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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이모저모/자연·풍경 여행 및

부여, 낙화암 그늘아래 숨어있는 가을빛

by 현상아 2006. 11. 12.

부여, 낙화암 그늘아래 숨어있는 가을빛

스포츠조선 부여=김형우 기자
 

가을과 겨울을 넘나드는 이즈음 농익은 만추의 서정을 맛보기엔 한적한 숲길이 제격이다. 11월초, 백제의 옛 수도 충남 부여에 자리한 부소산성은 늦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사색의 명소쯤으로 통한다. 나-당연합군의 공격에 백제여인들이 죽음으로 절개를 지킨 낙화암이며, 고란약수와 고란초로 유명한 고란사, 떠오르는 해를 맞으며 국정을 구상했다는 영일루 등 명소를 찾아가는 완만한 숲길마다 오색단풍과 '바스락' 낙엽이 어우러져 호젓한 가을 숲의 분위기가 한 가득이다. 특히 부소산을 반달처럼 휘감아 도는 백마강 일엽편주에서 바라보는 주변의 정경은 한폭의 가을 수채화에 다름없다. 수도권에서 두어 시간 남짓, 부소산은 요즘 오붓한 가을의 '탈피'를 즐기려는 연인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삼천궁녀 자취따라 걷노라면 붉디붉은 단풍터널

▲ 만추의 정취가 물씬 배어나는 부소산성 숲길.
▶부소산 숲길

부여의 진산인 부소산은 편안한 마음으로 2∼3시간 둘러보기에 꽤 괜찮은 곳이다. 해발 106m의 야트막한 산이지만 품고 있는 유적이며 숲길이 이름자 내미는 명산 못지않다. 부소산은 백제 궁궐의 후원이자 유사시 왕궁을 방어하는 최후의 성곽이었다. 2500m길이의 부소산성과 백제의 충신인 성충 흥수 계백의 위패와 영정을 모신 삼충사, 부여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반월루, 백제왕이 달을 맞았다는 영월대가 있던 자리에 들어선 영일루, 그리고 부소산 정상에 위치한 사자루 등 산책하듯 곳곳의 유적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우선 매표소를 지나 산성 안으로 들어가면 길이 양 갈래로 나뉜다. 대개 삼충사 쪽으로 길이난 오른쪽부터 산책을 시작한다. 산성에는 삼천궁녀를 기리는 궁녀사 등 삼충사와 같은 사당이 두 개 더 있다. 삼충사를 지나 야트막한 언덕길을 오르면 영일루와 궁녀사 등을 만난다. 가는 길 내내 소나무숲이 이어지고 간간히 활엽수도 박혀 정취를 더한다.

부소산성을 따라 산을 한 바퀴 둘러보는 데에는 두어 시간 남짓 걸린다. 특히 부소산성 광장에서 태자천까지 이어지는 태자골은 단풍터널이 압권으로 낙엽이 떨어진 부드러운 흙길은 만추의 분위기가 한껏 살아 있다.

정상인 사자루(사비루)에서 만나는 백마강은 유려한 한 폭의 그림이다. 유홍준씨는 삼천궁녀 전설이 어린 낙화암에서 보는 백마강을 최고의 경치로 꼽았다.

낙화암에서 굽어보는 백마강은 추색이 완연하다. 강둑은 하얀 억새와 갈대가 너울대고 고요한 강물은 하얀 유람선이 물살을 가른다. 선착장은 백화정에서 200m 아래에 있는 고란사아랫녘에 있다.

삼천궁녀의 넋을 기리기 위해 세웠다는 작은 사찰, 고란사의 약수 물맛도 시원하다.

백마강 물줄기는 부소산을 반달처럼 휘감고…

▲ 낙화암에서 굽어 본 백마강
▶백마강

'백마강'은 금강의 또다른 이름이다. '백제에서 제일 큰 강'이란 뜻의 백마강은 규암면 호암리 천정대에서 세도면 반조원리까지 16㎞ 구간의 물줄기로 부소산을 반달처럼 휘감아 흐른다. 백마강변에는 백제시대의 중요한 국사를 결정했다는 천정대를 비롯해 조룡대, 낙화암, 구드래, 대재각, 수북정 등 뱃길 닿는 곳마다 역사와 전설이 서려 있다.

백마강 구경은 유람선 탑승이 일반적이다. 구드래 나루터에서 고란초로 유명한 고란사까지 운행하는 유람선이 인기 코스로 백마강 물줄기 따라 추색 완연한 낙화암과 고란사를 바라보는 정경이 일품이다. 아쉬운 것은 유람선 확성기에서 틀어대는 신나는 트로트 가요와 이에 맞춰 몸을 흔들어대는 관광객의 확 풀어진 모습. 낙화암, 고란사 등 주변 사적지 분위기와는 동떨어진 풍광이다.

낙화암 거너편 백마강변 갈대숲은 최고의 백마강 감상 포인트이다. 백제대교를 건너자마자 우회전해 백제역사재현단지 방향으로 2㎞쯤 달리다 신리 방향으로 접어들면 갈대꽃 너울대는 둔치가 펼쳐진다. 이른 아침 백마강에 피어오르는 물안개며, 해질녘의 갈대밭을 물들이는 낙조가 아름답다.

동양최대 와불속엔 부처님의 진신사리탑이

▲ 미암사 와불과 쌀바위.
▶쌀바위& 미암사

충남 부여군 내산면 저동리 계향산 자락에는 '쌀바위'라는 명소가 있다. 백제 침류왕때 쌀바위에 공을 들여 쌀도 나오고, 소원도 성취했다는 전설이 따르는 바위로 충남도지방 문화재(제371호)로 지정됐다. 이곳에는 백제 때부터 내려오고 있다는 사찰 미암사(조실 석만청)가 한창 중건 중이다. 미암사 경내에는 동양 최대라는 와불이 있고, 그 속에는 법당을 지어 내방객의 기도처로 활용하고 있다. 또 부처님 진신사리탑도 모시고 있다.







■ 여행메모

▶가는 길=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 고속도로~남공주 IC~부여읍~부소산성

▶맛집=백제 고도 부여는 '홍삼의 고장'으로도 유명하다. 홍삼은 6년근 수삼을 증기로 쪄서 건조시킨 인삼으로 1000년 전 고려시대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부여가 홍삼의 땅으로 자리를 굳힌 것은 홍삼(정관장) 생산량의 92%를 생산하는 한국인삼공사 고려인삼창이 1951년 개성에서 부여로 이전하면서부터. 홍삼 찌꺼기를 사료와 퇴비로 이용해 생산한 한우, 닭, 계란, 쌀, 오이, 수박, 방울토마토, 배추 등 30여 종의 기능성 홍삼농축산물은 부여의 새로운 먹을거리이다. 구드래조각공원 옆 '어라하(041-836-2392)’는 홍삼 사료로 먹여 키운 한우고기를 파는 홍삼한우고기집으로 육질이 부드럽다. 황기 등 한방보약재료를 넣은 홍삼누룽지한방백숙도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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