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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국제극지의 해’맞아 20여개국이 여러 갈래로 남극횡단하며 탐사 50년 전에도 공동 연구로 지구자기장 보호막 등 지구의 비밀 밝혀내 | ||
1957년 세계 67개국에서 5000여명의 과학자들이 남극 대륙에 모였다. 1957년과 1958년을 ‘국제지구물리의 해’로 지정한 국제과학연맹이 주관하는 공동연구 프로그램에 동참하기 위해서였다. 햇수를 2년으로 잡은 것은 이 행사가 단순히 한 해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 연구성과를 내기 위한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었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제공동연구였던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인류의 운명을 바꿔놓을 만한 지구의 비밀들이 속속 밝혀졌다. 국제과학연맹은 50주년이 되는 2007년과 2008년을 ‘국제극지의 해’로 정하고 또다시 대규모의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큰 수확을 기대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왜 남극과 북극 연구에 몰두하는 것일까? 색다른 곳에서 새로운 것을 연구하기 위해, 혹은 탐험가 정신을 발휘해 극한지역에 도전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기 쉽다. 사실 극지연구에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선 남극과 북극은 지도에서도 숨겨진 지역이다. 상당수 세계지도에는 극지가 빠져있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의 저위도 중심의 지도에선 극지의 왜곡이 심해 그 모양을 짐작하기도 힘들다. 이 때문에 남극대륙이 지구 육지의 9.2%에 달할 만큼의 거대한 땅덩어리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남한 면적의 136배이고 유럽이나 오세아니아대륙보다도 훨씬 넓다. 5대양 6대주가 아니라 5대양 7대주라고 해야 정확한 것이다. 북극점 일대는 육지가 아닌 바다지만 북극해도 지중해의 4배가 넘는 넓이다. 남극과 북극지역이 엄청난 면적의 미개척지라는 점을 인정해도 가혹한 자연환경 때문에 쓸모 없는 지역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두 지역의 지질 역사가 속속 밝혀지면서 가혹한 환경은 금고의 자물쇠에 비유될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남극대륙은 2억년 전에 갈라지기 시작한 곤드와나 거대륙으로부터 유래했다. 현재의 아프리카, 남미, 호주, 인도 역시 여기서 갈라져 나왔다. 공교롭게도 이들 대륙이 남극대륙과 붙어있다가 갈라진 지점에서는 철·구리·금 등 대규모의 광물자원이 나오고 있다. 이를 근거로 남극대륙에도 유사한 광물자원이 매장돼 있을 것으로 유추할 수 있으며 일부는 실제로 확인되기도 했다. 남극대륙은 원래 적도 부근의 온난한 곳에 위치했다가 2억8000만년 전에 남극점에 도달하였고 이후 다시 적도로 이동했다가 다시 1억년 전에 남극점 근처에 도달했다. 5000만년 전까지만 해도 기후가 온화했기 때문에 식물이 번성하여 광대한 석탄층이 형성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서남극 일대를 탐사한 결과 석유와 메탄·에탄가스가 대량 매장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극횡단산맥을 따라 두께 10여m에 폭 1~3㎞로 형성된 고품질 석탄의 매장량은 1500억t 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 소장은 “남극의 자원은 협약에 따라 2048년까지 개발이 유보돼 개발 여력이 없는 우리에게는 다행”이라면서도 “언제 개발이 시작될지는 국제정치적 관계에 달려 있으므로 미리 대비를 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북극지역도 5500만년 전에는 따뜻한 곳이었다. 이곳 역시 당시에 번성했던 생물에서 비롯된 유기물이 침전층에 갇혀 있을 것이므로 미국 지질조사국은 지구상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석유와 천연가스 가운데 4분의 1 정도가 북극에 묻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학자들이 극지연구에 주력하는 것은 자원개발 때문만은 아니다. 극지에서만 알 수 있는 지구의 비밀이 많기 때문이다. 50년 전의 ‘국제지구물리의 해’에 이루어진 공동연구에서도 태양과 우주로부터 날아드는 치명적 물질들로부터 지구에 사는 생명체를 보호해 주는 반 알렌 벨트의 존재가 밝혀졌다. 지구의 자기장에 의해 형성되는 반 알렌 벨트는 태양풍이라 불리는 고에너지의 전하를 띠고 있는 전자·이온·양성자 등의 하전입자가 지구로 유입되는 것을 막아준다. 지구의 자기력선은 양쪽 극지방과 연결돼 있으므로 자기권 내부로 들어온 일부 태양풍 입자만 극지방으로 모이며 이것이 내려오다가 상층대기와 충돌하며 오로라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시대에 이루어졌던 당시 프로그램은 정치와 이념을 뛰어 넘어 순수한 과학 발전을 위해 인류가 서로 협력하고 화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일종의 과학 올림픽이었다. 