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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이모저모/사랑과 진실

나이별 여자들의 야한 수다

by 현상아 2007. 2. 9.

나이별 여자들의 야한 수다

삼류 저질 이야기, 음담패설. 남자들만의 전유물일까? 여자들 틈바구니 속에서 호흡해본 남자들은 알 것이다. 그녀들이 얼마나 뒤로 ‘호박씨’를 잘 까는지. ‘호박’도, ‘장미’도 다들 손에 씨 하나씩은 쥐고 있다. 나이별 여자들의 수다를 들어보면 이런 말이 절로 나올지 모른다. “어허, 참으로 낯뜨거운 이야기로고.”
 

“너 그거 알아?” 한 방에 모여 앉은 싱싱한 ‘광어’ 아가씨들. 어젯밤 야한 영화를 보았거나, 오빠의 AV비디오나 섹스매거진을 훔쳐보았거나, 고만고만한 친구로부터 입이 쩍 벌어지는 야담을 주워듣고 수다를 풀어놓는다.

그런데 입은 쉴새 없이 놀리는데 뭣하나 신빙성 있는 이야기가 없다. SM에 가까운 섹스행위를 일반적인 것처럼 말하는 친구, “일본에서는 여자가 뭐뭐 하더래” 식의 애매모호한 정보를 흘리는 친구, “난 절대 그렇게 못하겠다”며 손사래를 치는 친구. 왜 궁금한 것은 많은데 누구 하나 확실한 지식을 모르는 걸까?

그것은 그녀들 중에 아직 실전을 겪은 친구가 없기 때문이다. “어머, 정말이야?” 라는 물음을 합창하지만, 누구 하나 “정말 그런 거야” 라며 진두지휘해줄 친구가 없다. 실질적 경험을 바탕으로 무리를 올바른 길로 인도해줄 위인이 없으니 그녀들은 오늘도 잡다한 성지식만 주고 받고 있다. 영화 <몽정기>의 소년들도 참외 속으로 ‘고것’을 넣으면 실제 느낌과 같다는 얼토당토 않는 지식을 사실인 것 마냥 공유하지 않았던가.

이런 순진한 그녀들이기에 고작 주고 받는 야한 수다라 해도 “남자들 실제 크기가 얼마만해?”, “그거 할 때 얼마나 아파?”, “여성상위는 어떻게 하는 거야?”, “콘돔 가격이 얼마야? 정도. 그런데 20대 후반이 되어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장미가 꽃망울을 톡톡, 터트릴 때가 되면 그녀들 수다에도 야한 꽃이 활짝 피게 되는 것이다.

“나 사실 고백할 것이 있는데…” 술잔을 주고 받으며 약간은 경험이 풍부해진 그녀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젯밤 남자친구와 밤을 보낸 친구가 수줍게 말을 꺼낸다. “사실 그와 밤을 보냈어.” “뭐? 그래서 어땠어?” 물꼬가 트이면 여기저기서 질문이 터져 나오고 그에 빗대어 자신의 경험담도 하나 둘 쏟아져 나온다. 게 중 경험 없는 친구들은 이야기 청취자로서 “아하, 그렇구나” 라며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녀들은 무언가 예전과 다른 수위의 이야기에 잠시 어색한 기운도 감돌지만 일종의 ‘성인식’ 단계라고 여긴다. 나이와 경험, 처해진 상황에 따라 함께 나누는 대화내용도 달라지니 소녀시절의 연예계 가십거리가 회사 직장상사 험담으로 넘어가서 어느새 ‘19금 딱지’를 단다 해도 신기한 일은 아니다.

아직도 그녀들은 수줍지만, 한 두잔 술잔이 비어갈수록 예전에 비해 질문의 농도가 0.071% 정도 높아져 간다. “그전 남자친구에 비해서 커?”, “너네는 몇 십분 정도 해?”, “전희는 어떻게 했어?”, “종로에 어디 모텔이 괜찮아?”, “대체 올라가서 어느 쪽으로 돌리는 거야?”

하지만 ‘수박 겉핥기’ 식의 섹스 이야기만 술자리를 감싸지는 않는 것이, 조숙 하다면 조숙해진 그녀들에게는 남자와 깊은 관계를 형성할수록 고민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가 자꾸 원하는데 난 싫거든. 근데 이렇게 거부하다가 그가 헤어지자면 어쩌지?”, “남자들은 자기 여자와 섹스하기를 원하면서 또 경험 있는 여자들은 싫어한다며?”, “그가 피임을 싫어하는데 콘돔을 사용하게 하는 방법 없을까?”

