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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이모저모/지혜로운 생활 및

유대인 사고방식 7대 도그마

by 현상아 2007. 1. 14.
유대인 사고방식 7대 도그마
대인들의 사고방식은 어디에서 출발하는가. 경전은 무엇이고, 유대교는 기독교와 어떻게 다른가. 바로 이것이 유대인이 아닌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대목이다. 물론 이러한 질문에 깔끔하게 설명해 주는 유대인은 거의 없다. 대부분 “구약성서와 탈무드를 읽으면 잘 나타나 있다”고 말할 뿐이다. 저명한 랍비들이 쓴 유대종교에 관한 책자를 봐도 분명한 정의를 찾기가 힘들다. 개인의 성향에 따라, 종파마다 생각이 적지 않게 다르다.

그러나 유대사회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들이 어떤 사고의 틀을 갖고 있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핵심은 ‘매우 현실적인 사고방식’이라는 점. 종교건 철학이건 행동이건 모두 현실이란 토대 위에 형성돼 있다.

비록 수박 겉핥기 식이지만 유대인들의 사고 틀을 얘기해 주는 7가지를 찾아보았다. 물론 여기에서 제시한 7가지는 필자가 만난 사람이나 읽은 책에서 개인적으로 중요도를 따져 추론한 것일 뿐 모든 유대인이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믿음(faith)보다 행동(action)
한 종교에 대해 쉽고 분명하게 정의하기를 좋아하는 학자들은 유대교를 연구하면 좌절하기 쉽다고 한다. 도대체 한마디로 정의를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은 유대인들이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있으나 그것이 ‘도그마’처럼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종교가 갖고 있는 ‘교리문답집’같은 것도 없다. 결국 유대교를 이해하려면 ‘한 가지 도그마를 찾아야 한다’는 고정관념부터 버려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유대인의 믿음은 대체로 ‘신, 이스라엘, 토라(율법)’란 세 가지 단어로 요약된다. 신을 믿고, 그 신과 이스라엘 백성들이 맺은 영원한 계약을 지키며, 토라에 나온 지혜와 생활방식대로 살라는 가장 기본적인 종교적 믿음이다. 여기서 유명한 랍비들이 강조하는 대목은 ‘실천적인 행동’이다.

예수탄생 이전인 기원전 1세기께 활약했던 역사상 가장 명망 있는 랍비인 힘멜은 “당신이 싫어하는 것을 이웃에게 하지 않는 것이 유대교의 핵심”이라고 설파했다. ‘신을 믿는’ 기독교와는 달리 ‘신의 뜻대로 행동하는’ 것이 더욱 강조된다.

‘원죄’의식은 믿지 않는다
유대교에도 죄의 개념은 있다. 따라서 속죄와 용서를 중요하게 여긴다. 하지만 기독교에서 말하는 ‘원죄’ 의식은 믿지 않는다. 인간이 태어나면서 원래 죄인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유대교에선 원죄의식 대신 인간 안에는 ‘좋은 성향’과 ‘나쁜 성향’이 함께 있다고 본다.

이 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게 자유의지란 설명이다. 죄를 지었을 경우 기독교에서는 신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나 유대교에서는 신에 앞서 먼저 잘못한 사람이 찾아가서 직접 용서를 구해야 한다. 용서의 방법에서도 신에 대한 ‘믿음’보다는 인간들 사이의 ‘행위’를 더욱 중시하는 셈이다.

사후보다 중요한 현세
유대교에서도 천당과 지옥은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유대교를 설명한 책자 어디에도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서 묘사한 것 같은 무서운 지옥을 그린 내용은 없다. 거의 천국의 모습만을 그리고 있다. 종교관 자체가 신의 구원을 믿는 낙관론이 주조를 이루는 까닭이다. 실제 유대인들의 욕에는 다른 종교에서 많이 쓰이는 ‘저주(Damned) 나 ‘지옥(hell)’이란 단어가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유대학자들은 대부분 죽어서 가는 내세보다는 현실세계에 더욱 관심을 둔다.

현실세계에서 이상적 사회를 구축하려는 데 훨씬 더 많은 종교적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유대회당들이 현금이나 기부금이 많이 들어오면 기도를 위한 성전을 신축하기보다는 공동체 안에서 가난하거나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데 우선 돈을 쓰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라고 볼 수 있다.

