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내부 구성원들이 열정과 힘을 다해 업무에 몰입할 것을 기대하지만, 조직 안팎에는 이들의 몰입을 가로 막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요인들을 자세히 살펴봄으로써 구성원들의 진정한 몰입을 끌어 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
인텔의 전 CEO였던 앤드류 그로브는 그의 저서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Only the paranoid survive)」에서 치열한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한 비결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일에 늘 긴장과 집중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자신의 일에 열정적으로 몰입하였던 인물로 세계적인 과학자 뉴튼을 빼놓을 수 없다. 읽고 있던 책에 푹 빠진 나머지 계란 대신 시계를 넣어 삶았다는 일화는 그가 얼마나 한 가지 일에 몰두하였는지를 보여주는 유명한 얘기이다. 그가 이룬 놀라운 과학적 성취는 이러한 몰입의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몰입이 어떤 특정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그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이 비범한 성취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원동력에 가깝다. 그러기에 현대의 경영자들은 자신의 구성원들이 뉴튼 만큼은 아니더라도 그들에게 맡겨진 일에 집중하고 몰입하기를 기대한다.
몰입, 왜 중요한가?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업무 몰입은 조직 전체의 성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Hewitt의 2003년 서베이 결과에 의하면, 구성원들의 몰입도가 높은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인당 매출액이 평균적으로 3,800 불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같은 시간과 역량을 투입하더라도 몰입 수준의 차이에 따라 최종적인 아웃풋이 다르게 나타남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구성원의 업무 몰입도가 높을수록 조직에 대한 로열티도 높아 기업의 이직률은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무 몰입은 개인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몰입의 경영」이라는 책을 쓴 칙센트미하이는 개인의 행복을 심리학자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설을 원용하여 설명하고 있다. 매슬로우는 인간의 가장 높은 수준의 욕구를 ‘자아실현’의 욕구라고 정의 하였다.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역량을 하나의 일에 완전히 집중하여 쏟아 부을 때, 개인은 자아실현을 통한 행복감을 느끼고 그 순간이 바로 몰입의 순간이라는 것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몰입 수준이 높은 직원의 성과가 더 좋은 것은 바로 이처럼 행복한 상태에서 일을 한 결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구성원의 업무에 대한 몰입을 끌어 내는 일은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조직 안팎에 몰입을 가로 막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에서는 구성원들이 업무에 몰입하지 못하는 이유를 직무적인 측면, 개인적인 측면, 조직 문화적인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그림> 참조).
구성원의 몰입을 저해하는 요인들
● 부적절한 업무 목표
부적절하게 설정된 업무 목표는 구성원들의 몰입을 방해하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어떤 과제가 주어졌을 때 열심히 노력만 하면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 라는 확신이 있다면 그 일에 완전히 몰입하기가 보다 수월해진다. 그런데 만약 그 일이 자신의 능력을 벗어난 것이라 판단되면 지레 짐작으로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개인의 능력에 비해 너무 쉬운 과제가 주어졌다면, 지루함을 느끼고 선뜻 일에 몰입하려고 들지 않을 것이다.
성공하는 기업들의 공통된 특징을 설명한 「Built to Last」 라는 책에 보면 ‘BHAG(Big Hairy Audacious Goal)’라는 말이 나온다. 기업이 지향해야 할 높은 수준의 목표라는 뜻의 BHAG는 명확하고 강력하게 조직 내부의 힘을 한 곳으로 모으는 중심점 역할을 한다. 그러한 목표를 세운 기업은 구성원 각자에게 보다 분명한 목표 의식과 도전 정신을 심어 줌으로써 업무에 몰입하도록 한다.
합리적이고 도전적인 목표 부여는 특히, R&D 인력과 같은 전문가 집단에게 있어 특히 중요하다. 템플리턴 대학에서 IT 분야에 종사하는 849명의 R&D 인력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도전적인 업무 과제 부여야말로 동기 부여와 업무 몰입에 가장 중요한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대표적인 자동차 업체인 Toyota와 Mazda의 대조적인 사례는 적절한 수준의 목표 설정이 구성원들의 몰입 수준과 기업 성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창업 당시부터 업계 1위 GM을 추월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였던 Toyota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지혜를 이끌어내는 조직 풍토를 구축하였다. 구성원들에게는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자극할만한 적절한 수준의 목표가 제시되었고, 이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창의적인 혁신이 이루어졌다. 반면, 한 때 업계 3위였던 Mazda는 ‘단독 3위’가 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소극적으로 대응한 결과, 결국 Honda와 Mitsubishi에 추월 당하고 말았다.
