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학적인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들에게 '전문가'라는 권위의 힘을 빌어 채식만 하면 안 된다고 딴지를 걸고, 모처럼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해보겠다는(분명히 고기를 아예 안 먹겠다는 것이 아니고 줄여보겠다는 생각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그리고 유기농산물의 건강함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나가는 사람들에게 또다시 '육식과 채식을 골고루'라는 지극히 불건강적인 식습관을 강요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러면, 소위 '전문가들'이 대표적으로 채식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하는 부분에 대한 반론, 아니 반론이라고 할 것도 없이 너무도 명백한 진실을 간단히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오해 하나>
"인간은 체내에서 합성할 수 없는 필수아미노산 9가지를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데, 육류 어패류 달걀 우유 등에는 이들 단백질이 풍부한데 비해 채식에는 1∼2가지가 결핍되어 있다."
필자도 영양학을 깊이 공부하기 전에는 채식에는 전반적으로 필수아미노산이 부족하거나 일부 결핍되어 있는 줄 알았고, 채식가는 반드시 콩을 먹어야만 한다고 오해했던 적이 있었다. 물론 콩은 모든 사람에게 훌륭한 식품이며, 90년대 이후 미국 FDA에서 단백질의 질을 측정할 때 사용하는 'PDCAAS'에서 콩 단백질은 달걀 우유의 단백가와 동등한 1.00 만점으로 평가받고 있을 정도이고, 거의 모든 식품 중에서 콩에 가장 많은 단백질이 들어있다(100g당 쇠고기 21g, 달걀 12g, 우유 3.2g, 콩 36.2g). 그런데, 이들 필수아미노산 9가지는 콩뿐만 아니라 딸기 하나, 김치 1조각 등 모든 곡채식에도 함유되어 있다. 다만, 그 양에서 차이가 있을 뿐인데, 한국인들의 식습관은 대부분 쌀과 콩음식이 곁들여지기 때문에 더 완벽한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으며, 곡채식으로 적당한 열량을 섭취하는 한 필수아미노산 문제는 전혀 논의할 대상도 못된다.
<오해 둘>
"채식만 하면 칼슘을 충분히 섭취할 수 없어 골다공증에 걸릴 수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칼슘 섭취국인 미국에 골다공증 환자가 최고로 많은데 비해 영양학적으로 뼈가 완전히 없어졌어야 할 정도로 극소량의 칼슘을 섭취하는 일부 국가의 사람들이 오히려 '용가리 통뼈'인 것을 어떻게 해석할까? 그들은 특별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채식만으로도 칼슘은 넘쳐난다. 즉, 100g당 쇠고기 19mg, 달걀 47mg에 불과한데 비해 참깨에는 1245mg, 다시마 763mg, 미역 720mg, 김 420mg 등 모두 높은 칼슘 함유량을 보이며, 더욱이 그 흡수율에 있어서도 동물성음식은 고단백 과다한 '인'의 함량과 산성도가 높아서 오히려 체내의 칼슘이 손실되어 버리는 것에 비해 곡채식의 칼슘은 지극히 인체와 궁합을 잘 이룬다.
<오해 셋>
"채식에는 철분 아연 등 무기질을 충분히 섭취할 수 없어서 빈혈 등에 걸린다."
이 논리는 앞선 오해와 달리 관점에 따라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사실은 채식이냐 육식이냐를 떠나서 건강한 식생활을 영위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채식하는 사람들만 발생하는 문제인 것처럼 오도되고 있다. 그렇지만, 정제하지 않은 현미 통밀 통보리를 주식으로 제철 야채와 과일, 참깨와 해조류 등 소박한 밥상으로 균형을 맞춘다면 모든 영양소를 충분히, 최상의 균형으로 섭취할 수 있다. 철분의 경우에도 100g당 쇠고기 4.8mg, 멸치 2.9mg, 달걀 1.8mg, 우유 0.1mg인데 비해 참깨는 10g만 먹어도 1.9mg, 김은 5장(10g)을 먹으면 종류에 따라 1.7∼7.2mg을 섭취할 수 있으며, 올바른 채식을 하는 사람들 중에 빈혈환자는 거의 없는데 비해 상대적으로 일반인들 중에 빈혈환자가 훨씬 많다. 아연도 100g당 쇠고기 2.8mg, 달걀 0.39mg, 우유 0.4mg에 불과한데, 미역과 김에는 5.1mg, 검정깨 7.1mg, 콩 2.7mg, 현미 2.06mg 등 곡채식에 풍부하다.
