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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및

쿰밤, KUMBHAM ...

by 현상아 2006. 12. 25.

 

흙으로 빚은 항아리

KUMBHAM

쿰밤

 

 

 

 

 

 


쿰밤은 작은 촌락인 아루바코드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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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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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적인 테라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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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 기술은 건축의 질을 높여준다. 쿰밤의 타일이나
램프, 건축용 기둥에 사용된 테라코타는 건축가들의
재조명을 받고 있다. 이제는 호텔이나 리조트, 저택,
회사 등에서 쿰밤의 제품을 사용해 지은 건물을
자랑으로 여길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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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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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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쿰밤에서는 네 가지 종류의 장식용 벽화를 생산하고 있다. 평면 벽화, 양각 벽화, 컷 아웃 기법의 벽화, 입체형 벽화를 구체적인 용도에 맞게 디자인하고 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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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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쿰밤이 생산하는 조경용품은 정원용 등, 수반, 작은 폭포, 항아리와
단지, 정원용 가구, 가로등, 버섯모양 전등 등 매우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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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MBHAM

쿰밤

 

 

 

 

"안녕하세요, 저는 공예 운동가이자 디자이너로, 인도에서 전통 공예를 업으로 삼고 있는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이곳 촌락의 주민들이 고유의 예술적 표현에 전력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인도에서 날아온 지난(Jinan)의 편지를 소개한다.


http://www.kumbham.org

 

 

 

문화적 식민화에 대하여

"제가 이제부터 제기할 문제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텐데요. 전 세계의 모든 디자인, 건축, 예술 노동자들은 서구의 미적, 미학적 표현 형식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고전 음악을 제외하고는 모든 표현 형식이 서구화되어 가고 있지요.

문화란 무엇입니까? 독창성, 진정성이란 무엇입니까? 물론 어려운 질문이고, 더욱이 현재의 상업화된 세계에서는 거액의 돈이 결부되지 않는 한 제기되지 않을 '철 지난' 질문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오늘날의 교육 방식에 따르자면 예술과 역사, 디자인, 그리고 건축이란 인간을 소외시키고 열등감을 조장하는 수단에 다름 아닙니다. 이제는 우리 자신의 역사를 교육과정 안으로 복원시켜야 할 때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역사는 헌신짝 버려지듯 할 것이고, 교육은 위험한 행위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여기, 저희가 작업한 작품 사진 몇 개를 보내 드립니다."


쿰밤에 대하여

(흙으로 빚은 항아리를 의미하는) 쿰밤(Kumbham)은 잃어버렸던 공예 문화를 되찾아 동시대에 맞게 재정의하는 한 장인 마을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이곳 사람들 역시 정규 교육 과정 속에서 타고난 감수성을 체계적으로 '박탈'당했다. 이에 그들은 잃어버린 문화적 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며, 동시에 도기를 만드는 이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새로운 실험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실험적 작업은 전통적인 지식의 보고에서 나오는 것으로서, 새롭고 다양한 요구들이 존재하는 도회지의 시장에 전통 도기를 진입시키기 위한 노력이다.

쿰밤은 인도 케랄라 주 말라푸람 지구 내 아일람부르 근방의 작은 촌락, 아루바코드에 자리하고 있다. 1993년 출발 이래 쿰밤은 100명 가량의 도공을 끌어 모아 쿰밤 공동체를 키워왔다.

실제 도예 작업에 착수하기까지 길고도 험한 여정을 거쳐, 마침내 이 공동체 전체는 극적인 전환을 목격하게 되었다. 여성들을 섹스노동으로 내몰 정도로 피폐했던 한 마을이 와해 직전의 순간에서 탈출하여, 소비자들에게 환영 받는 공예품을 생산하는 도공 집단으로 재기하게 된 것이다.

이제 쿰밤 공동체는 전통적인 장인 마을로는 드물게도 잃어버렸던 공예 작업을 통해 공동체의 재건에 성공한 사례로 환영 받고 있다. 현재 이들은 타일이나 벽장식, 조경을 위한 장식품 등을 다시 제작하기 시작했으며, 건축가들과도 교류하고 있다.

쿰밤이 출발하는 데까지는 1년의 시간이 걸렸으며, 그로부터 다시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수입을 올리기 시작해 이제 이 프로젝트는 경제적으로도 존립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해냈다.

