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자가진단은 생리 3~4일 후에
조선일보 2006-10-20
매년 10월은 ‘유방암의 달’이다. 때문에 10월만 되면 세계 각국에서 유방암 예방 캠페인의 상징인 ‘핑크 리본’이 물결친다.
40여개국 100여개 도시마다 대표 건축물에 핑크 조명이 설치되고, 일부 나라의 대통령 영부인들은 핑크리본을 달고 ‘유방암 예방’을 연설을 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19일 저녁 6시 서울시청이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서울시청 앞 광장 앞에서는 20일까지 무료 검진이 있을 예정이다.
해가 갈수록 점점 확대되고 있는 유방암 예방 캠페인은 유방암 발병률 증가와 비례한다. 최근 한국유방암학회와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사업부에서 집계한 바에 따르면 유방암 환자 수는 1996년 3천801명에서 2002년 7천551명으로 7년 새 약 2배 가량 증가했다.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1983년 10만명당 2명에서 2001년에는 5명으로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전 세계 유방암 평균 증가율을 앞서는 수치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방암 전문가들은 “이러한 유방암 공포에서 벗어나려면 유방을 건강할 때부터 지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유방암은 자가검진으로 조기 발견이 가능하고, 치료가 비교적 수월해 ‘온순한 암’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유방암 생존율 분석 자료를 보면 지난 10년 동안 유방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을 추척한 결과, 5년 생존율이 83.5%였으며, 조기에 발견한 경우에는 98.2%에 달했다.
유방암 인식의 달을 맞아 유방암 예방과 치료를 위한 중요한 상식들을 점검해 본다.
■ 자가 진단은 생리 끝난 3~4일 뒤가 최적 = 유방암을 예방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건강할 때부터 유방의 이상 변화를 체크하는 것이다. 간단한 검진법 중 하나가 자가진단이다. 자가검사법은 본인이 직접 자신의 유방을 만져보는 검사로, 간단하고 자주 시행할 수 있으며 비용이 들지 않는 장점이 있다.
초기 유방암 크기는 2㎝ 이하다. 손으로 감지할 수 있는 종양의 크기는 대략 1㎝이므로 웬만한 유방암은 자가검진으로 잡아낼 수 있다. 자가진단으로 자신의 유방의 모양과 촉감에 익숙해 지면 젖멍울과 구별되는 종괴를 찾을 수 있다. 또한 유방을 진찰하는 의사는 손끝으로만 느끼지만 자신이 만지면 가슴과 손끝에서 같이 느낄 수 있어 더 정확하게 잡아낼 수 있다는 게 전문의의 설명이다. 특히 우리나라 여성은 유방이 크지 않으므로 손으로 유심히 만지면 종양을 충분히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유방 자가검진은 매달 정기적으로 해야 한다. 평상시 자기 유방의 모양이나 촉감에 익숙해야 비정상적인 변화를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생리 전에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유방이 단단해 질 수 있으므로 매월 생리가 끝난 후 2~3일째에 하는 것이 좋다. 이때가 유방이 가장 부드럽고 덜 부풀어 있어 만지기 쉽기 때문이다. 폐경이 된 여성은 ‘매월 1일’식으로 임의로 한 날을 정해 검진해야 한다.
자가검진에서 유방에 새로이 딱딱한 멍울이 만져지면 일단 유방암을 의심해야 한다. 유방암은 촉감이 딱딱하고 손으로 흔들어도 잘 움직이지 않는다. 또 유두가 전과 달리 함몰되거나, 유방 표면이 돌출, 함몰되거나 유방 굴곡에 변형이 있을 때도 유방암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단 한국여성의 유방조직은 매우 치밀하기 때문에 자가검진에서 관찰되지 않는 멍울이 있을 수 있다. 자가검진에만 의존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조기 검진을 받아보는 데 대한 의식도 필요하다.
■ 자가검진 요령
① 거울 앞에서 유방의 전체적인 윤곽, 좌우대칭 여부, 유두와 피부 함몰 여부 등을 살핀다.
② 양손을 올려 유방의 피부를 팽팽하게 한 뒤 피부 함몰 여부를 관찰한다.
③ 왼손을 어깨 위로 올린 뒤 오른쪽 가운데 세 손가락의 끝을 모아 유방 바깥에서 시계방향으로 원형을 그리며 유두를 향해 천천히 들어오면서 촉진(觸診)한다.
④ 유두를 짜면서 분비물이 있는지 만져본다.
⑤ 겨드랑이에 멍울이 있는지 만져본다.
⑥ 반대쪽 유방도 같은 방법으로 검사한다.
■ 조기 검진은 35세 이후 2년 마다 = 유방암은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과 예방법이 밝혀져 있지 않은 만큼 나이에 맞는 정기검진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유방암학회에서는 35세 이후에는 2년에 한차례씩 의사에게 직접 임상검진을 받고, 40세 이후부터는 1∼2년 간격으로 유방촬영술을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가족 중에 유방암 환자가 있거나, 한쪽 유방에 유방암을 앓았던 경험이 있던 여성은 자주 의사와 상담하는 게 좋다. 유방촬영술에는 유방 엑스선검사와 초음파검사가 있다.
