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범의 Book & Business] - ‘행복한 이기주의자’ 웨인 다이어
이기주의’라는 말에 극도의 반감을 갖게 된 것은 고등학교 시절, 같은 반이었던 그 녀석 때문이었다. 청소 시간엔 어디로 사라졌는지 도대체 찾을 수 없고, 친구를 위해 노트를 빌려주는 건 기대조차 할 수 없던 녀석이었다. 기억하건대, 그 녀석은 요사이 회자되는 ‘왕따’라는 현상을 즐기는 듯 보였다. 그는 언제나 친구들의 반응을 철저히 무시했고 - 내 기억으로 녀석은 고등학교 3년 내내 혼자 점심을 먹었다 - 오로지 자신만을 생각한 채 주위의 시선 따위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대범함(?)을 보여줬다. 그런데 지금, 철저하게 자신만을 생각했던 그 녀석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어느 증권회사의 잘 나가는 애널리스트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억대 연봉자라지, 아마?
그래서였을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기주의 = 중증의 정신 장애, 말을 섞을 수 없는 부류의 대부분이 겪고 있는 관계 결핍 현상, 4살에서 정신적 성장에 멈춘 사람들의 공통 현상’이라는 긴 설명을 요하는 등식이 내 뇌리에 성립되어 있다. 내가 기억하는 한, ‘이기주의자’들은 불쌍한 사람들이고 하루 빨리 치료받아야 할 임상병리학의 대상들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행복한 이기주의자’라니?
내가 아는 한 이기주의자는 절대로 행복해 질 수 없다. 그들은 불행한 사람들이고, 표피적으로 보이는 그들의 성공은 그들의 잃어버린 관계를 결코 보상해주지 못(해야)한다. 그래, 그것이 바로 진리인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지은이 웨인 다이어는 얼마든지 행복한 이기주의자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대체 어떻게 가능하다는 걸까?
▶▶ 내가 이기적인 이유? “난 소중하니까!”
웨인 다이어는 이 책에서 ‘행복’과 ‘이기주의’라는 두 명제를 다룬다.
그는 우선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행복을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 결과물의 총화이다. 그러므로 선택을 통해 결과를 바꿀 수 있다. 생각해 보면 아주 단순한 진리인 셈이다. 이를 위해 그는 감정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 사고 패턴에서 하루빨리 벗어날 것을 강조한다(스티븐 코비의 『소중한 것 먼저 하기』에서도 동일하게 나온다).
둘째, 저자는 이기주의라는 명제를 말 그대로 ‘자신을 사랑하기’라는 명제로 치환할 것을 요구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의 가치는 다른 사람에 의해 검증될 수 없다. 내가 소중한 이유는 내가 그렇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나의 가치를 구하려 든다면 그것은 다른 사람의 가치가 될 뿐이다.”
물론 이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라고 가르치는 사회나 이웃을 사랑하라고 설교하는 교회가 틀렸다는 게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라는 걸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에는 내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다른 사람을 우선시 하고 그를 먼저 생각해 주는 법을 배우면서 우리는 다른 사람의 시선과 평가를 의식하게 되었다. 이른바 ‘좋은 사람 신드롬’이라는 사회병에 걸려 버리고 만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열등의식’이라는 치명적인 질병으로 발전하게 된다는 데 있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라. 웨인 다이어가 열등의식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자기 사랑’이라는 약을 복용하는 것이다.
글머리에서 얘기한 것처럼, 고교 시절 한 친구의 ‘이기주의’와 웨인 다이어의 ‘이기주의’는 다른 걸지도 모르겠다. 웨인 다이어는 ‘이기주의자’가 되라고 했지 ‘독불장군’이 되라고 조언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혹시 당신의 삶이 즐거울 것 하나 없는, 평범하고 시시한 일상의 연속이라고 생각하는가? 문제는 이것 역시 당신이 스스로 선택한 결과가 아니라는 데 있다. 결국 지금 우리에게 놓인 과제는 우리 안의 평범한 일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을 찾아 나서는 것, 즉 ‘오늘부터 행복해지기로 결심하기!’에 있을 것이다.