<오해 넷>
"채식만 하면 비타민B12를 섭취할 수 없다."
이 부분은 그야말로 달걀이나 우유도 먹지 않는 순수 채식가(vegan)들에게만 해당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비타민B12는 동물성음식에만 포함되어 있다고 알려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세상에 가장 많고 흔한 것이 가장 소중한 것이다"는 자연의 진리가 이 부분에서 잘못될 리가 없다. 사실, 옛 사람들은 이런 영양학적 지식이 전혀 없어도 건강했는데, 아는 것이 병이라고 오히려 영양학이 발달하면서 순수채식만으로는 유일하게 이 영양소가 결핍될 수 있다고 지적되어 왔다. 그렇지만 최근 분석기술이 발달하면서 비타민B12가 인체 내에서도 소량 합성된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으며, 순수 곡채식 중에서도 김치 된장 간장 식초 신선초 연근 김 등에 함유되어 있다고 밝혀져 있다. 더욱이 다른 비타민B군의 경우에는 필요 이상 섭취되면 배설되는데 비해 B12는 거의 대부분 다시 인체 내로 재흡수되어 활용되기 때문에 하루 필요량도 극소량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명확한 기준이 없고 미국은 2.4㎍, 유럽연합 1.5㎍, WHO에서는 1.0㎍을 권장량으로 정하고 있다. 이 정도 분량이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김치(물론 젓갈을 넣지 않은 채식김치에도 함유되어 있다)만으로도 충분히 섭취할 수 있고, 더욱이 김은 2장(4g)만 먹어도 미국 권장량의 1.3배에 달하는 3.1㎍을 섭취할 수 있다.
<오해 다섯>
"성장기가 지난 어른들과 환자들에게는 채식이 필요하지만 유아나 어린이 청소년들의 성장, 임산부와 노인의 영양을 위해서는 반드시 육식이 필요하다."
먹은 것이 그야말로 피가 되고 골격으로 변하는 성장기에는 성장을 멈춘 어른들보다 한결 더 깨끗하고 자연에 가까운 음식을 먹게 해야 한다. 예로부터 피가 맑아야 건강하다고 했는데, 성인들에게도 해로운 동물성 고단백질 고지방식을 어린이나 청소년, 더욱이 생명을 잉태한 임산부가 반드시 먹어야 한다는 잘못된 상식으로 육류 위주의 식사를 한다면, 피가 끈적거려지고 그에 따라 영양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한 신체가 정상적으로 발육하지 못하게 되리라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특히, 외국의 음식을 수입할 때에는 매우 까다로운 미국 FDA에서 축산업계에 공식 허가한 인공 화학물질이 축산물에 143종(이 중 42종이 발암성 물질이고 20종류가 태아기형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유제품에 82종을 허가한 실정에서, 임산부는 물론 어른에 비해 체표면적이 작은 성장기 아이일수록 육류 자체의 해독과 함께 환경호르몬 등으로 인한 피해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는 최근 SBS에서 방영한 "잘 먹고 잘 사는 법"에서 서울시내 청소년들의 머리카락 속에 축적된 중금속 수치가 상당히 높았지만, 채식위주의 식사를 하는 삼육고등학교 학생은 상대적으로 훨씬 중금속 축적이 적었다는 실험에서도 잘 알 수 있다. 더욱이 다이옥신의 함량은 생선이 최고치이고, 유제품, 육류가 그 다음 순위에 올라 있을 정도로 심각한 실정에서 채식만으로도 충분한 영양을 공급할 수 있는데 굳이 동물성음식을 먹으면서 더 큰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을까? 또한 인생의 겨울에 접어들어 소화력이 약해져 가는 노인들에게 가장 소화하기 힘든 동물성음식을 먹게 하는 것은 자연의 이치에도 어긋난다.
<오해 여섯>
"사무실에 있는 사람과 달리 고된 일을 해야하는 노동자들이나 운동선수는 육류를 반드시 먹어주어야 힘을 쓸 수 있다."
