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타짜’ 계기로 본 ‘賭神의 세계’::)
영화 ‘타짜’가 관객 500만명을 돌파하고 흥행돌풍을 일으키면서 바빠진 사람이 있다. 한때 전국적으로 명성을 날렸던 전직 타짜(전문도박꾼) 장병윤(52)씨다. 장씨는 요 즘 타짜 흥행 이후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화투판을 뛰어 다니는 대신 도박판에서 벌어지는 속임수와 폐해를 알리느라 몸 이 두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19년 전 도박을 끊은 뒤 경남 산청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장씨는 “도박판에서 돈 따려는 허황된 욕심을 버려야 한다. 꿈일 뿐 절대 현실이 될 수 없다”며 “도박할 돈 아껴서 집에 고기를 사들고 가는 일상의 행복을 아픔 끝에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끊는 것은 간단하다. 안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장씨는 왜 보통사람들이 타짜들을 상대로 노름을 해서 돈을 딸 수 없는지 자 세하게 설명했다.
◆화투장은 내 손안에 있다 = 타짜가 구사하는 기술은 모두 200 가지 정도지만 이는 기본 기술 3가지를 조합해 응용한 것이다. 3대 기술은 밑장빼기(윗장을 빼는 척하면서 아랫장 빼기. 일명 ‘미싱’), 낱장치기(위에 있는 패를 섞으면서 제일 아래로 보내는 것. 일명 ‘스데끼’), 바꿔치기(패를 손바닥, 손등 등에 숨겼 다가 바꿔서 사용하는 것)다. 타짜들은 게임 종류와 상황에 따라 선택해서 쓰게 된다.
타짜라고 모든 판에 기술을 쓰는 건 아니다. 매번 이기기만 하면 의심을 받으니까 곤란하다. 적당히 지기도 하면서 따지도 잃지 도 않고 있다가 돈이 많이 걸린 결정적인 순간에만 기술 1∼2가 지를 사용한다. 그럴 때는 옆에서 도움을 받아 완벽을 기한다. 장씨도 도리짓고땡(화투 5장중 3장으로 10이나 20을 만든 뒤 나 머지 2장의 끗수를 따지는 게임)에서 3가지 기술을 조합해 17억원을 땄다. 수표라 나중에 문제가 될 것 같아 현금 2억원만 받은 뒤 8명이 나눴다. 타짜의 몫은 딴 돈의 30%. 많을 땐 50%다.
화투나 카드 기술에 큰 차이는 없지만 카드가 화투보다 커서 밑 장빼기를 익히는 시간이 더 든다. 장씨도 한창 때는 손바닥에 화투에 딱 맞는 사각형의 굳은살이 잡혀 있었다. 그러면 바닥에 스치기만 해도 패가 손안에 쏙쏙 달라붙는다.
◆특수 장비까지 동원 = 타짜들은 손기술뿐만 아니라 표시를 해 둔 화투인 공장목(출고될 때부터 특수한 표시가 들어간 화투)과 현장목(현장에서 특수한 표시를 한 화투)을 이용해 상대방의 패 를 완전히 읽고 친다. 공장목도 20가지가 넘는데 뒷면의 속임수 무늬에 따라 이삼가라, 삼삼가라 등으로 나뉜다. 삼삼가라와 이삼가라는 불빛에 45도 각도로 하면 표시가 보이는데 각각 초급, 중급 타짜용이다.
현장목은 손톱이나 매니큐어 등을 이용해 자신만 알아볼 수 있게 흔적을 남기는데 완전한 타짜만 감별할 수 있다. 그래도 타짜들끼리는 시간이 지나면 눈치 챌 수가 있어서 30분에 1번 정도는 새 화투로 바꾼다. 도박을 하면 하루에 8∼10개의 패가 쓰인다. 심지어 카메라나 콘택트렌즈 등도 이용한다. 카메라는 패의 뒷면에 그냥 봐서는 드러나지 않는 특수 잉크를 바른 뒤 적외선이나 자외선 카메라를 통해 확인하는 방식이다.