이를 계기로 계속적인 남극연구의 중요성이 제기되었고 제도적 장치로 남극조약이 체결되었다. 조약의 기본 원칙은 누구에게나 남극에서 과학연구의 자유를 보장하고 군사활동을 금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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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방이 과학자들에게 각광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지구환경의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남극대륙은 지구 규모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환경변화를 감지하고 관측하는 데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지구온난화 현상도 극지는 다른 곳에 비해 5~10배 정도 온도가 많이 변하기 때문에 연구하기에 유리하다. 다른 대륙으로부터 고립돼 있기 때문에 살충제·중금속 등 지구 전체의 대기오염 수준의 변화를 관측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남극의 빙하는 과거의 환경변화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지구상의 유일한 ‘냉동기록보관소’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남극에 내린 눈이 계속 쌓이면 압력이 커져 하층부의 눈은 밀도가 커지면서 얼음으로 변하는데 이때 눈 입자 사이의 공기가 고립되면서 얼음 속에 갇히게 된다. 이 기포는 눈이 내릴 당시의 대기 성분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따라서 빙하에 파이프 모양으로 시추구를 뚫어 뽑아낸 얼음에서 기온과 강수량의 변화를 알아낼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와의 상관관계를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1998년 동남극에 있는 러시아 보스토크 기지에서는 3623m 깊이까지 얼음을 시추해 42만년 동안의 기후변화와 온실가스의 상관관계를 밝혀냈다.
빙하는 서서히 흘러가기 때문에 수백만 년 전의 환경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바다나 호수의 퇴적층에는 그 이상의 흔적이 남아 있다. 특히 남극의 빙하호수나 연안에선 퇴적과정이 환경변화에 따라 민감하게 달라지므로 고기후 연구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퇴적물이 나이테처럼 쌓이므로 역시 파이프 모양으로 시추하여 각 층의 두께와 성분을 분석하고 거기서 나온 꽃가루 및 미생물 화석을 분석하면 과거의 기후를 추정할 수 있는 것이다.
고기후 추적을 통한 기후변화 연구는 국가나 지구적 차원의 정책결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기후 연구 전문가인 윤호일 박사는 “온실가스와 기후가 밀접한 관계라는 것은 맞지만 세밀한 인과관계에선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으므로 선진국의 논리를 무작정 따라가서는 안 된다”며 “기후변화에 대한 연구를 통해 스스로의 대응논리가 있어야 기후변화협약에서 국익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극지 연구 수준도 세종기지 설치 후에 크게 높아졌다.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연구와 달리 논문이 국제적 저널에 실리거나 외국과 공동연구를 하지 않으면 인정 받지 못하기 때문에 극지 연구는 출발부터가 세계 수준의 안목을 갖고 해야 했다. 그 결과 기지 주변에서 메탄가스가 물과 함께 고체화된 메탄하이드레이트를 발견했고 크릴의 생태 연구를 통해 국내 업체가 남빙양에서 조업할 수 있는 지식을 제공했다. 최근에는 극지 생물들의 결빙방지 물질, 자외선 차단 물질 연구가 활발하다. 윤 박사는 “극지연구는 탐험과 과학이 동시에 필요한 분야”라며 “진취적인 젊은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단기간에 한국의 극지 연구가 국제 상위 수준에 올라섰다”고 말했다.
국내 첫 쇄빙선 2009년에 진수한다 | ||
사고 이듬해인 2004년에 핀란드와 기술제휴를 맺어 설계에 들어가 2006년 말 한진중공업이 건조를 맡았고 2009년에 진수될 예정이다. 총 1000억원의 건조비가 들어가는 국내 최초의 쇄빙선은 길이 109m, 폭 19m에 6950t 규모로 85명이 승선해 한 번의 유류 및 식품 보급으로 70일간 약 2만해리를 항해할 수 있다. 쇄빙 기능뿐만 아니라 첨단 연구장비를 장착해 대양과 극지의 해양을 조사하고 자원을 탐사할 수 있는 해양연구선의 기능도 갖췄다. 쇄빙선은 두꺼운 철판으로 제작해야 하고 얼음의 저항을 이겨내고 일정 속도로 항해하기 위해 매우 큰 출력의 엔진이 필요하다. 또 얼음에 올라타 배의 무게로 얼음을 눌러서 깨기도 하므로 배 자체의 무게가 무겁고 무게중심을 옮기는 별도의 장치가 필요하다. 일반 선박이 물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물속의 앞부분이 돌출된 것과 달리 쇄빙선은 얼음에 쉽게 올라탈 수 있도록 돌출된 부분이 없다. |
박준동 주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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