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는 거리를 떠도는 젊은 노숙자들에 관한 이야기가 TV 프로그램에 소개되어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특이한 케이스인 오타쿠 노숙자 타케우치 히토시(가명.29세)씨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TV아사히의 제작진은 오사카 니혼바시 거리를 떠돌고 있는 청년 노숙자 실태에 대해 취재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주요 화제가 된 오타쿠 노숙자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나오는군요.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다른 청년 노숙자의 모습이 잠깐 소개됩니다. 올해 26세인 이 남성은 노숙자 생활을 시작한지 사흘째인데,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생활쓰레기봉투를 뒤져서 먹을거리를 찾고 있는 모양입니다.
부모와 싸우고 가출한 뒤 아르바이트 하던 가게에서도 다툼이 생겨 일을 그만둔 뒤에 만화카페를 전전하다가 갖고 있던 돈을 다 써 버려서 결국 노숙자가 되었다는 이 청년은 리포터가 장래의 꿈을 묻자 TV 프로그램이나 음악을 만드는 업계에 취직하고 싶다고 밝혔지만, 꿈만 화려했지 실제로 그 꿈을 이루려는 구체적인 노력은 전혀 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근사한 직업을 꿈꾸긴 하지만 결국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무기력증에 빠져 노숙자로 전락해 버렸다는 것이지요.
오사카 니혼바시에는 이런저런 오타쿠 상대의 하비샵(Hobby Shop)들이 많이 몰려 있는데...
저녁 8시가 되어 가게들이 영업을 종료하고 셔터를 내리자
약 30명 정도 되는 노숙자들이 상자를 들고 취침 준비를 합니다.
그리고 오후 10시... 오늘의 취재 대상자인 타케우치 씨가 상점에서 내놓은 쓰레기봉투들을 들어 보며 내용물을 가늠하고 있군요.
오타쿠 생활 17년차인 타케우치 씨는 이제 봉투를 한 번 들어보기만 하면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를 거의 정확히 맞출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영상은 TV아사히에서 3번 재방영되었는데, 그때그때 다른 가명이 사용되더군요.
한 상점에서 내버린 상자에는 동인지가 가득합니다.
동인지(同人誌)란 말 그대로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서 만든 책’을 말하는 것으로, 인기 원작 만화를 성인취향이나 동성애취향으로 패러디하여 만든 작품집이나 화보집이 대다수입니다. 오리지널 창작물들도 다수 있고요.
한 하비샵의 정리 시간을 기다려 쓰레기봉투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타케우치 씨...
봉투가 나오자 재빨리 다가가 몇 개를 비교해 본 뒤, 하나를 들고 옵니다.
봉투에서 나온 것은 코스프레 의상.
유명 게임 Dead Or Alive에 등장하는 캐릭터 카스미의 코스튬입니다.
그리고 유명 애니메이션 루팡 3세의 주인공 루팡의 피겨(Figure)...
루팡 3세의 여주인공 후지코의 피겨도 같이 들어있군요.
봉투에서 쓸 만한 것들을 꺼내어 정리합니다.
그리고 새벽 2시... 오타쿠 노숙자 타케우치 씨는 외풍이 심하지 않은 장소를 골라 잠자리에 듭니다.
이런 생활이 벌써 3년째...
다음날, 날이 밝자 어제의 수확(?)을 싸들고 다른 하비샵을 찾아갑니다.
일본에는 이렇게 소비자들이 소장하고 있던 물품들을 염가에 매입하여 다시 판매하는 하비샵들이 다수 있습니다. 타케우치 씨는 이런 오타쿠 시장의 구조를 이용하여 생활비를 벌고 있는 것이지요.
어제 수확한 상품들을 모두 판매하는 데에 성공!
수입은 무려 5,460엔!
5,000엔이 넘는 돈을 받은 것은 근 1개월만의 일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1개월만에 편의점 도시락을 사먹을 수 있게 되었다고...
식사중인 타케우치 씨에게 어째서 노숙자가 되었는지를 물어봅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 취직을 했었는데, 가는 곳마다 제대로 적응하지를 못하여 8년 동안 17차례나 직장을 옮겼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점차 폐쇄적인 성격으로 변하여 방구석 폐인이 되어 갔고...
부모로부터 의절을 당하고...
이런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있는 듯...
이 프로그램이 나간 뒤, 방송에서 젊은 오타쿠층이 마치 노숙자 예비군이라도 되는 것처럼 호도하는 건 문제가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던 모양입니다만...
가상세계에 빠져 사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린 신세대 젊은이들이 성공에 대한 막연한 동경만 품고서는 실제적인 노력의 에너지를 상실한 채 이런 식으로 전락해 가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겠습니다.
청년실업률이 무섭게 늘어가고 있다는 우리나라에 있어서도 마냥 바다 건너 얘기로 웃으며 받아들일 수만은 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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