아아, 갈수록 골이 지끈지끈 하다. 왜 섹스는 인간에게 주어진, 마냥 즐거운 행위가 될 수 없는 걸까? 그런데 이렇게 그녀들이 고민하는데도, 어째 그녀들의 외관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원숙해지고 매혹적인 빛깔을 띄어가고 있다. 그리고 한순간 노골적이게 흐드러진 꽃잎을 떡하니 피어보여도 놀랄만한 일은 아닐 것 같다.

‘제3의 성’이라는 아줌마. 30대부터 여자들은 그곳으로 향하는 배에 탑승한다. 그 배가 목적지를 향해 출항하고 거쳐가는 항로 중 하나가 바로 성적인 수다.
소수의 열외자를 제외하고, 성적인 경험이 풍부한 그녀들은 각기 남자친구의 신체 사이즈 및 생리적 실태를 비교하며 일반적인 기준을 도출해내기도 하고, 여러 성적인 정보를 공유하며 매우 의미 깊은 시간을 만든다.

이 그룹에 일찍이 미스이기를 포기한 유부녀가 합세하게 된다면 탕 안의 열은 더욱 상승한다. 그녀는 각종 의성어, 의태어를 섞어서 퇴폐에 가까운 ‘터키탕식’ 야한 수다를 구사하는데, 현장에 누군가가 낀다면 저도 몰래 양 볼을 감싸 쥐고 귀를 쫑긋 세우게 될지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아아’, ‘헉헉’ 류의 의성어는 물론 ‘낼름’, ‘할짝’, ‘퍽퍽’, ‘출렁’, ‘오물’, ‘덜덜’ 류의 의태어도 과감히 구사하며 현장 분위기를 띄우기도 하고, 때론 “뭔 말인지 이해 못하겠어” 라는 수강생을 위해서 보조 한 명을 두고 직접 시범을 보이며 이해될 때까지 열심히 설명해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누가 그러던가. 한때의 숫기 없고 순결한 처녀가 결혼 후 변신하는 것은 눈깜짝할 새라고.

그런데 이때 여자들의 야한 수다에 무조건 오락적인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닌데, 바로 고민해소와 트러블해결이라는 긍정적인 요소이다. 여자들은 적나라한 대화 속에서 자신의 트러블과 고충을 자연스럽게 털어놓고, 여러 명의 상담자가 제시해준 방안을 참고해서 트러블해결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남자의 조루병 및 성적요구가 줄어드는 문제에 대해 한 명이 상담해왔다면 “직장동료 애인도 조루병이었다는데 천호동에 있는 XX 성 클리닉 다녀서 몇 달 만에 고쳤대”, “가터벨트, 루즈삭스, 망사팬티를 활용해봐. 내가 해봤는데 성공했어. 소품은 내가 빌려줄게” 류의 직간접적인 방안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수다의 광장 속에서 얻는 정보치고는 실질적이고 유용하지 않은가.

이렇듯 20대 후반을 넘은 여자들의 야한 수다에는 재미와 오락성이 있고, 신빙성 있는 이론과 실질적인 정보, 성적문제 카운셀링이 오가며 좀더 업그레이드된 성생활을 위한 지표가 제시되기도 한다. 꽃잎이 벌어지고 피고 지더니 결국 흙 속에 스며들고 다른 생물의 자양분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쯤 되면 남자들은 불안할 만도 할 것이다. 혹시 내 애인이 친구들과 내 신체사이즈와 비밀, 성적인 능력을 친구들과 공유하는 것은 아닐까? 지금 이 순간, 그녀들 수다의 주인공이 바로 나인 것은 아닐까?
글쎄, 어떨까? 사람관계를 유지시켜주는 것은 바로 믿음. 그녀가 나의 치부를 친구들에게 드러내며 우스꽝스러운 수다의 소재거리로 삼지 않으리라고 믿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모르긴 몰라도, 자기 남자의 치명타를 소재거리로 삼는 여자는 이제껏 한 명도 못 봤다. 왜냐고? 그것은 곧 자신의 곤혹스러운 치명타이기도 하니까.

Good Actual Condi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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