● 성장 비전이 없는 업무
성장 비전의 불투명은 현재 자신의 일에 대한 불만을 야기하고, 업무에 대한 몰입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내가 이 일을 통해 장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기지 않는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열심을 다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온라인 리크루팅 업체 잡코리아는 최근 한·중 직장인을 대상으로 직무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에 따르면, 양국 모두 자신의 직무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이는 10명 중 3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직무 불만족의 가장 큰 이유는 현재 업무에 대한 불투명한 비전 때문이라고 응답하였다. 기업이 구성원들에게 현재 업무를 통한 성장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구성원들의 업무 몰입을 요구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얘기이다.
관점은 조금 다르지만, 지난 2005년 컨설팅 회사 Towers Perrin이 전 세계 16개국, 약 86,000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서베이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구성원의 몰입을 유도하는 가장 중요한 동인으로 ‘최근 1년간 나의 스킬 및 역량 향상 정도’와 같은 성장 비전과 관련된 항목이 꼽힌 것이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을 통해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야말로 업무에 자신의 힘을 쏟아 붓도록 하는 강력한 동기가 된다는 것이다.
Prudential 그룹에서는 배경이나 지식, 경험 등이 제각각 다른 구성원들에게 개인별 발전 계획에 따라 적합한 직무를 부여하고 있다. 지속적인 구성원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각자에게 맡겨진 직무에 최선을 다하면 향후 조직에서 성장할 수 있다는 강한 확신과 믿음을 심어줌으로써 업무 몰입을 유도하는 것이다. 미래 성장 비전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갖도록 한다. 그리고 자신의 일에 자부심이 있는 사람은 업무에 열정적으로 몰입한다. Charles Schwab의 데이비드 포트럭은 구성원들에게 그러한 자부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일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 일 속에서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그들은 자신의 삶을 바칠 것이다.’
● 구성원의 심리적 불안과 스트레스
구성원들이 업무에 몰입하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심리적 불안이나 스트레스 때문이다. 직장 내 상사/동료와 갈등이 있거나 가정에 무슨 말 못할 고민이 있다면, 업무에 몰입하기 힘들 것이다. 어떤 리더들은 이런 문제들이 매우 개인적이며 직접적으로 업무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넘어갈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은 다분히 정서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심리적 상태가 업무 몰입에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의학적인 관점에서도 불안과 긴장은 일에 대한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원인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사마천이 지은 사기에는 ‘삼망(三忘)’ 이라는 말이 나온다. 전쟁터에서 병사가 잊어야 할 세 가지를 일컫는 말로서, 전쟁에 나가서는 가정을 잊고, 싸움에 임해서는 부모를 잊고, 공격의 북소리를 듣고는 자신을 잊어야 한다는 얘기다. 바꿔 말하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마음 속에 있는 다른 염려나 근심을 다 잊어버리고 자신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오늘날 기업의 상황에 비추어 본다면, 개인이 업무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스스로 노력해야 할 부분도 있지만, 기업에서도 개인이 겪고 있는 고충이나 어려움을 이해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20세기 최고의 경영자로 일컬어지는 잭 웰치는 ‘기업이 원하는 방향대로 구성원들을 이끌기 위해서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불안과 스트레스를 덜어줌으로써 구성원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업무 몰입을 위해 기업이 해야 할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이다.
LG전자는 최근 연구원들의 정신 건강을 챙기기 위해 연구소 내 심리상담실을 설치하였다. 다양한 심리 검사와 분노 조절, 스트레스 관리, 대인 관계 향상 등 직장 안팎에서 겪는 고민을 전문 카운슬러와 상담하게 함으로써 연구원들이 심리적 안정을 찾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연구원들의 연구 몰입도를 높여 제품 개발의 효율성을 향상시키는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면서 육아나 가사에 대한 부담이 구성원들의 업무 몰입을 방해하는 심리적인 스트레스 원인으로 부각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사내 육아 시설을 운영하거나 근무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해주는 등 회사가 ‘가족 친화 경영’이라는 이름으로 구성원의 개인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 세이부社는 구성원들의 필요에 맞춰 선택형 복리 후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선택형으로 운영되고 있는 여러 프로그램 중에는 육아 및 자녀 교육 등과 같이 가정 문제와 관련하여 임직원들의 부담을 경감시키도록 하는 프로그램 또한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구성원들을 업무 외적인 스트레스나 부담으로부터 자유롭게 함으로써 업무 몰입도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 육체적/정신적 소진(Burn-out)
생존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개인에게 부과된 절대적인 업무량이 급증하고 이로 인해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그러나 막상 일을 놓고 쉬기에는 여러 가지 사정이 여의치 않다. 아무리 위에서 휴가를 다녀 오라고 말을 해도 불안해서 쉽게 휴가도 내지 못한다.
