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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이모저모/IT. 과학 및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세상을 휜다

by 현상아 2007. 2. 17.

둘둘 마는 TV 걸치는 모니터…기존 미디어 생활 통째로 바꿔놓을것

경제적 효과 엄청나 각국 개발경쟁 치열

세계최대 7인치크기 삼성전자서 개발


출근길 복잡한 지하철에서 신문을 보기란 여간 눈치 보이는 일이 아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닿지않도록 접어 보지만 다음 면을 보려면 어쩔 수 없이 신문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이런 불편은 해소될 것 같다. 종이처럼 휘어지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flexible isplay)의 상용화가 수년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신문 다음 페이지로 훌쩍 넘어가는 새로운 일상이 펼쳐질 전망이다.

 

 

미디어에서 일상생활까지 변화

 
디스플레이란 TV화면·컴퓨터 모니터·휴대폰 액정 등 정보를 시각적으로 보여 주는 모든 장치를 말한다.


요즘 각광을 받고 있는 박막트랜지스터 액정디스플레이(TFT-LCD)는 얇은 막 형태의 트랜지스터(TFT)에서 전기신호를 보내면 액정이 움직여 뒤에서 나오는 빛(백라이트)을 내보내거나 막는 형태다. 그렇게 나온 백색광은 컬러필터를 거쳐 기판, 즉 화면에서 색을 나타내게 된다. 플라즈마 디스플레이(PDP)는 액정 대신 플라즈마와 형광물질을 이용한다. 두 기기는 모두 유리기판을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유리 대신 플라스틱이나 금속 박막을 기판으로 사용한다. 두께도 기존 디스플레이의 5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따라서 휴대가 간편하고 쉽게 휠 수도 있다. 개발 가능한 제품은 무궁무진하다. 당장 접거나 말 수 있는 전자신문이 가능하다. 소형 휴대 장치에서 TV를 보거나 인터넷을 이용할 때도, 말려 있던 것을 펴서 볼 수 있는 만큼 시각적으로 편안해진다. 옷에 적용하면 기분에 따라 색상과 무늬를 바꿀 수 있는 ‘입는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다. 교실 칠판을 대신해 두루마리 형태의 디스플레이가 사용될 수도 있고, 평상시에는 블라인드로 사용하다 전원을 연결하면 TV가 되는 제품이 나올 수도 있다. 삼성전자 황창규 반도체 총괄 사장은 작년 5월 세계신문협회(WAN) 58차 총회 기조연설에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2010년쯤 상용화될 전망”이라며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나 몸에 걸쳐 입는 장치들이 신문이나 방송·인터넷 등 기존의 미디어를 바꿔 놓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리 대신 플라스틱 화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크게 기존의 LCD를 이용한 방식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나 전자잉크를 사용하는 방식 등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작년 11월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인 7인치 크기의 휘어지는 TFT-LCD를 발표했다. 이 디스플레이는 유리 대신 깨지지 않는 투명 플라스틱 기판을 적용해 자유롭게 휠 수 있도록 했다. 일본 샤프도 플라스틱 기판을 장착한 형태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개발했다. 언뜻 쉬워 보이지만, 유리 기판을 플라스틱으로 바꾸는 일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기존 디스플레이는 섭씨 1000도 이상에서 가공되는 반도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기판도 열에 잘 견디는 금속이나 유리를 사용했다. 플라스틱을 사용하면 제품을 만들기도 전에 녹아 내릴 것이다. 따라서 휘는 TFT·LCD를 개발했다는 것은 열에 강하면서 잘 휘는 플라스틱을 개발했거나, 전체 공정을 플라스틱도 견딜 수 있는 150도 이하의 저온에서 실현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OLED는 1970년대 후반 미국의 앨런 히거·앨런 맥더미드 교수와 일본의 히데키 시리카와 교수가 처음 발견한 ‘전기가 흐르는 플라스틱’을 이용한다. OLED는 박막트랜지스터에서 전기신호를 받으면 내부의 전자가 이동하면서 빛을 내는 장치다. 1987년 미국 이스트코닥이 처음 개발했으며, 바깥에 유리기판을 부착한 형태로 이미 디지털 카메라에 이용되고 있다.


