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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및

1920년, 동대문, 해뜰 무렵

by 현상아 2007. 2. 21.



위 그림은 1920년, 해 뜰 무렵의 동대문(흥인지문)입니다. 사방에 눈이 쌓여 있고 하늘에는 붉은 기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화가 엘리지베스 키스(1897~1956)의 목판화입니다. 집들도 산들도 거리도 정겹습니다.

화가 키스는 평생 미혼으로 살면서 동양의 색을 감각적으로 그려냈습니다. 특히 한국에 매료되었고 한국을 무척이나 사랑했습니다.
”이 땅의 신비스러운 아름다움이란… 별조차 새롭게 보인다. 그림 그릴 곳을 찾아다니다가 나는 가끔 멈춰 서서 이 땅의 고요함, 평화를 만끽하곤 한다.”
그녀의 감탄처럼 그림 속의 이 땅은 고요하고 평화로웠습니다.

화가 키스와 함께 여행했던 그녀의 동생 로버트슨 스콧은 또 이렇게 한국인을 예찬했습니다.
”한국인들은 모두 다 순수하고 담백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학문을 존중하고 무력을 싫어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한국인들의 자질 중에서 제일 뛰어난 것은 의젓한 몸가짐이다.”

그러고 보니 그림 속의 동대문도 정말 의젓합니다. 당시 동대문 풍경은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불과 87년 전인데 지금은 너무 많이 변해 버렸습니다. 고층 빌딩에 주눅 들고 질주하는 차량에 갇힌 동대문은 동 틀녘 저 붉은 기운을 맨 먼저 맞이하지 못합니다. 높은 빌딩이 하늘을 찌르는 시대에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일까요? 화가 키스를 지상으로 다시 불러내 한번 물어보고 싶습니다.

〈김택근/시인〉

 

Good Actual Condi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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