그러나 육체적/정신적으로 소진된 상태에서 책상에 앉아 일을 붙들고 있다고 해서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것일까? 피로가 해소되지 못하고 계속 쌓이기만 하면 오히려 집중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미국의 어느 보험 회사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행정 보조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을 줄이는 대신, 그 업무를 보험 설계사들에게 맡긴 적이 있다. 그러나 보험 설계사들이 과도한 업무로 탈진 상태에 이르게 되자 오히려 보험 계약의 질이 떨어지고 업무 상 실수가 늘어나는 등 성과가 더 악화되고 말았다. 결국 회사는 다시 행정 보조 직원을 고용하였고, 설계사들은 본연의 업무에 다시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정신과 의사이자 경영 컨설턴트인 에리크 알베르의 연구에 따르면, 직장에서 더 열정적이고 열심히 일했던 사람이 회사로부터 더 많이 상처 받고 빨리 그만두는 이유는 삶에 대한 재충전 없이 에너지와 인생을 고갈해 가면서 일을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건설적인 휴식은 구성원들의 창의성을 자극하고 새로운 일에 대한 의욕을 불러 일으킨다. 몇 년 전, 모 카드 회사가 유행시킨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라는 광고 카피처럼 잘 놀고 푹 쉬는 것이야말로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밑바탕이 된다.
기업들이 비효율적인 잔업/야근을 축소하고 장기 근속자에게 안식 휴가제와 같이 휴식과 여유를 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바로 충분한 재충전의 시간이 구성원의 업무 몰입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 지시/통제 중심의 문화
개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숨쉴 수 없는 문화 속에서 구성원들은 업무에 몰입하기 힘들다. 지시/통제형 문화는 주인 의식을 상실하게 하고 그저 시키는 일만 따라 가게 할 뿐,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창의적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결국 업무에 대한 흥미를 잃어 버린 구성원들은 업무에 적극적으로 몰입하지 못한다. 많은 기업들이 열정적이고 능동적으로 일하는 구성원들의 모습을 바라지만, 정작 업무의 주체로서 구성원들을 믿고 책임과 권한을 위임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기업이 구성원들을 믿지 못하고 자꾸 통제하려고만 든다면, 구성원들 역시 회사에 대해 믿음을 갖기 힘들며 업무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교수이자 기업 문화 연구의 권위자인 에드거 샤인은 「기업 문화 혁신 전략」이라는 책에서 구성원들의 자발적 몰입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변화를 위한 동기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주인의식을 갖고 업무를 능동적으로 수행하는 가운데 진정한 업무 몰입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선박용 펌프를 생산하는 셈코는 구성원의 자율과 창의성을 충분히 보장해줌으로써 일에 대한 몰입을 이끌어 내는 기업이다. 이 기업에서는 출퇴근 시간과 근무 장소도 자유롭고 휴가도 마음대로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다. 대기업이면서 공식적인 조직 구조나 사업 계획서 같은 것도 없다. 다소 무모해 보이기까지 하는 셈코의 자율 경영은 개인에 대한 강한 신뢰의 바탕 위에서 시작되었다. 구성원들은 결과에 스스로 책임지는 주인의식으로 자기가 맡고 있는 업무에 열정과 온 힘을 다하여 매년 40%씩 성장하는 성과를 이루어 냈다. 사규나 매뉴얼로 구성원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조직 분위기에서는 진정한 몰입을 이끌어 낼 수 없으며, 구성원 스스로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셈코가 주는 교훈이다.
동기 부여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사람들은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해 구성원을 동기 부여시키는 것과 구성원을 업무에 몰입하도록 하는 것이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동기 부여는 되었지만 진정한 업무 몰입은 일어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가령, 직무 가치도 낮고 별로 의미 없는 일이라고 할지라도 그 일에 대한 충분한 대가를 제공함으로써 구성원들을 동기 부여할 수가 있다. 그러나 단기적인 보상에 의해 단순히 동기 부여만 되는 상태는 지속적이지 못하고 외부 환경이나 조건에 의해 쉽게 변하기 마련이다.
지금은 동기 부여를 넘어 몰입이 필요한 시대다. 기계적 순종이 아니라 구성원들에게 주어진 업무에 몰입하게 함으로써 잠재되어 있는 능력을 끌어 낼 수 있는 기업이야말로 미래 경쟁의 승리자가 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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