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은 “우리의 미래는 대중에게 물어라”라고 말했다. 대중이 가리키는 그곳을 향해 미국 서해안에 운집한 이재(異才)들이 일제히 달리기 시작했다. 그들을 향해 열광하는 대중의 수는 수억명에 달한다. 이제 누구도 이들의 행보를 멈출 수 없다.
구글의 캠퍼스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20분 정도 북쪽으로 달리면 실리콘밸리의 작은 마을, 샌머테이오(San Mateo)가 나온다. 이곳의 한 번화가에 그 회사가 있었다.
현지에서 맛있다고 소문이 난 피자가게와 일본음식점이 들어선 작은 건물 중앙에 아담한 유리문이 있다. 이 건물 2층이 전 세계의 미디어기업을 주무르고 있는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투브(YouTube)’의 본사이다.
앞을 가로막는 건장한 경비원에게 “일본에서 취재하러 왔다”라고 말하자, 담당자가 없다며 돌아가라고 한다. 간판조차 없는 건물에 쉴새없이 젊은이가 드나드는 모습은 마치 비밀결사대같다.
얼마동안 상황을 살피며 앉아 있자 건물 안에서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가 갑자기 나왔다. 얼마간 카메라를 응시하다가 아무말도 없이 사라진 남자는 스탠포드대학 출신의 유투브의 창업자 겸 CEO인 채드 헐리(Chad Hurley)였다.
유투브는 누구나 자유롭게 비디오 영상을 올릴 수 있는 사이트이다. 원칙적으로 10분 미만의 짧은 영상을 무료로 올리거나 시청할 수 있다. 지금 이 사이트가 무서운 속도로 약진하고 있다.
작년 2월에 서비스를 개시한 유투브는 금년 봄, 구글, 야후,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강호들이 서비스하고 있는 동영상 사이트를 제치고 이용자수에서 선두에 올랐다. 방문자수도 급상승하여 현재 하루에 1억회 이상의 시청건수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유투브는 금년 4월에 “지금까지 4,000만편이 넘는 동영상이 사이트에 올라있으며 하루에 3만5,000편 이상의 페이스로 증가하고 있다”라고 발표한 이후, 구체적인 숫자는 발표하지 않았으나 업로드된 동영상도 1억편을 돌파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시골 마을의 피자가게 2층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종업원수가 100명도 채 안되는 이렇게 작은 회사에 “10억달러 이상의 기업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애널리스트까지 나타났다.
이러한 유투브 선풍은 일본에도 불어닥치고 있다. 금년 5월, 유센(USEN)이 운영하는 일본 최대의 동영상 사이트 ‘갸오(GyaO)’를 제치고 유투브는 일본에서도 선두로 도약했다.
인터넷 조사회사인 넷트레이팅스에 의하면, 금년 8월 현재 일본에서의 월간 접속건 수는 약 4억7,200만 페이지뷰로 갸오의 약 3배에 달한다고 한다. 대형 프로바이더인 인터넷이니시어티브(IIJ)가 “미국과 일본을 잇는 회선의 6분의 1이 유투브에 점거되고 있다”고 밝힐 정도의 파괴력으로 약진하고 있다.
실은 유투브는 검색 키워드로는 일본어를 사용할 수 있으나 사이트는 영어로 되어 있다. 유투브에서 일본을 의식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자연스럽게 일본의 유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미국에서의 사업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외 언론들의 취재는 모두 거절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해외에 진출할 계획인데 그 때가 되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유투브의 홍보 담당인 크리스틴 샤마는 『닛케이(日經) 비즈니스』의 취재 의뢰에 대해 이렇게 답한 후, 여러 번의 취재 요청에도 일체 응답하지 않았다.
시골 마을에 조용히 틀어박혀 광고 및 선전활동도 하지 않는 유투브가 손쉽게 갸오를 제칠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구글과 같이 세계에 흩어져 있는 ‘네티즌의 힘’을 절묘하게 이용했기 때문이다.