도덕적 판단 기준은 ‘사람 우선’
유대인들에겐 도덕적 판단 기준이 되는 몇 개의 가치가 있다. 그중 최상의 가치 기준은 ‘삶과 생명’이다.

유대인들은 건배할 때 포도주 잔을 부딪치며 ‘이카임(I’chayim)’이라고 외치는데 이는 ‘삶을 위해서(for life)’라는 뜻이다. 탈무드에서는 인간의 삶 너무 소중해서 ‘인간의 생명이 위협받을 때는 몇 가지 중요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종교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남자들의 의무사항인 할례도 아이가 생명이 위독할 정도로 아프면 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이다.

두 번째 중요한 판단 기준은 ‘자유’다. 유대신학자들은 이집트 탈출인 엑소더스를 신이 인간에게 자유를 주었다는 메시지로 해석한다. 이 메시지는 유대교회의 예배에서 아주 많이 나오는 이야기다. 특히 유대인들이 1주일에 하루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안식일도 돈이나 일에서 해방된 ‘완전한 자유’의 상징으로 여기고 있다.

성생활은 필요할 뿐 아니라 바람직하다
유대종교가 기독교의 배경이 되는 그리스 로마 사상과 끝내 타협하지 못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인간 육체에 대한 입장이다. 그리스 로마 사상은 ‘인간의 영혼은 선하지만 육체는 악’이라는 사고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육체를 혹사하는 금욕주의나 독신주의가 중시됐다.

하지만 유대교는 ‘육체는 악’이라는 사고를 거부했다. 신이 인간을 창조했을 때 남녀 서로 간에 감정적이고 육체적인 접촉을 갖도록 했기 때문에 그 의도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녀가 서로 사랑하고 아이를 낳아 양육하는 것은 신의 뜻이란 설명이다. 따라서 ‘육체의 즐거움’을 경시하지 않았고, 성생활을 죄의식과 결부하지 않았다. 랍비들은 부부간의 성생활이 필요한 것일 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것으로 간주했다. 정상적 성생활을 하지 않으면 중대한 이혼 사유가 되기도 했다. 물론 간음하지 말라는 말이 10계명에 나와 있을 정도로 부부간의 순결한 성생활만을 강조하고 있다.

거룩한 성소는 교회보다 가정
유대인들이 사는 집에 가면 출입문 오른쪽 지상에서 약 1.5m 지점에 약 10cm 길이의 윷 모양의 장식이 붙어 있다. 나무나 금속 유리 등으로 만들어진 이 장식은 메주자(mezuzah)라고 하는데 유대인이 사는 집이란 표지다. 어떤 유대인들은 메주자를 집안에도 방마다 붙여놓고 있다.

유대인들은 집을 드나들 때마다 메주자를 만지거나 입 맞추면서 신의 사랑을 확인하고 또 신의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며 살겠다고 다짐한다. 메주자가 상징하듯 유대인들은 집을 성소로 여긴다. 많은 유대인들이 회당에는 특별한 때만 나가면서도 신앙심이 깊다고 생각하는 것도 집에서 종교적 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이루어진 신앙생활은 자녀들에게 자연스럽게 종교생활을 가르친다는 장점이 있다. 식탁에서 함께 기도하면서 조상들이 이집트 노예시절에 겪은 고통을 기억하고, 하누카 명절 때 선물을 서로 주고받으며 신에 대해 얘기하곤 한다. 그래서 유대 사회에서는 모든 회당이 없어지면 유대교가 순수하게 지속적으로 살아남지만 종교생활을 가정에서 하지 않고 오로지 회당에서만 한다면 유대교는 그 세대에서 명맥이 끊길 것이란 농담 아닌 농담이 있기도 하다.

진화론은 제2의 창조론
종교로서의 유대교의 핵심은 유일신에 대한 믿음이다. 신은 우주를 창조했다는 게 핵심이다. 이런 유일신 사상은 세계의 거의 모든 종교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과학의 발달로 현대 유대인들은 우주가 과학적으로 어떻게 생성됐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그런 우주의 생성 뒤에 신의 손이 작용했다고 믿고 있다. 진화론도 부정의 대상이 아니라 제2의 창조라는 설명으로 비켜간다. 창조가 한 번으로 끝난 게 아니라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바로 이것이 현대과학에서 말하는 ‘진화’라는 주장이다.
글 육동인 한국경제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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