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제대로 성장하고 있을까. 사회 부적응자와 성인병 예비군으로 자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부모라면 누구나 그런 걱정을 한다. 청소년기 건강 포트폴리오의 핵심은 '조기 발견, 조기 교정'이다. 신체 건강이든 정서적으로든 뭔가 문제가 드러나면 적극 개입해 고쳐줘야 한다.
그래야 왜곡된 성장을 막을 수 있다. 뒤틀려 자라나는 묘목에 부목을 대 바로 성장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부모가 할 수 있는 아이들을 위한 건강설계다.
◆건강 습관 틀을 만들자=청소년기의 가장 큰 특징은 신체적 변화다. 청소년 스스로 당황할 정도로 급성장한다. 따라서 건강의 지표가 되는 체중과 키의 변화를 매달 점검해 문제점이 파악되면 교정에 들어가야 한다. 예를 들어 매달 첫째 공휴일 아침에 두 가지를 측정, 나이.성별.키를 고려해 비만이나 성장 지연 여부를 점검하는 것이다.
비만 청소년에게 가장 중요한 처방은 규칙적인 식사 습관과 고칼로리.고지방 음식을 피하라는 것. 대신 성장에 필요한 단백질 비중을 늘리고, 비타민.미네랄과 같은 영양소를 고르게 섭취하도록 유도한다. 칼로리가 높은 탄수화물 중독은 한 달여 식단을 바꿔주면 극복할 수 있다. 칼슘 섭취를 위해 하루 우유 두 잔을 마시는 습관을 들여주는 건 아이의 평생 건강을 도와주는 지름길이다. 우유는 무지방이나 저지방 우유가 좋다.
운동 습관과 신체 활동량을 높이는 것도 권장한다. 특히 운동은 성장호르몬을 촉진하고, 성장점을 자극한다는 사실을 아이에게 알려준다. 등하교 때 걷는 시간, 체육시간 등을 포함해 하루 2시간은 신체 활동을 하도록 장려해야 한다.
청소년의 자세도 바로잡아줘야 한다. 비틀리고, 좌우 비대칭으로 자란 골격이 성인으로 이어지면 중년 이후 요통.관절염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건강검진은 부모만 하는 것이 아니다. 청소년기 때 B형이나 C형 간염 바이러스, 또 결핵 등 감염 질환을 미리 차단해 성인이 된 후 위중한 질환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감정 조절법 가르쳐야=사춘기 때는 공격성과 성욕이 강해지는 시기다. 이때 감정 조절을 제대로 하는 방법을 익혀야 평생 건강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 공격성이나 정서적 불안정 상태는 대부분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공격성은 반항심.심술.고집.분노 발작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아이가 이유없이 새침해지거나, 감정 기복이 있더라도 일단은 받아주는 것이 좋다. 단, 아이가 욕설을 하거나 폭력을 쓰면 단호하고 철저하게 통제한다. 전문가의 도움도 필요하다.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정신과 전문의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성(性)적 변화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해야 한다. 여자 아이에게는 초경과 더불어 어머니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는 "어른이 돼가는구나"라는 식으로 축하해 주는 게 좋다. 참고로 사춘기의 시작은 남학생은 15세, 여학생은 13세 이전인 경우가 많다.
음주나 흡연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꾸중하기보다 해악을 제대로 알려 습관이 되는 것을 사전에 막아야 한다.
청소년기는 부모가 아이의 건강을 설계해 주는 시기다. 수시로 아이와 대화를 하며 작은 변화라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부모가 훈시하는 일방적인 태도는 자녀의 반발만 살 뿐이다. 공부를 핑계로 친구를 멀리할 것을 강요하지 말자. 친구나 동호회 모임, 취미 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
가면성 우울증 이렇게 극복했다
반항.짜증 나빠진 품행
면담.약물치료 함께 해
영수(가명.16)는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시험 때만 되면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부모는 '공부가 힘들구나'라는 생각에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다. 그게 화근이었다. 영수는 학년이 올라가면서 짜증 많고 반항적인 학생으로 변했다.