OLED는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LCD처럼 백라이트가 필요 없다. 전력소비량도 적다. LCD는 액정과 컬러필터를 통해 빛이 생성되기 때문에 보는 각도에 따라 색상과 영상이 바뀌지만, OLED는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어느 각도에서도 동일한 영상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최고 기대주로 꼽히고 있다. 문제는 유기물(有機物)로 만든 것이어서 산소와 습기에 취약하다는 점.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판을 고분자 필름 또는 무기 박막으로 코팅하는 등의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전자종이는 액체의 모양을 전기로 바꾸는 원리를 이용한다. 미 MIT 출신들이 필립스와 함께 만든 이잉크(E-Ink)사는 흑백 색소를 담은 캡슐이 전기신호에 따라 아래위로 움직이면서 흑백 영상을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캡슐을 플라스틱 막 사이에 넣는 방식으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다. 전원이 나가도 색소가 그 자리에 있기 때문에 영상이 사라지지 않으며, 흑백 대비가 워낙 선명해 기판이 휘어져도 어느 각도에서나 선명한 영상을 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LG필립스LCD는 작년 10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전시회 ‘FPD 인터내셔널’에서 이잉크와 공동 개발한 10.1인치 흑백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선보인 바 있다. 이잉크사는 최근 컬러 전자종이도 개발해 광고판 등에 적용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필립스는 컬러 색채를 띤 기름방울의 수축 팽창에 따라 컬러 동영상을 구현할 수 있는 전자종이도 개발해냈다.

 

 

플라스틱 일체형도 개발 중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에서는 LCD든 OLED든, 아니면 전자종이든 모두 빛의 밝기와 색소의 작용을 조절하는 전기스위치 격의 박막트랜지스터가 필수적이다. 현재 박막트랜지스터는 모두 반도체로 만든다. 이를 유기물로 대체하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유기물로 트랜지스터를 만들면 150도 정도의 낮은 온도에서 제조가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훨씬 잘 휘는 플라스틱 재료를 기판으로 이용할 수도 있게 된다. 또 기존의 반도체가 반도체와 절연체, 금속 등을 겹겹이 쌓아 회로를 만드는 것과 달리, 유기물 트랜지스터는 잉크젯 프린터로 종이에 인쇄하듯 한번에 만들 수 있어 제조공정도 단순해진다. 제록스는 잉크 카트리지에 유기용액을 넣고 종이 대신 플라스틱 기판에 트랜지스터를 말 그대로 ‘찍어내는’ 공정을 개발했다. 기존 공정과 달리 진공 상태가 아닌 대기압에서도 디스플레이를 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장점들 때문에 유기물 트랜지스터가 상용화되면 수조원 대의 설비 원가 절감이 기대되고 있다. 디스플레이의 가격도 급격히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세이코-엡손·플라스틱 로직스·필립스·듀퐁·교세라 등이 유기박막트랜지스터를 개발하고 있다. 플라스틱 로직스사는 올 2월 모든 부품을 유기물로 대체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도 선보였다.

 

 

정부도 2011년까지 1750억 투자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기존 디스플레이를 대체할 뿐 아니라 응용 분야도 다양해 경제적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디스플레이 컨소시엄(USDC)은 2015년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가 2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디스플레이 제품 자체만 따진 것이며, 부품 관련 시장까지 포함하면 실제 시장 규모는 이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부품연구원에 따르면 OLED만 해도 2003년 2억 달러에서 2008년 24억~38억 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새롭게 개발될 정보단말기 시장과 관련 콘텐츠 시장까지 합치면 추정이 불가능할 정도다.


국내에서는 2002년 차세대디스플레이개발사업단이 출범, 오는 2011년까지 정부 투자 1000억원을 포함해 1750억원을 들여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와 같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기업에서는 삼성·LG 등이 주도하고 있다. 한때 디스플레이 분야의 강자였지만 지금은 한국·대만 등에 자리를 내준 일본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 국방부는 2004년 애리조나대에 4370만 달러를 투자해 군사용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개발하고 있다. 휘어지는 디스플레이가 세상을 휘청거리게 할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 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인가? / (http://www.tagstory.com)에 올라온 동영상

http://www.tagstory.com/video/video_post.aspx?media_id=V000010655

 

 

이상윤 삼성종합기술원 차세대 TFT개발팀장 sangyoon.lee@samsung.com
이영완 산업부 기자 ywlee@chosun.com


<출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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