물론 건강한 이기주의자와 성숙한 이타주의자를 동시에 꿈꾸는 건 욕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건 어떨까? 우선 당신 스스로 행복해져라. 그럼 세상이 행복해 질 테니….
* tip 1 _ 행복한 이기주의자가 되기 위한 10계명
1. 남보다 먼저 자신을 사랑하라.
2.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말라.
3. 자신에게 붙어 있는 꼬리표를 떼라.
4. 자책과 걱정은 버려라.
5. 미지의 세계를 즐겨라.
6. 의무에 끌려 다니지 말라.
7. 정의의 덫을 피하라.
8. 결코 뒤로 미루지 말라.
9.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말라.
10. 화에 휩쓸리지 말라.
* tip 2 _ '삶. 일. 행복'을 일깨워주는 책들
1. 행복: 영국 BBC 다큐멘터리 | 리즈 호가드 | 예담
: 우리 모두가 아는 행복의 비밀. 그러나 왜 이리 얻기가 힘든 걸까?
“연습할수록 느는 것, 행복은 삶의 습관이다.”
2. 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날 | 존 버닝햄 | 민음사
: 나이를 먹는다는 것, 행복에 관한 가슴 시린 이야기.
“나이가 들면 무엇보다도 감사할 수 있는 행복을 얻는다. 나이 드는 것에 저항하지 마라. 많은 사람들이 그 특권을 거부하고 있다.”
3. 출근길 행복하세요? | 알렉스 로비라 셀마 | 21세기북스
: 행복이란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삶의 나침반을 점검하는 것.
“‘성공’은 라틴어의 ‘exitus’에서 나온 말로 ‘출구’를 뜻한다. 영어에서 ‘exit’처럼… 삶의 방향을 잡고 의미를 부여하는 일, 내가 생각하는 성공을 이루는 데 필요한 첫 걸음이다.”
4. 부유한 노예 | 로버트 라이시 | 김영사
: 우리의 시간은 일이 아닌, 삶에 쓰여져야 한다.
“과연 우리는 신경제가 주는 여러 가지 동기 부여 요인에 따라 살고, 또 일하고 싶어하는 것일까? 경제적으로 잘 살기 위해서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는 무엇일까?”
5. 미운오리새끼의 출근 | 메트 노가드 | 생각의나무
: 안데르센이 가르쳐주는 삶과 일에 관한 지혜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 비생산적이고 자잘한 고민에 얽매이는 게 아니라, 현재의 삶과 직결되는 진지한 질문들을 숙고해 봐야 한다.”
6. 일의 발견 | 조안 B. 시울라 | 다우
: 일과 소비로 채워져 가는 삶에 관한 인문학적 통찰.
“많은 이들의 삶은 일에서 오는 피로와 다시 일을 하기 위한 회복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들의 삶은 ‘새는 물항아리’와 같다. 그들은 조금씩 행복을 채워넣지만, 항아리는 결코 채워지지 않는다.”
7. 익숙한 것과의 결별 | 구본형 | 생각의나무
: ‘하루에 두 시간은 자신만을 위해 써라’. 이것만 실천해도 절반의 성공.
“수많은 욕망 중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어려운 일이다. 선택은 또한, 다른 것의 포기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선택에서 자신의 마음속에서 울려오는 욕망의 목소리에 진솔하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자신이 본 것을 믿고, 자신이 바라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 tip 3 _ '행복=소유÷욕망'?
* '행복'에 관한 진지한 성찰이 돋보이는 또 다른 글을 원한다면, 도정일 교수의 '비판적 상상력을 위하여'(<한겨레>)를 읽어보자. '행복=소유÷욕망'인가 라는 제목 그대로 많은 걸 생각할 수 있다.
모네타
홍성범(AIG 생명 교육부 서울트레이닝 센타 교육개발팀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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