동영상을 유투브에 올리는 것은 대부분이 일반 개인이다. 시청자는 본 영상에 등급을 매기고 게시판에서 의견을 교환하고 재미있으면 친구에게 소개한다. 방문자수가 몰리면 몰릴수록 영상은 랭킹 상위에 올라 한층 더 많은 시청자를 확보한다. 9월 현재 1위는 잇달아 바뀌는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이름없는 남성의 영상으로 약 3,000만건의 시청건수를 기록했다.
시청자가 스스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시청자의 직접적인 평가를 반영할 수 있는 구조가 유투브의 폭발적인 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TV방송국이 스폰서기업의 의향에 따라 시청자를 현혹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TV방송국이 편한 시간대에 방영하는 기존의 기법과는 정반대의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NBC가「트로이의 목마」
물론, 아마추어가 올린 비디오만이 유투브의 인기 콘텐츠는 아니다. 눈물을 흘리며 사죄하는 일본의 개그맨 가토(加藤浩二)의 영상, 권투선수인 가메다(龜田興毅)가 세계 타이틀 매치에서 판정승을 거둔 영상, ‘24시간 TV’에서 촬영한 100㎞ 마라톤 도중 스태프가 관객에게 주의를 주는 영상 등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된 TV 영상은 바로 유저들이 복사하여 수십만건에서 수백만건에 달하는 시청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의 매체들이 저작권 침해라며 불법으로 공개된 동영상을 삭제해 줄 것을 수차례 요청해 유투브는 그 때마다 해당 게시물을 삭제한 경위가 있다. 그러나 인기 있는 영상은 다른 유저에 의해 다시 공개되고, 이에 대응하는 동안에 또 다른 TV 프로그램이 공개되어 버리는 ‘끝나지 않는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콘텐츠를 개방하지 않는 TV 방송국에 대중이 합심하여 대항하고 있다. 그 위력은 절대적이며 누구도 그들을 멈출 수 없다. 유투브의 문제는 접어두고라도 유투브가 만들어 놓은 공간을 유저가 선호하여 대대적으로 몰리고 있는 현실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구글이라는 선구자가 개척한 ‘수의 힘’은 여기에서도 실증되고 있다.
이를 일찌감치 파악한 미국의 대형 방송국인 NBC는 금년 6월말, 대형 미디어로서는 처음으로 유투브와 제휴했다. 자진해서 유투브에 프로그램을 올리고 선전에 이용하는 ‘트로이의 목마’작전에 나선 것이다.
“우리들과 NBC는 새로운 시청자를 앞에 두고 협력하고 있다. 그것은 매우 기쁜 일이다. 5대 TV 네트워크뿐만이 아니라 할리우드, 대형 레코드회사가 모두와 협의를 하고 있다. 연내에는 이익을 낼 자신이 있다.”
유투브 CEO의 할리는 8월 중순, 미 CBS TV의 인기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이렇게 말했다. 덧붙여서 CBS는 이 프로그램의 일부를 유투브에 자진해서 올렸다.
그로부터 1주일 후, 유투브는 새로운 비디오 광고를 시작한다고 발표하고, 동시에 미국의 대형 레코드회사인 워너뮤직그룹과 제휴했다. 워너뮤직 소속의 가수 패리스 힐튼을 활용해 ‘참가형 동영상 광고(PVA: Participatory Video Ads)’도 시도하고 있다.
1억1,000만명의 가상 세계
유저에게 대항하는 것보다 공존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NBC를 비롯해 대중의 힘을 활용하는 구글형 웹사이트에 뜨거운 시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Times과 FOX TV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대형 미디어그룹인 뉴스코포레이션이 수년전부터 이러한 ‘가상사회의 대중의 힘’에 주목한 것은 의외로 알려지지 않았다.
2005년 7월, 루퍼트 머독이 인솔하는 뉴스코포레이션은 커뮤니티사이트인 ‘마이스페이스(MySpace)’를 운영하고 있던 회사의 주식을 취득했다. 투자액은 무려 5억8,000만달러에 달했다.
이것이 적중했다.
마이스페이스는 자신의 프로필이나 블로그를 공개하거나 친구끼리 음악이나 사진을 공유할 수 있는 사이트로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로 불리는 종류에 속한다. 일본에서 SNS는 9월 14일에 상장한 믹시가 운영해 500만명 이상의 회원을 자랑하는 ‘mixi’가 유명하지만, 마이스페이스는 격이 다르다.