오늘날 쿰밤은 주방용품이나 가사용품, 정원용 가구, 조경물이나 벽장식용 제품, 건축용 장식 등 500가지 이상의 디자인 상품을 생산해 왔다. 무엇보다 바깥 세계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보다 더 중요한 점은 전통 공예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공동체를 재건하는 데 쿰밤이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발 컨설턴트'나 '새로운 기술'에 의지하지 않고도 시장에서 팔리는 테라코타 제품을 디자인하고 생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늘어가면서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을 키우고, 쿰밤 자체도 오래 지속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이 있는데, 특히 쿰밤 제품을 생산하는 생산자의 문화와 그것을 소비하는 소비자의 문화가 이분법적으로 나뉘어져 있는 데에서 기인하는 문제이다.

실제로 쿰밤 프로젝트의 장기적인 전망은 상당 부분 소비자 문화가 얼마나 더 인간적으로 바뀔까 하는 문제에 달려 있다. 이는 종의 진화적 요구와 생존이 갖는 상호의존적 성격을 인식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직관과 문화의 힘

지난의 꿈은 시골 지역 마을에 보다 많은 창의적 센터를 만들어 마을 주민들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유기적인 이 센터의 통제를 관료가 아닌 주민들 스스로의 힘에 맡기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진정한 문화적 힘을 갖게 될 것입니다."

지난의 말이다.

"여기 사람들에게 배울 점이 정말 많습니다. 토착 문화와 서구 문화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합니다. 토착 문화는 창조와 지식의 전달 및 유지에 필요한 뼈대를 세우는 데 직관을 이용하는 반면, 서구 문화는 이성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현재의 교육 시스템이 전자에서 후자로의 전환을 야기시키고 있고, 우리는 매우 근원적인 면에서 자신의 뿌리로부터 단절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토착 문화를 복원하는 작업은 우리의 직관적인 능력을 의식적으로 회복하는 데 있습니다.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생태 시스템의 파괴는 직관에 대한 이성의, 잠재 의식에 대한 의식의, 집단에 대한 개인의, 사심 없는 마음에 대한 이기심의, 정신에 대한 물질주의의, 자연중심주의에 대한 인간중심주의의, 지혜로서의 지식에 대한 소위 과학적 (서구) 지식의 지배에 따른 직접적인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K.B. 지난

1959년 인도 케랄라 주 트리추르에서 태어난 지난은 1983년 공학을 공부한 뒤, 1989년 아메다바드의 국립디자인학교 NID(National Institute of Design)에서 산업디자인 대학원 과정을 마쳤다.

전공은 산업 디자인이었지만, 그는 학교 당국을 설득해 도자기 디자인으로 전공을 전환하였다. 그의 졸업 논문은 '기술 전문가의 인간화'와 관련된 것이었지만, 예상대로 그 논문은 학교 당국으로부터 혹평을 받았을 뿐 별 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후 그는 자체의 문화에 뿌리를 둔,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인도 각지의 전통적인 장인들과 함께 작업을 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그는 자신만의 탈식민 그리고 탈교육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일종의 고립을 통해 그는 자신을 성찰하고, 러셀, 타고르, 간디 등을 읽으며 그들의 새로운 실험에 깊은 인상을 받게 되었다.

나갈랜드 주에서 그는 일종의 수행공동체 마을인 간디 아슈람에 6개월간 머무르며, 공예와 공예의 발전은 상호적이며, 그 과정은 사람에게 달려 있는 것이라 굳게 믿게 되었다.

1982년부터 긴 여행을 시작한 그는 나갈랜드, 벵골, 비하르, 오리사, 타밀 나두, 카르나타카 등 인도의 여러 지방을 방문하였다. 그 과정에서 그는 여러 지역 및 종족의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그들의 미학에 있어 문화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1993년 이후 지금까지 그는 케랄라 주 말라푸람 구역의 작은 마을 아루바코드에서 항아리나 단지를 만드는 사람들과 함께 살면서 작업을 하고 있다. 이제 이 지역은 항아리 제작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싸구려 공산품의 범람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전통적인 기법을 모두 잃게 되자 지난은 일군의 마을 사람들을 결집해 현대적인 맥락에 맞는 테라코타의 가능성을 탐구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 '쿰밤'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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