상대방의 패를 들여다본 뒤 소형 이어폰을 낀 자기 편에게 알려 준다. 콘택트렌즈도 마찬가지 원리인데 시력이 약화되는 부작용 이 있다. 이렇게 장비를 쓰게 되면 도박 참가자만큼 패를 봐줄 사람이 필요해 그만큼 자기 몫이 줄고, 손기술과는 달리 사기꾼 이란 소리를 듣게 되는 단점이 있다.
◆돈 따갈 확률은 0.1% = 타짜들이 선호하는 게임이 따로 있지는 않지만 도박판에서는 ‘섰다’ ‘포커’ ‘도리짓고땡’ 3가지 를 많이 한다. 도리짓고땡은 5장의 패를 돌릴 때 상대방을 속일 수 있어 타짜들이 가장 좋아한다. 섰다와 포커는 돈을 거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판돈이 순식간에 불어나서 선호한다.
고스톱을 할 때는 점수가 많이 나야 돈이 되기 때문에 탄(고득점이 가능하게 패를 만들어 놓은 화투)을 쓴다. 예를 들면 패가 돌기 직전에 선이 담배를 꺼내는 척하면서 잠깐 점퍼를 열어 화투 를 가리면 음료수나 커피를 돌리면서 화투를 바꿀 수도 있다. 탄은 쓰던 화투와 온도차가 심하면 들키기 때문에 수십개를 준비해 두기도 한다.
서울의 구마다 타짜부터 스태프(도박장을 운영하는 ‘하우스장’, 돈을 대주는 ‘꽁지’, 심부름꾼인 ‘재떨이’ 등)까지 도박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최소 300명선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 들은 타짜를 끼고 있어 돈을 잃지 않는다. 지방 소도시에도 손해는 보지 않는 수준의 조직이 하나씩은 있다.
도박장은 전체 판돈의 3분의1을 운영비(이익)로 잡는다. 나머지 를 놓고 타짜와 겨뤄야 하는데 이길 수가 없다. 타짜는 기술을 쓰지 않아도 쉽게 지지 않는다. 흐름을 읽고 상대방의 눈빛만 봐도 어떤 패를 가졌는지 짐작할 수 있다. 크게 한 건 하겠다는 욕심은 그저 욕심일 뿐인 셈이다.
홍주의기자 impro@munhwa.com
영화 ‘타짜’가 관객 500만명을 돌파하고 흥행돌풍을 일으키면서 바빠진 사람이 있다. 한때 전국적으로 명성을 날렸던 전직 타짜(전문도박꾼) 장병윤(52)씨다. 장씨는 요 즘 타짜 흥행 이후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화투판을 뛰어 다니는 대신 도박판에서 벌어지는 속임수와 폐해를 알리느라 몸 이 두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19년 전 도박을 끊은 뒤 경남 산청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장씨는 “도박판에서 돈 따려는 허황된 욕심을 버려야 한다. 꿈일 뿐 절대 현실이 될 수 없다”며 “도박할 돈 아껴서 집에 고기를 사들고 가는 일상의 행복을 아픔 끝에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끊는 것은 간단하다. 안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장씨는 왜 보통사람들이 타짜들을 상대로 노름을 해서 돈을 딸 수 없는지 자 세하게 설명했다.
◆화투장은 내 손안에 있다 = 타짜가 구사하는 기술은 모두 200 가지 정도지만 이는 기본 기술 3가지를 조합해 응용한 것이다. 3대 기술은 밑장빼기(윗장을 빼는 척하면서 아랫장 빼기. 일명 ‘미싱’), 낱장치기(위에 있는 패를 섞으면서 제일 아래로 보내는 것. 일명 ‘스데끼’), 바꿔치기(패를 손바닥, 손등 등에 숨겼 다가 바꿔서 사용하는 것)다. 타짜들은 게임 종류와 상황에 따라 선택해서 쓰게 된다.
타짜라고 모든 판에 기술을 쓰는 건 아니다. 매번 이기기만 하면 의심을 받으니까 곤란하다. 적당히 지기도 하면서 따지도 잃지 도 않고 있다가 돈이 많이 걸린 결정적인 순간에만 기술 1∼2가 지를 사용한다. 그럴 때는 옆에서 도움을 받아 완벽을 기한다. 장씨도 도리짓고땡(화투 5장중 3장으로 10이나 20을 만든 뒤 나 머지 2장의 끗수를 따지는 게임)에서 3가지 기술을 조합해 17억원을 땄다. 수표라 나중에 문제가 될 것 같아 현금 2억원만 받은 뒤 8명이 나눴다. 타짜의 몫은 딴 돈의 30%. 많을 땐 50%다.