현재의 회원수는 무려 1억1,000만명이다. 일본 인구에 필적하는 규모의 세계 최대의 웹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있다. 방문자수는 영어 사이트로서는 야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에 이어 당당히 4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그 규모는 지금도 계속해서 팽창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인디 음악의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했던 점이 마이스페이스의 성공 요인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해외 담당 부사장인 트래비스 칼츠는 다른 견해를 밝힌다.
“우리는 유저들이 사이트를 만들어 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말로 유저의 의견을 잘 반영해 왔다. 미국의 SNS로서는 후발 주자였으나, 모든 유저가 보내는 메일을 확인하고 그들이 원하는 기능과 서비스를 착실하게 구축해 온 결과가 현재의 회원수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대중의 힘을 손에 넣은 마이스페이스는 구글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거액의 대가를 받게 될 것이다.
금년 8월, 구글은 마이스페이스와 제휴하여 향후 3년간 최소한 9억달러의 ‘전속계약료’를 지불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의해 구글은 텍스트광고를 마이스페이스 내에 독점적으로 게제할 수 있는 권리를 손에 넣었다. 광고수입은 일반 브로커와 마찬가지로 마이스페이스에 환원되지만 이 최저액을 구글이 보증한 것이다.
뉴스코포레이션이 마이스페이스를 인수할 당시 많은 미디어가 “머독은 너무 값비싼 쇼핑을 했다”며 야유를 보내는 등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대중이 요구하는 것을 재빨리 파악하는 머독의 ‘본능’은 약해지지 않았었다.
메일이나 채팅으로 수다를 떨고 서로 사진을 교환하는 단순한 친교모임의 사이트로 보였던 마이스페이스가 사실 돈이 되는 나무였던 것이다.
마이스페이스 부사장인 칼츠는 올해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해외진출이라고 말한다. 이미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방문자수를 자랑하고 있는 그들은 올해 영국을 비롯한 독일, 프랑스 등 비영어권 유저용 사이트를 만들었다. 다음 타깃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이다. 회원수 1억명이 2억명으로 늘어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머독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릴 것 같은 기세이다.
「보이지 않는 손」의 대변자
유감스럽지만 일본에는 머독과 같은 선구안을 가진 존재가 없다.
“사실 미국의 3대 네트워크가 유투브를 어떻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랬는데 NBC가 제휴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동영상 사이트에서 인기를 얻으면 시청율도 올라간다는 상관관계가 인정된 것 같다.”
일본 TV방송망의 인터넷사업인 제2일본TV사업 본부에서 이그젝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는 쓰지야(土屋敏男)는 『닛케이비즈니스』가 주최한 ‘도쿄(東京) 국제 디지털 회의’ 석상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의 TV업계는 “이용자의 수를 반영한 사이트야말로 ‘보이지 않는 손’의 대변자인 셈이다”라는 점을 깨닫고 ‘구글형’의 신흥기업에 몰려들고 있으나 일본의 TV방송국은 여전히 기득권에만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1999년에 등장한 음악 파일 교환 소프트웨어인 ‘냅스터(Napster)’는 열렬한 대중의 지지를 모았지만, 레코드 업계에 저작권법 위반으로 제소당해 패소했다. 그러나 그 흐름을 계승한 애플컴퓨터가 음악전송서비스인 ‘아이튠스(iTunes)’와 ‘아이팟(iPod)’으로 낡은 음악 업계에 타격을 주었다. 금년 8월, 낡은 구조의 상징인 미국의 타워레코드가 미 연방파산법 11조의 적용을 신청했다.
기득권자가 아무리 저항해도 대중들의 지지를 받는 ‘수의 혁명’은 거스를 수 없다.
구글나 유투브는 낡은 질서를 파괴하면서, 온 세상의 대중을 끌어들여 큰 사회 변혁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 우리는 인터넷 민주주의의 발흥을 눈앞에 두고 있다.
<출처> 日經 비즈니스(日), 2006.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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