 찬 맥주가 딱
술 자체보다는 술 마시는
분위기를 즐기는 게 소양인이다. 비대신소(脾大腎小)로 비뇨 기능이 약해 과음을 하면 몸에서 열이 나고 숙취가 오래간다. 하지만 사교적인 성격으로
거의 매일 술을 마시는 애주가가 많다. 술을 적게 마시거나 마시더라도 천천히 마시는 게 좋다. 열이 많은 체질이므로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보다는
몸 안의 열을 내리고 소변을 잘 보게 하는 맥주가 가장 좋다. 소양인에게 맞는 한약재인 구기자.복분자.산수유 등으로 술을 담가 마시는 것도
좋다. 소양인이 양주나 고량주를 많이 마시면 몸이 뜨거워져 피부에 발진이나 종기가 생길 수 있으니 피하는 게 낫다.
안주로는
돼지고기.굴.전복.새우.배추.오이.수박.참외 등이 좋다. 하지만 고추나 마늘.생강이 많이 들어간 자극성 안주류를 먹으면 열이 나거나 설사를 할
수 있다. 음주 전후에는 반드시 식사를 해야 한다. 과음 후에는 변비가 생기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과음 후에는 야채즙.오이냉채.복어국 등이
도움이 되며 숙취 해소를 위해 소변을 많이 보는 게 좋은데 얼음이나 냉수를 많이 마신다.
소음인(少陰人) - 부드러운 브랜디랑 찰떡궁합
술이 약해 조금만 마셔도 금방
취한다. 신대비소(腎大脾小)로 술을 분해하고 처리하는 위장과 소화기관이 약하기 때문에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 만약 소음인이 술을 잘 마신다면
집안 내력이거나 신체가 건강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만약 그것이 아니라면 알코올 중독을 의심해봐야 한다. 체질적으로 술에 약한데도 사람들
앞에서는 강한 척하는 이중성도 있으며, 술의 힘을 빌려 억눌렸던 감정을 표출하기도 한다. 비위가 약하고 몸이 차갑고 기가 부족하기 쉬운
체질이므로 맥주 등 성질이 찬 술을 좋지 않다. 소화 기능을 돕는 달콤한 디저트 와인이나 적당한 알코올로 기혈 순환을 활성화해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소주, 식욕을 돕고 향이 좋으며 입 안의 질감이 부드러운 브랜디 등이 어울린다. 소음인에게 맞는 약재인 인삼.당귀.계피.사과 등으로 술을
담가 마시는 것도 좋다.
닭고기나 흰 살
생선, 파전.부추전.된장찌개나 사과.귤.토마토.복숭아 등 소화가 잘 되고 위벽을 보호해 주는 음식이 좋다. 음주 전에 인삼을 먹어두면 술도 덜
취하고 피로도 덜하다. 음주 후에는 인삼차.생강차.꿀물.북어국을 먹으면 빨리 회복된다. 양기가 부족한 소음인이 갑자기 땀을 내면 혈압이 내려가고
기운이 빠질 수 있으므로 음주 후 사우나나 찜질방을 찾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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