※ 채식주의자 운동선수
▷ 나브라 틸로바(윔블던 9회 우승)
▷ 머레이 로즈(수영 올림픽 3관왕)
▷ 데이빗 스콧(철인경기 6관왕)
▷ 에드윈 모제스(허들 올림픽2관왕)
▷ 빌 월튼(유명한 농구 스타)
▷ 권영철(현재 51세, 격투기 세계챔피언)
옛날 머슴 밥그릇을 아는가? 그들은 지금의 국그릇보다 더 크고 높은 밥그릇에 밥을 수북하게 쌓아서 김치나 간장 하나에 밥을 먹었다. 오늘날에도 자이나교도나 수많은 저개발국가 사람들은 영양소를 섭취할 수 없는 극도의 가난한 생활이 아닌 한 통밀빵 현미와 같은 통곡식을 80% 이상 먹고 그것도 소식하면서도 하루에 마라톤 거리만큼을 걷고, 인력거를 끌며 왕성한 체력을 자랑한다. 이들에게 오히려 육류를 공급하면 힘을 못 쓴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수많은 객관적인 실험과 통계는 채식가들이 일반인들보다 지구력이 더 좋고, 피로 회복도가 더 빠르다고 발표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운동선수들 중에 채식가들이 많다는 것은
이를 잘 입증한다.
<오해 일곱>
"인간은 원래 잡식 동물로 창조된 것이 아닌가?"
구약성경 창세기에 보면 사람뿐만 아니라 양 사자를 비롯한 모든 생명체의 음식이 채식이었음을 알 수 있고, 우리 나라의 상고사를 적은 {부도지}에도 처음 인간들은 땅에서 솟아나는 '지유(地乳)'를 먹었다고 되어 있으며, 과학적으로도 인간이 채식동물임은 너무도 자명하다.
※ 구분
1. 육식동물
2. 인간-과일먹는동물-초식동물
※ 피부
1. 밤에 사냥, 땀샘없고 혀로 발산
2. 낮에 활동, 땀샘 많고 살갗 발산
※ 치아
1. 날카로운 송곳니 발달, 음식을 가는 어금니 미발달
2. 송곳니가 발달 못함. 곡채식에 적합한 어금니 발달
※ 식욕
1. 살아있는 동물을 보면 침을 흘림
2. 과일, 곡채식을 보면 침을 흘림
※ 침샘
1. 작은 침샘있고 프티알린 효소 미분비
2. 침샘이 잘 발달했고 곡물소화에 적합한 많은 프티알린 효소 분비
※ 위산
1. 동물근육 등 소화 위한 강한 염산, 포화지방 콜레스테롤 처리 탁월
2. 육식동물의 20분의 1정도 위산, 포화지방 콜레스테롤 처리 미숙
※ 내장
1. 급속히 부패하는 고기의 빠른 배출을 위해 내장은 몸길이의 3배로 짧고, 매끄러운 연통혀 창자
2. 서서히 곡채식의 영양분을 흡수하기 위해 내장길이는 몸의 12배이며 주름이 깊고 많이 잡힘
<오해 여덟>
"음식은 체질에 따라 먹어야 하며, 육식이 필요한 체질과 채식이 필요한 체질이 있다."
한의학은 근본적으로 '음식이 곧 약이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으며, '약(藥)'을 뜻하는 한자를 보면, '풀 초(草)'와 '즐거울 락(樂)'으로 되어 있다. 즉, '풀(채식)을 먹고 즐거워하는 모습'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한의학에서 체질의학은 진리를 상대적으로 바라본다는 측면에서 유익한 면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허준 선생을 비롯한 수천년 세월동안 한의학은 크게 음양체질로 나누어서 사람을 바라보았고, 이제마 선생의 사상의학에서도 치료를 위해 체질을 이용했을 뿐이지 결코 음식을 체질에 따라 나눠 먹으라고 하지는 않았다. 사상 팔상체질의학의 논리대로 우리나라 인구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가장 비율이 적다는 태양인(사상체질)이나 금양인(팔상체질)만 채식을 해야 한다면(이 두 체질은 육류만 먹으면 안 좋을 뿐 생선은 먹을수록 좋다고 함), 스님들 대부분이 병이 났어야 하고, 고기를 거의 먹을 수 없었던 옛 사람들은 대부분 병에 걸렸을 것이며, 인간이 육식동물로 창조 진화되었어야 한다. 채식동물인 토끼나 소 코끼리에게도 체질이 있어서 육식을 해야할까?