화투나 카드 기술에 큰 차이는 없지만 카드가 화투보다 커서 밑 장빼기를 익히는 시간이 더 든다. 장씨도 한창 때는 손바닥에 화투에 딱 맞는 사각형의 굳은살이 잡혀 있었다. 그러면 바닥에 스치기만 해도 패가 손안에 쏙쏙 달라붙는다.
◆특수 장비까지 동원 = 타짜들은 손기술뿐만 아니라 표시를 해 둔 화투인 공장목(출고될 때부터 특수한 표시가 들어간 화투)과 현장목(현장에서 특수한 표시를 한 화투)을 이용해 상대방의 패 를 완전히 읽고 친다. 공장목도 20가지가 넘는데 뒷면의 속임수 무늬에 따라 이삼가라, 삼삼가라 등으로 나뉜다. 삼삼가라와 이삼가라는 불빛에 45도 각도로 하면 표시가 보이는데 각각 초급, 중급 타짜용이다.
현장목은 손톱이나 매니큐어 등을 이용해 자신만 알아볼 수 있게 흔적을 남기는데 완전한 타짜만 감별할 수 있다. 그래도 타짜들끼리는 시간이 지나면 눈치 챌 수가 있어서 30분에 1번 정도는 새 화투로 바꾼다. 도박을 하면 하루에 8∼10개의 패가 쓰인다. 심지어 카메라나 콘택트렌즈 등도 이용한다. 카메라는 패의 뒷면에 그냥 봐서는 드러나지 않는 특수 잉크를 바른 뒤 적외선이나 자외선 카메라를 통해 확인하는 방식이다.
상대방의 패를 들여다본 뒤 소형 이어폰을 낀 자기 편에게 알려 준다. 콘택트렌즈도 마찬가지 원리인데 시력이 약화되는 부작용 이 있다. 이렇게 장비를 쓰게 되면 도박 참가자만큼 패를 봐줄 사람이 필요해 그만큼 자기 몫이 줄고, 손기술과는 달리 사기꾼 이란 소리를 듣게 되는 단점이 있다.
◆돈 따갈 확률은 0.1% = 타짜들이 선호하는 게임이 따로 있지는 않지만 도박판에서는 ‘섰다’ ‘포커’ ‘도리짓고땡’ 3가지 를 많이 한다. 도리짓고땡은 5장의 패를 돌릴 때 상대방을 속일 수 있어 타짜들이 가장 좋아한다. 섰다와 포커는 돈을 거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판돈이 순식간에 불어나서 선호한다.
고스톱을 할 때는 점수가 많이 나야 돈이 되기 때문에 탄(고득점이 가능하게 패를 만들어 놓은 화투)을 쓴다. 예를 들면 패가 돌기 직전에 선이 담배를 꺼내는 척하면서 잠깐 점퍼를 열어 화투 를 가리면 음료수나 커피를 돌리면서 화투를 바꿀 수도 있다. 탄은 쓰던 화투와 온도차가 심하면 들키기 때문에 수십개를 준비해 두기도 한다.
서울의 구마다 타짜부터 스태프(도박장을 운영하는 ‘하우스장’, 돈을 대주는 ‘꽁지’, 심부름꾼인 ‘재떨이’ 등)까지 도박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최소 300명선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 들은 타짜를 끼고 있어 돈을 잃지 않는다. 지방 소도시에도 손해는 보지 않는 수준의 조직이 하나씩은 있다.
도박장은 전체 판돈의 3분의1을 운영비(이익)로 잡는다. 나머지 를 놓고 타짜와 겨뤄야 하는데 이길 수가 없다. 타짜는 기술을 쓰지 않아도 쉽게 지지 않는다. 흐름을 읽고 상대방의 눈빛만 봐도 어떤 패를 가졌는지 짐작할 수 있다. 크게 한 건 하겠다는 욕심은 그저 욕심일 뿐인 셈이다.
홍주의기자 impro@munhwa.com
http://doumi.3002.com (1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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