아버지는 이런 영수를 못마땅해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영수가 아버지에게 심하게 맞는 일이 벌어졌다. 그날 밤 영수는 집을 나갔다. 3일 후 돌아오기는 했지만 아버지.어머니와 더욱 소원해졌다.
고등학생이 된 영수의 상태는 더욱 나빠졌다. 결국 무단 결석이 잦아졌고 두 번이나 가출을 했다. 다행히 부모가 수소문해 여학생들과 혼숙하던 영수를 찾았고, 즉시 정신과 상담이 시작됐다.
영수의 심리검사 결과는 가면성(假面性) 우울증을 방치해 생긴 품행장애였다. 가면을 쓴 듯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아이의 내면은 스트레스로 울고 있었던 것이다. 방치된 우울감은 악화일로를 걸었고, 마침내 분노와 짜증.반항적 태도로 나타났던 것이다.
◆우울증 치료로 호전=청소년기 우울증은 반항.공격성.폭력.약물 남용.무단결석 등 행동 문제로 나타나기 쉽다. 영수의 본드 흡입과 성행위 등도 자살 충동을 덜어주는 수단으로 사용됐다는 게 담당 의사의 설명이다.
영수는 항우울제 복용과 더불어 면담 치료를 받았다. 3주 후 우울감.분노.자살 충동과 같은 증상이 줄었고,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도 차츰 없어졌다. 초기 우울증을 악화시킨 아버지와의 면담도 동시에 진행됐다.
석 달이 지난 지금 영수는 "나도 괜찮은 점이 많고, 미래도 창창한데 왜 그런 자기파괴적 행동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다른 학생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비만 합병증 이렇게 극복했다
고혈압.고지혈증 발견
운동으로 살 빼자 말끔
희섭(16.가명)은 기침이 심해 병원에 들렀다가 혈압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됐다. 추가로 검사한 콜레스테롤 수치도 높았다. 희섭은 1m64㎝, 76㎏의 전형적인 비만아였다. 희섭이 아버지 역시 뚱뚱해 3년 전부터 고혈압 치료를 받고 있다.
희섭은 어릴 때부터 잘 먹고, 잘 크고, 학교도 잘 다니는 착한 학생이다. 틈틈이 하는 컴퓨터 게임이 유일한 여가활동이었다. 희섭은 본태성 고혈압이다. 혈압이 높은 체질을 타고난 데다 비만과 운동부족이 겹치면서 청소년기에 이미 고혈압과 고지혈증이 발생한 것이다.
희섭이처럼 어린 나이에 고혈압과 고지혈증이 생기면 동맥경화로 이어져 30대에 뇌졸중이나 심장질환을 앓게 될 가능성이 크다. 희섭이는 아직 어려 적절한 조치를 하면 딱딱해진 혈관이 정상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20세가 넘었다면 혈관이 석회처럼 굳어져 치료.관리를 받더라도 정상으로 되돌리기 어렵다.
◆살 빼자 모든 문제 해결=희섭이는 초콜릿.케이크.통닭.피자 등 달고 기름진 음식과 이별했다. 밤중에 공부하면서 즐겨 먹던 라면도 끊었다. 대신 어머니가 준비해 준 야채와 한식 위주의 식사를 했다. 외식을 할 때도 비빔밥.된장찌개와 같은 한식을 택했다. 짜게 먹지 않도록 건더기만 먹었다.
생활 습관도 바꿨다. 매일 한 시간은 빨리 걷기와 자전거 타기를 했다. 주말엔 운동 시간을 2시간으로 늘렸다. 희섭은 6개월간 14㎏을 줄였다. 그 사이에 키는 2㎝가 자라 비만에서 탈출했다. 감량과 운동은 희섭의 혈압을 정상으로 되돌렸다. 콜레스테롤 수치도 낮아졌다. 희섭이는 "살이 빠지면서 지금은 상쾌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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