여기에서 혹이 발견될 경우 조직검사를 통해 암을 확진 하게 된다. 최근에는 유방암 의료분야의 발달로 조직검사용 기기 등을 이용해 불필요한 수술을 막고 간단하게 유방암을 발견해 내고 있다.
■ 늦은 결혼, 출산 여성 특히 주의 = 유방암의 발병 원인 중 가장 설득력 있는 견해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에 많이 노출될수록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보통 출산 후 수유를 하는 동안은 월경이 멈추기 때문에 여성호르몬에 적게 노출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출산 기피와 함께 직장 생활로 인해 모유 수유가 어려워져 여성호르몬에 노출되는 시기가 길어지고 있다. 게다가 결혼 마저 늦어지고 아예 출산을 포기하는 여성도 많다. 이런 여성들의 경우 각별한 예방의식을 갖고 자가검진 및 조기 검진에 신경 써야 한다.
■ 잘 먹고 잘 자고, 체중 증가 경계 해야 = 유방암 예방의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건강한 식사 습관과 생활습관이다. 육식과 지방질이 많은 서구식 식생활은 유방암 발병과 크게 관련이 있다는 게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로 입증되고 있다.
유방암 예방에는 야채가 좋다. 녹황색 야채에 많은 ‘베타-카로틴’과 과일에 풍부한 ‘비타민C’가 예방효과를 낸다. 특히 양배추, 브로콜리 같은 식물에 들어있는 ‘인돌’ 유방암 억제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선에 들어있는 ‘오메가-3 지방산’과 올리브 기름에 들어있는 ‘단불포화’ 지방도 유방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또 미 국립암연구소(NCI) 저널에 실린 연구보고서를 보면 주기적 야근이 3년 이상인 여성은 유방암 위험이 60%에 달했다. 3년 미만인 여성도 40%였다.
이는 밤 시간에 밝은 불빛에 노출되면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들고 에스트로겐 분비가 증가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낮에 활동하고 밤에 자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는 권고다.
체중을 줄이는 것도 유방암 위험을 감소시키는 요인인 만큼 매일 최소한 1시간씩 적당한 운동을 통해 체중관리를 해야 한다. 과도한 음주와 흡연 역시 암 발생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되도록 멀리해야 한다.
■ 수술 후 5년 이후 재발 방지 치료에도 철저해야 = 최근 한국유방암학회에 따르면 유방암의 5년 생존율은 83.5%였다. 환자 10명 중 8명은 생존하는 셈이다. 그러나 10년 생존율은 76.6%로 대략 5% 정도가 5년 이후 재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유방암의 특성 탓이다. 유방암은 비교적 암세포의 성장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섬멸되지 않은 암세포가 조용히 더디게 자라다가 뒤늦게 재발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래서 유방암은 5년 생존율보다도 10년 생존율이 더 중요하다. 이 때문에 5년 생존에 방심해서는 안되며, 5년 이후 재발방지 치료에 대한 치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삼성서울병원 유방외과 양정현 교수는 “재발률은 수술 2~3년 후에 높지만 호르몬 수용체 양성 반응을 지닌 이들에게 5년 이후 재발 위험이 있다는 학계 보고가 있다”면서 “이는 우리나라 환자의 약 6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5년 이후 재발을 대비하기 위한 재발억제 치료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재발방지 치료를 위한 호르몬 보조요법 제제에도 변화가 발생했다. 아로마타제 억제제가 부작용을 낮추고, 재발 억제 효과를 높이면서 타목시펜제제를 제치고 새로운 표준치료제로 인정받게 됐다.
한국유방암학회 이사장 이희대 교수는 “갈수록 유방암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유방암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 유방암 치료법, 재발방지를 위한 보조요법 등이 꾸준히 연구되고 있지만, 지속적인 자가검진과 정기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조기 유방암 수술 후 항암치료 해야 하나 = 조기 유방암 판정을 받더라도 환자에 따라서는 항암요법을 권고 받는 경우가 있다. 일례로 유방암 1기 판정을 받은 30대 초반의 K모씨는 종양 크기가 1㎝ 정도에 임파절(림프절) 전이도 없었지만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반면 조기 유방암 판정을 받은 52세의 L모 씨는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지 않고 곧장 재발 방지를 위한 호르몬 치료를 시작했다. 이렇듯 같은 병기더라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재발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에 포함이 되면 항암치료가 실시된다.
대표적인 재발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의 기준은 △유방암 발병 연령이 35세 미만인 젊은 유방암 환자 △발견 당시 종양의 크기가 2cm 이상인 경우 △겨드랑이 밑 임파절로 전이가 된 경우 △호르몬 수용체 검사 결과 음성으로 판명된 경우 등이 해당된다. 이외 진행성 유방암 환자들은 항암요법이 필수이다.
주의할 점은 재발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의 항목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환자의 특수한 상황으로 재발이 우려되면 항암치료가 행해진다는 점이다. 이때는 결국 주치의의 판단과 권고가 매우 중요하다.
(도움말 : 연세의대 영동세브란스병원 이희대 교수,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유방외과 양정현 교수)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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