<오해 아홉>
"채식위주의 식사를 하던 시절에 비해 동물성음식을 많이 먹기 시작한 이후로 평균수명이 늘어난 것을 보면 육식이 필요한 것 아닌가"
평균수명은 그야말로 통계의 장난에 불과하다. 평균수명이란 것은 특정 해에 태어난 유아가 살 수 있는 '기대여명'을 말하는 것인데, 평균수명이 늘어난 진정한 이유는 절대적인 영양 결핍이 해소되고, 식수와 생활 환경의 위생이 깨끗해졌으며, 일부 전염병이 이러한 영양 환경적 요인으로 힘이 약해지고 현대의학의 일부 공헌으로 영아 사망률이 극적으로 낮춰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5세 이전 사망률은 과거에 비해 급격히 높아졌지만, 30대 이상 연령대를 비교해보면 고작 2∼5년 정도 늘어났을 뿐이다. 이는 예전처럼 건강하게 살다가 갑자기 죽는 유형보다는 병상에서 오랜 세월을 연명하면서 살 수 있는 의학기술의 진보 때문일 뿐, 결코 동물성음식의 공헌이 아닌 것이다. 세계적인 장수촌의 식사나 스님들의 식사가 채식 위주 내지는 완전 채식이고 그들의 수명이 가장 길며, 의학 역학적인 수많은 통계들은 채식가들이 육식가들보다 5년 이상 장수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오해 열>
"채식 위주의 식생활이 성인병 예방과 장수에는 유리할지 모르지만 채식가들은 정력이 약하다"
그야말로 우습기 만한 오해일 뿐이다. 허준의 {동의보감}에 보면, "하늘과 땅 사이에서 사람의 생명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곡식이다 (중략) 보(補)하는 것이 세고 배설이 잘 되기 때문에 오랫동안 먹어도 싫지 않다. 그러므로 사람에게 대단히 좋다"고 말하고 있으며, 기운(에너지)을 뜻하는 '기운 기(氣)'자의 맨 아래에 있는 글자도 곡식을 뜻하는 '쌀 미(米)'자이다. 정력이라는 것은 단순히 성생활과 관련된 것이 아니고 인간의 모든 생활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힘이다. 채식을 통해 생활습관병이 예방 치료되고, 맑은 피가 생성된다는 것은 가장 강력한 정력이 길러진다는 뜻이다. 장수촌 노인들은 80이 넘어서도 아이를 낳고, 스님들을 해부해 보면 내장이 젊은 사람들처럼 부드럽고 탄력이 있다고 한다. 육식을 하면 정력이 생겨난다고 생각하는 것은 참다운 정력이 아닌 성적인 욕망이 생겨난다는 것이며, 그것은 동물의 피와 콜레스테롤이 과다하게 체내에 유입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일 뿐이다. 사람은 평생 자기가 먹을 밥그릇과 정액의 양을 타고난다는 것이 동양의학적인 견해라고 볼 때, 채식의 힘으로 길러진 참다운 정력이 아닌 욕망은 오히려 정력의 조기 감퇴와 노화를 부추길 뿐이다.
나에게 진정으로 좋은 것은 세상에도 참으로 좋다
이상으로 채식에 대한 오해들이 갖고 있는 한계와 편견에 대해 살펴보았다. 미국 영양학회에서는 "잘 짜여진 채식이야말로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면서 채식이 점점 주류로 자리잡게 될 것임을 전망하고 있다. 지금까지 논의된 글을 통해 균형잡힌 식단은 결코 동물성음식이 포함된 균형이 아니며(한의학에서의 '골고루 먹는다'는 것은 6가지 맛을 고루 먹는다는 뜻), 도정을 최소화한 통곡식과 콩 제철 야채 과일 해조류 등을 참으로 '균형 있게' 그것도 '소식(小食, 素食)'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식사하며, 걷기와 건강한 노동, 세상을 사랑하는 평화로운 마음이 조화를 이루는 '채식(菜式, 식물의 너그러이 포용하는 평화로운 방식)' 생활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건강과 지구를 위한 길이라는 진리가 하루빨리 '상식'으로 자리잡게 되길 바란다. 물론, 선택은 모든 이의 마음에 달려있다. 그리고, 그 선택을 위한 문도 참으로 넓고 향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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